안녕하세요.
짱공유 메인에 제 이야기가 모아져서 왠지 압박이 -_-;
제 이야기 쓸때마다 재미없으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휴..
13번째 이야기 시작할께요.
고등학교 다닐때의 이야깁니다.
겨울방학을 앞둔 시점이었죠. 산이 있는곳은 겨울에 엄청 춥습니다. 저희 마을이 산으로 둘러쌓인 곳이라 말그대로 엄청 추웠습니다. 아침에 밥먹는데 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니 친구 관수네 할머니가 어젯밤에 돌아가셨다네. 이따가 관수네집에 저녁에 가야겠다."
아버지에게 저는 토요일이라 일찍 끝나니깐 방과후에 관수랑 같이 가겠다니깐 그러라고 하시더군요.
밖에 나오니깐 눈이 발목까지 쌓여있었습니다.
학교가는데 고생좀 했습니다. 눈이 펄펄 내리는데 옷에 묻어서 짜증이 솓더군요. 괜히 예민해지는거 같았습니다.
학교가니깐 관수가 있길래 가서 할머니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보니깐 간밤에 노환으로 돌아가셨다네요.
하긴 그 할머니 연세가 이제 90을 바라보시는 나이였는데 자주 병치레를 하셔서 마을 사람들도 언제 돌아가시나 가끔 얘기를 하곤했죠.
그렇지만 동네 아이들한테는 정말 끔찍하게 자기 손자처럼 잘 대해주셨었죠. 매일 관수네 집으로가면 빈대떡도 해주시고 아이들이랑 잘 놀아주셨습니다.
저랑 관수도 어릴때 할머니한테 빈대떡 해달라고 자주 조르던 기억이 있고 관수네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때가 있었죠.
게다가 심한 장난을 치다 걸리면 할머니만이 유일하게 감싸주셔서 할머니한테 애틋한 기억이 남아있었죠.
그러다가 중학교로 진학하고 거의 안갔는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니 얼굴한번 뵐껄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토요일 일정이 끝나고 관수랑 집에가는데 눈이 더 쌓여있더군요.
관수네 집까지 가는데 양말이고 신발이고 다 젖어서 찝찝했습니다.
관수네 집으로 도착하니깐 동네 아주머니들 오셔서 음식준비를 도와주고 계시더군요. 관수네 집에서 키우는 잡종개도 혀내밀면서 반기는데 평소에 풀어놓던 개를 제사라서 그런지 묶어놨더라구요.
인사하고 관수방으로 들어가서 가방 내려놓고 양말 갈아신으니깐 관수가 할머니 얼굴 한번 보지 않겠느냐고 했었는데 싫다고 했습니다. 비록 어릴때 자주뵙던 할머니지만 왠지 시체를 본다는 느낌때문에 무서웠는지도 모르죠.
시골은 금방 어두워집니다. 게다가 겨울이라 얼마 안있었던것 같았는데 밖이 밤처럼 어둡더군요.
슬슬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니깐 마당에 알전구를 연결해서 키고 드럼통에 불도 피웠습니다. 방안에 다 들어가기에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마당에 올라가서 앉는 넒은 의자라고 해야되나 그걸 창고에서 옮겨놓고 사람들이 앉기 시작했죠.
관수네 집 구조가 대충 이렇습니다.
마당이 있으면 집이 ㅁ자로 마당을 감싸는데요. 우선 산이 뒤에 배경으로 있다고 하면 그 앞에 관수네 집이 있고 그앞에는 다시 길이 바로 있습니다. 길건너는 모두 논이죠. 그리고 사방 100m내에는 관수내집밖에 없습니다.
집안은 마당을 중심으로 입구로 들어가면 왼쪽이 관수방 오른쪽이 창고 그리고 마당 북쪽으로 마루를 사이에 두고 왼쪽이 관수네 아저씨 아주머니방 왼쪽이 할머니방이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은 집밖에 바로 옆에 붙어있었죠.
저녁이 깊어지자 사람들이 상을 다 차리고 병풍 깔고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죠. 이미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도 오셨더라구요.
관수네 할머니 시체는 생전에 할머니방에 그대로 눕혀져 있었습니다.
제사 시간내내 사람들이 제사하는걸 보고 제사 가 끝나자 동네 어르신들이 할머니방으로 가서 시체를 붕대로 감싸시더라구요. 제가 슬쩍봤는데 삼베옷 입으신 그대로 시체를 감싸는데 뻣뻣하게 굳었는지 시체를 세워도 굽혀지거나 하지 않았나봐요. 나머지 분들은 관수네 집에서 대접한 음식으로 모여서 화투도 치시고 이야기도 나누시고 하는데요. 그다지 슬픈 분위기는 아니었죠. 나이 드실만큼 드셔서 그런지 호상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저도 전이나 먹고있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로 가게되었습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계속 먹다보니 탈이난것 같았죠.
밖에 나가니 눈이 사방에 깔렸는데 달빛이 반사되서 정말로 밝더군요.
아시죠? 사방에 파랗게 된 특유의 그 밝은것 아실껍니다. 눈때문에 반사되서 정말로 논끝까지 다 보일정도였지요.
화장실은 집 모퉁이 쪽 옆에 붙어있었는데요. 입구가 길쪽을 향하는 화장실이었죠.
휴지가지고 가서 큰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관수네 집은 그때까지도 세식이었는데 집안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서 그다지 무섭다고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한참 일을보는데 갑자기 개가 낑낑대면서 나갈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갑자기 섬찢해서 일 다보고 나와서 모퉁이를 나오는데 전 그자리에서 얼어버렸습니다.
할머니가 뒷모습을 보이신체 문앞에 서계셨죠. 삼베옷 입고서 문을 나와서 산쪽으로 가는 방향인데 뒷모습만으로 누군지 알았습니다. 삼베옷을 입었고 느릿느릿 걸으시는데 눈밞는소리도 안나더군요.
그시간이 엄청 길었습니다. 머리가 텅빈 느낌이었죠. 길에서 얼어서 입을 열려는데 입이 안열리더라구요. 추운것도 있고서 못밖은듯이 서있는데 개는 그 옆에서 할머니한테 갈려고 낑낑대고 있고 다시 할머니 부를려고 했는데 입은 안열리고 답답했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갑자기 멈추시더니 뒤를 돌아보셨죠.
할머니랑 눈이 마주치는데 전신에 소름이 쫘악하고 떨리더군요. 어릴때 축사에서 할아버지 볼때와는 다르게 이미 커버린 저였죠.
얼마나 시간이 흐른지도 몰랐습니다. 할머니는 다시 산쪽으로 가시다가 어둠에 묻히시더군요.
따라갈 엄두를 못냈습니다. 깜짝 놀라서 계속 서있는데 저희 할머니가 밖으로 나오시더니 제 이름을 부르시더군요.
정신차리고 몸이 움직이니깐 집안으로 걸어들어와서 내내 앉아있었습니다.
집에와서 할머니한테 관수네 집에서 있던 일들을 말하니깐 할머니도 보셨다고 하셨죠.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앞으로 그런거 보면 봐도 모른척 하라는 소리뿐이었습니다.
그날 생각하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죠. 가끔 그 할머니 얼굴 생각하면 그때 뭐라고 말이라도 할껄하고 후회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귀신을 봤다고 생각하는 4번의 경험중에서 축사의 할아버지와 더불어 가장 생생한 경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