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령과 같은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특별히 깊이 무서워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영감도 있는 편이라서(남이야 인정하든 말든) 영기도 잘 느끼는 편이다.
나의 누나의 경우에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감촉으로 느끼는 영감이 발달한 편이지만, 나는 그런 영감보다는 전혀 다른 육감으로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누나의 경우에는 어린시절부터 공포스러운 감각에 노출되어 영감을 느낄 때 '겁'을 많이 느끼지만, 나는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이 되어 있어서이기 때문인지 '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이런 일화도 있었다.
몇해전 잠을 자던 중 가위에 눌렸던 적이 있다. 나는 가위에 가끔씩 눌리는 편이지만, 아주 능숙하고 침착하게 가위에서 풀려나는 편이다. 숫자를 센다던가, 기도를 한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짜증나.. 또야..'라는 반응으로 침착하게 깨어나는 편이다.
하지만, 그날은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쉽게 깨어나지 못하고 뒤척이는데 귓가에 숨소리와 차가운 숨결이 닿는것이 느껴졌다. 므흣한 닭살이 돋아,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몸이 안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마음속으로 그 숨결에게 '왜그래....?' 라고 하는 생각을 했더니 귓가에서 여자의 목소리로 '나랑 같이 가...' 라고 하는 상념이 전해졌다. 순간적으로 '이거 장난이 아닌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귓가에서 '나랑 같이 가... 나랑 같이 가...' 그러는 소리로 재촉을 하고, 몸은 계속 움직이지 않고...
그래서 내가 머리속으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가만있어봐. 몸이 움직여야 따라갈거 아냐~!' 그리고 순간적으로 웃겨서 가위가 깼다...
나의 지론은 유령이라는것이 있는 건 있는 것이고, 내 주변에 나타났다면 내가 뭔가 도와줄 일이 있다면 가능하면 도와주고 싶다는 거다. 나한테 관심이 없는 유령이라면 내가 굳이 신경쓸 필요가 없고, 나한테 호의가 있다면 도와줄수 있으면 좋은거고, 악의가 있다면 나름대로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에 싸워보기는 하겠지만, 처음 본 유령을 두고 나한테 악의가 있다고 단정하고 무조건 겁을 먹는 건 유령을 두 번 죽이는 실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