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파피루스 예술품에 그려진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초상. /출처=파피루스뮤지엄닷컴(왼쪽) 이집트 고고학자 "사원유적 지하에 존재" 주장
"로마장군과 함께 묻혀"… 학계선 "가능성 낮다"
고대 세계를 뒤흔든 역사적 로맨스의 주인공인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cleopatra)와 로마의 장군 마르쿠스 안토니우스(antonius). 두 사람이 북부 이집트의 한 사원 유적 아래 비밀 무덤에 함께 묻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집트의 대표적인 고고학자인 자히 하와스(zahi hawass·60) 이집트 문화재 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은 최근 "알렉산드리아에서 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아부시르〈지도〉에 있는 타포시리스 마그나 사원 유적 지하에 두 사람의 무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25일 "사실로 확인되면 1922년 투탕카멘 왕의 무덤 발굴 이후 이집트 최고의 고고학적 발견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토니우스는 한때 고대 로마 권력의 정점에 섰던 정치가·군인이었으나,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지며 로마 내 권력 투쟁에서 밀려났다. 이후 기원전 31년 '악티움 해전'에서 후일 로마 최초의 황제가 되는 옥타비아누스(octavianus)에 크게 패했다. 이듬해 옥타비아누스의 포위망이 계속 좁혀오자, 안토니우스는 자신의 칼로, 클레오파트라는 코브라가 자신의 가슴을 물게 하는 방법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와스의 발굴팀은 사원 지하에서 약 120m의 비밀 터널과 여러 개의 비밀 방들을 찾아냈다. 하와스는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조각상, 두 사람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 등 보통 다른 사원 유적에선 발견되지 않는 유물이 다수 발견됐다"며 "두 사람의 비밀 무덤이 지하에 있다는 증거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고 터널에 가득찬 물을 빼내는 작업이 끝나는 11월쯤 발굴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고학계에선 여전히 클레오파트라의 무덤은 애초에 존재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존 베인스(baines) 옥스퍼드대 교수는 "사망 당시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로마의 적'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무덤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