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서 죽은사람들 3

민쨍이 작성일 08.06.27 1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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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인공은 바로 진 로젤리니(gene rosellini)다.

진은 부잣집 장남이었다. 아버지가 시애틀에서 식당 체인을 운영하는 사업가였고, 삼촌은 1960년대 엄청 유명했던 워싱턴 주 주지사였다. 한 마디로 알짜 부자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도련님이었던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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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로젤리니의 아버지, 빅터 로젤리니.
미국 요식업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다.


진 로젤리니의 삼촌, 알버트 로젤리니.
꽤 유명한 정치인, 공무원이었다.

정작 gene 로젤리니의 사진은 찾을 수가 없다. 된장.



일단 그는 강철같은 운동신경과 체력을 자랑하는 철인이었다. 학창 시절 각종 운동 경기 주전을 맡았으며, 요가와 격투기에도 심취했다. 특히 격투기에선 거의 달인의 경지였다고.

물론 학교 공부도 완벽했다. 천재니까.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단 한번도 안 빼먹고 4.0 만점을 받았으며, 대학 시절(워싱턴 대 - 시애틀 대) 때는 문화 인류학, 역사, 철학, 언어학 등에 빠져 들면서 점차 속세와 멀어졌다.

무슨 말이냐면, 잘 먹고 자고 싸는 것보다 진리 탐구가 좋다는 학문 제일주의에 당착했단 거다. 일반적으로 학문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대학원에 진학해 학위를 따고 자신이 배운 진리를 세상에 알리는 길을 걷기 마련인데, 이 양반은 워낙 학문의 도가 깊어서 "그딴 거 다 필요없고" 자기 혼자 배운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자기 아니면 아무도 배우지 못할 것을 배우고 싶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해 본적이 없는 것. 앞으로도 아마 시도해 보지 못할 것.

바로 이거였다: 현세 인류가, 자연 속에 맨 몸으로 들어가, 문명의 이기를 단 하나도 쓰지 않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현세 인류는 자연 속에서 맨 주먹으로 생존하던 뷁만년 전의 조상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진화해 온 탓에 물리적으로 자연에서 그대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 

gene은 인류가 옷, 바퀴, 철, 엔진, 화약, 종이 등의 문명의 이기 때문에 자연 상태의 인간 종으로부터 너무나 많이 퇴화됐다고 여겼다.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게, 고양이도 산에 풀어 놓으면 쥐 잡아 먹으며 살아 남곤 하는데, 인간은 그게 불가능해져 버렸으니 말이지.

아무도 성공은커녕 시도조차 해본적이 없는 이 연구 실험 주제에 그는 스스로 실험체가 되기로 작정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gene은 처음부터 무모하게 뷁만년 전의 석기 시대로 돌아가진 않았다. 그는 계획을 시기별로 나누어,

로마 시대
철기 시대
청동기 시대
그리고 궁극적으로 석기 시대로,
차츰 거꾸로 진화하기로 했다. 

gene은 1977년 알래스카 코르도바에 정착해 차근차근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몇년 뒤 석기 시대에 도달한 그는 무시무시한 집념과 강철같은 의지로 석기 시대 생활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는 사냥 수렵을 위한 총/칼은 커녕 옷도 가져 가지 않았다. 그는 그야말로 자연 상태 그대로, 석기 시대 당시 그대로, 처절한 無의 상태에서 생존을 시작했다.

그는 창을 직접 만들어 동물을 사냥하고 덫도 스스로 고안해 만들었다. 살아남기 위해 나무뿌리, 열매, 해초 등을 닥치는 대로 먹었으며, 누더기와 가죽을 뒤집어 쓴 채 알래스카의 칼날같은 겨울을 버텼다.

바람과 눈 비 등을 막을 집도 직접 만들었는데, 이때 톱과 망치, 못도 쓰지 않았다. (아예 가져 오질 않은 거지.) 그는 몇날 며칠 몇주 몇달을 날카로운 돌로 통나무를 다듬어 목재를 만들고 그걸 이어 붙여 집을 지었다.

알래스카의 쌩오지에서 이렇게 홀로 생존하기조차 구역질하게 고통스러웠을텐데, 진은 그 와중에 틈틈이 무시무시한 체력 단련까지 했다.

마치 체력 훈련에 * 사람처럼, 그는 매일 달리기, 암벽 등반, 통나무 들어 올리기 등을 하고, 달리는 중엔 엄청난 무게의 돌들을 짊어지고 달렸고, 걸어다닐 때는 웬만한 어른 체중에 맞먹는 통나무를 어깨에 이고 다녔다.

그의 일지에 따르면 그는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평균 18마일, 그러니까 거의 30km구만, 30km를 걷거나 뛰어 다녔다. (사실 육식동물이 자연 상태에서 먹을 것을 충분히 구하려면 이 정도 영역이 확보되어야 한다.)

보통사람이 하루만 해도 거품 물고 죽어 버릴 이 '짓'을 gene은 한두달 하고 그친게 아니라, 자그마치 10년도 넘게 계속했다.

그가 정착한 쌩오지는 매스컴의 보도로 유명해져 북미 각지의 히피들이 몰려와 정착했고, 히피들의 소굴이 된 이 지역엔 "hippie cove"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그리고 진은 이 지역의 "시장(mayor of hippie cove)"으로 불렸다. 물론 시장 노릇은 일체 하지 않았지만.

석기시대의 삶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그는 처음 질문에 대한 궁극의 해답을 얻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난 젊었을 때 현세 인류도 석기 시대로 돌아가 살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나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내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시켰다. 최근 10년 동안 나는 석기 시대의 생활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직접 체험을 해 왔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난 나의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세 인류는 석기 시대 그대로, 자연 상태 그대로 생존하기 불가능하다."

때는 그의 나이 49살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야생에서 벗어나 즐거운 마음으로 낭인의 삶을 살기로 했다. 그는 베낭 하나 짊어지고 매일 30-40km의 길을 일년 365일 걸어다니며 세계를 여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세계 여행은 채 시작되지도 못한 채,

gene은 1991년 11월 자신이 만든 오두막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그는 엎어져 있었고 심장엔 칼이 꼽혀 있었다.

검시관은 자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는 유서도, 유산도, 왜 죽었는지 힌트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냥 죽었다.

*으로 야생 속에 들어가 (도무지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에서) 10년 간이나 생존한 뒤 문명 세계로 귀환했던 그가, 허무하게도, 스스로, 순식간에, 목숨을 끊어버리고 말았던 거다.

그가 자살한 이유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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