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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저벅저벅....
어둠 저편에서 군화소리가 들려온다. 찰칵거리는 멜빵이 개머리판에 부딫히는 소리와 함께.
<충성. 수고하셨습니다>
<어. 졸려 죽는줄 알았네.>
<지통관님이 상근이 빨리 복귀시키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
젠장. 깜빡한척 하고 그냥 복귀해버리려고 했는데.
<..알았다.>
본청은 밤이 되면 건물내 모든 구역을 소등한다.
밝은 곳이라면 지휘통제실이 있는 2층정도일까.
김이병 근무처인 사무실은 4층.
본청주변의 가로등 불빛조차도 미치지 않는 곳이다.
...마침 귀찮다고 랜턴도 안챙겨왔는데 여길 올라가야 한다니..
그나마 부사수녀석은 짬이 안되서 챙겨온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두명이서 작은 ㄱ자 *쉬 하나로 겨우겨우 4층까지 올라왔다.
........
복도는 끝없는 어둠.
손을 뻗어도 손이 앞에 있는지 조차 모를정도의 어둠이다.
복도끝에 켜진 화재 비상 알람등만이 을씨년스럽게 붉은 빛을 뿌린다.
허술한 ㄱ자 *쉬로는 좌우 어느쪽으로 비춰도 겨우 2~3미터 앞정도만 식별될뿐.
본청의 긴 복도는 여전히 끝없는 어둠속에 잠겨 있다.
<상근이 이자식, 사무실에서 문잠그고 몰래 인터넷하고 있는거 아닙니까?>
(저희 부대는 각사무실에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pc가 있었죠...야근간다고 가서 몰래 그걸로 얏홍보기도...@ㅡ.ㅡ@.....)
<.....>
<이 새끼. 인제 백일휴가 깄다온 놈이 빠져갖고...>
그래. 그렇겠지. 인터넷하다가 시간가는줄 몰랐을거야.
.......하루가 멀다하고 갈굼당하는 김이병에게 그런 배짱이 있을까....
......
...젠장....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김이병의 사무실은 복도의 맨끝, 모퉁이를 막돌아 오른쪽이다.
저벅저벅저벅...
텅빈복도에 군화소리가 울린다.
어둠과 섞여 복도에 메아리치는 군화소리는 희미한 ㄱ자 *쉬 불빛으로 보이지않는 저너머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마치 저편에서 누군가 어둠속에서 튀어나올것 같은 두려움마저 느끼게한다.
<...x나 조용한데 말입니다.>
그렇다. 너무 조용하다.
이런시간에 본청은 바늘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정도로 적막에 휩싸여 있다.
김이병이 우리 군화소리를 못들었을리는 없고, 그렇다면 무언가 반응이 있을터.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당황해서 허둥대고 있는것일까.
......
여전히 숨막히는 정적과 어둠만이 짓눌러 올뿐이다.
모퉁이를 돌아, 김이병의 사무실이 보인다.
.....모퉁이를 돌아 맞이한 또다른 복도 역시 어둠과 적막이 지배하고 있다.
<이새끼, 불도 안켜고 뭐하고 있는거야?>
사무실문 밖으론 아무런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는다.
모니터의 희미한 불빛마저 보이지 않는다.
.....젠장.. 안좋아... 이래서 오고 싶지 않았다고....
그 문에는 무언가, 어두운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는 것같은 이질감이 가득차 있었다.
<....어떻게 합니까? 문 두들겨 봅니까?>
<...일단 불러봐>
<......>
부사수 녀석도 문에서 무언가를 느낀것일까. 우물거릴뿐 다가가길 꺼려하는 눈치다.
<뭐해? 얼른 가봐>
<....예.>
내키지 않은들 어쩌랴. 사수가 까라면 까야지.
(똑똑)
........
(똑똑똑)
......
(탕탕탕탕!!)
......
문은 여전히 어둠에 잠긴체,
거세게 두들기는 소리마저 삼켜버린듯 여전히 알수없는 어떤 위화감을 풍긴체 침묵할 뿐이다.
<야! 김상근! 뭐해?>
.......
<야! 대답안해? 김상근!>
......
<......?>
부사수 녀석이 똥매려운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돌아본다.
...내키지 않는 기분을 억지로 떨치고 문앞으로 다가섰다.
(탕탕탕!!)
<야! 나 이학승 상병이다. 김상근! 대답해!>
..........혹시 갈굼당할까봐 겁나서 대답을 못하는 걸까.
<야! 지통관이 빨리 복귀시키라해서 온거야. 김상근? 야?>
.......
<......>
<.......>
10여초 정도가 흘렀다.
<....들어가 봐야 되는거 아닙니까?>
....그렇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
까마득한 이등병 혼자 야근하는 사무실에 상병 둘이 못들어갈 이유가 없다.
평소 같으면 근무서다가도 심심하면 화장실 갔다고 말하라고 부사수 혼자 근무 세워놓고
야근하는 사무실있으면 벌컥벌컥 열고 들어가 커피한잔 얻어먹고 노가리까다가 복귀하지 않았던가.
.........
어째서 그러지 못했던 걸까?
<들어가 보지 말입니다>
<........>
<..........>
............
썩을놈. 말을 했으면 니가 먼저 들어가야 될거 아니야.
둘이 얼굴만 마주보며 우물거릴뿐, 감히 들어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단순히 캄캄한 복도와 적막함 때문에 긴장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 문을 열지 않는것이 좋겠다는 어떤 예감을 둘 모두 느꼈기 때문일까..
<....지통관한테 먼저 말하고 다시 오지 말입니다?>
부사수녀석의 제안이 강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일단 밑에 가서 물어보고 오자.>
저벅. 저벅. 저......
(스륵.........)
<?!!!>
<???!!!>
세걸음도 못갔을때, 등위에서 들리는 소리.
부사수와 나는 차가운 손바닥이 등줄기를 쓰다듬는 듯한 느낌으로 그자리에서 그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3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