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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온 신경을 곤두세운체, 부사수와 나는 어둠속에서 꼼짝도 못하고 발을 내딛은 자세로 굳어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이 조금 가라앉을 무렵, 용기를 내어 고개를 살짝 움직였다.
<.......>
뒤를 돌아보았지만, 여전히 먹물같은 새카만 어둠뿐.
<...야...들었냐..>
<...예...>
<뭐였냐...>
<잘 모르겠습니다...>
몸을 움직일수 있을정도로 긴장이 풀린후, 겨우 상황에 대해 생각할수 있을 만한 여유가 생겼다.
<사무실쪽에서 낫지>
<예. 그렇습니다.>
긴장했는지 말투까지 달라졌다.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나무에 스치는 소리,
말하자면 베니어 합판으로된 사무실 문에 무언가 스치는 소리였던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상근 이새끼가 안에서 없는척 하고 있다가 소리낸거 아닙니까?>
<......>
그럴가능성이 높다.
당황해서 없는척 숨어있다가 우리가 가는 소리에 살짝 움직이다가 소리를 낸것일까.
(탕탕탕!!!)
<야! 김상근 이새끼 너 안에 있지?!>
(탕탕탕!!!)
<나와 이새끼야! 있는거 다알아!!>
<.............>
부사수 녀석이 흥분했는지 한달음에 달려가 사무실문을 부술듯 두드리며 소리친다.
이등병따위 때문에 쫄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을까.
<야! 이새끼 너 안나오면 후회한다! 존말로 할때 나와라!>
<.............>
하지만 사무실문은 여전히 숨막히는 적막을 유지한체 어둠에 잠겨있을 뿐.
순간적인 흥분으로 문을 두들기고 소리치긴 했지만, 여전히 문을 열고 들어갈 생각을 못한것은,
......아직도 그 문에는 알수없는 이질감과 불쾌감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 열어봐>
<예?>
<열어보라고. 지가 숨어봤자지>
<잠겼으면 어쩝니까?>
....부사수 녀석도 섣불리 문을 열기는 꺼림칙 한지 토를 단다.
<지통실 가서 열쇠 달라하면 될꺼 아니야.>
<......>
녀석도 할말이 없는지 대꾸를 못한다.
<......>
잠깐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빈손으로 문고리를 잡아간다.
<.......>
숨까지 멈추고 살금살금 움직이는 것이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턱)
무슨 문고리 하나 잡는데 10년은 보낸거 같다.
<.......>
부사수녀석은 내얼굴을 한번 바라보더니, 천천히 손에 힘을 주어 문고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스르륵....)
의외로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문고리는 수월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