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아주 어렸을 적엔
여름방학이 되면 순천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가서 한 두달 놀다 오곤 했었습니다.
골짜기를 따라 계단식 논이 질서 있게 배치 되어 있고 한 마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요,
아랫 동네, 가운데 동네, 윗 동네. 이렇게요^^
그 동네 마다 얼마쯤의 거리가 있었고 그 중간에 집은 없는..
윗 동네엔 집이 딱 두채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할머니 댁이었죠.
그 두채는 같은 레벨이 아니라 앞집 지붕이 뒷집 마당 높이랑 비슷한 그런 구조 였어요.
할머니 집은 뒷집이었는데 마당 끝에서 앞집 지붕으로 뛰어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마당과 지붕은 딱 붙어 있었습니다.
그 시절엔 화장실이 싸리문 근처에 있었고 건물 내부에 칸막이 하나를 두고 외양간과 화장실로 쓰였죠.
어렸을 땐 밤에 화장실 가기도 그렇거니와 옆에서 들리는 소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난데 없이 음메~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는게 싫고 무서워서 밤엔 마당 끝에서 소변을 보곤 했습니다.(아니 낮에도 매번 그랬죠^^)
하루는 밤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운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곤히 잠들어 계신터라 깨울 수도 없었죠.
참다 참다 오줌보가 터질 지경에 이르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 마당으로 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당 끝에 서서 앞집 지붕과 마당 끝 사이의 틈으로 소변을 보고 있었죠.
조금은 쌀쌀한 시골의 여름 밤.
소변을 누고 있으니 졸린 정신이 서서히 들더군요.
왜 긴장 됐다가 풀리면 주변 상황에 의식하게 되잖아요.
서서히 고개를 들어 아랫집 지붕 끝을 보니...
기와 지붕 끝에 웬 사람이 웅크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놀라 소리도 지를 수 없었고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죠.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채.
더 무서운 건 그 놈의 눈이었습니다.
도저히 사람의 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이 둥글고 노란 눈.
껌벅껌벅하며 절 노려보더군요.
다시 정신이 들어 전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죠.
그러자 그 놈은 빠르지도 않게, 그렇다고 느린지도 않게 두 팔을 양 옆으로 벌리더니.
'푸드득~'하며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놈은 부엉이었죠.
당시 제 몸집보다 훨씬 큰 놈이었습니다.
푸르스름한 달 빛 아래 불과 2,3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보이던 놈의 실루엣이나 눈빛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괴기스러운 풍경이었죠.
정말 큰 부엉이는 어린 아기들도 채어 간다고 하죠.?^^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고도 무서운 이야기었습니다.
저한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