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울 동네 미 친 년에 대해서..

o응o 작성일 09.02.09 17: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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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11살 무렵, 우리 동네에는 미 친 여자가 살고 있었다. 90년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는 항상

흰색 저고리에 검은색으로 된 긴 한복 치마를 입고 여기저기 동네를 돌아 다녔다.

 



우리는 그 여자를 '미 친 년' 혹은 '바보'라고 부르면서 무리를 지어 쫓아다니며 놀리곤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한참을 쫓아 다닐 동안 그 여자는 베시시 웃다가 갑자기 울다가 또 베시시 웃다가를 반복했다.

하지만 동네 꼬마들이 돌을 던진다던지 주먹으로 때린다던지 등의 폭력적인 행위를 하면,

갑작스레 돌변해서는 비명을 지르며 발 광 을 하는 바람에 겁에 질린 아이들이 도망치곤 했다.

그녀는 우리 동네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미 친 년'이었고, 날씨가 추우나 날씨가 더우나 사시사철 같은 옷차림으로

항상 동네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집은 꽤나 큰 오래된 한옥 집이었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그녀의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을 했다. 동네 어른들 말로는 예전 이웃동네에서 꽤나 재산 좀 있던 갑부였더라는 것이다.

그녀는 그 할아버지의 손녀 딸이며, 부모는 그녀를 낳고 얼마 못가 병으로,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그 나이 대의 사람치고는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었고 거의 모든 동네 사람이 그 할아버지가

말하는걸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묵묵한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처음 우리 동네로 이사왔을 땐 할아버지도 벙어리라고

소문이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할아버지는 집 근처의 작은 텃밭에서 감자나 고구마 등을 재배 했는데, 그것만으로 두 사람의 생계를 유지하기는

벅찼을텐데도 늘 좋은 옷을 입고 때깔이 좋은걸 보면 갑부였다는게 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동네 꼬마들이 그녀를 놀리고 있을 때에는 가끔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불호령을 한번 치면 모두 울면서 도망치기 바빴다.

굉장히 무서운 인상인데다가 오른쪽 눈 밑에 길게 늘어진 칼자국 흉터는 공포심을 더해줬기 때문이다.

바보 놀리기 놀이는 보통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관심에서 멀어진다.

 

 



나 역시도 어느덧 중학교에 들어갔고,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것도,

길거리를 지나가다 그녀를 본 것도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갈 무렵의 겨울의 어느 날 우리 동네에는 참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읍내의 양아치 청년들이 그녀에게 몹쓸짓을 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할아버지가 밭 일을 나간사이 집에 혼자 있던 그녀를 강 간 했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가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고 주변 목격자들의 진술로인해 바로 잡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 뒤로 그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더 이상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베시시 웃지도 않고, 집 앞 평상에만 얌전히 앉아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게 큰 변화는 몇년간 입어오던 한복을 더 이상 입지 않고, 검정색 원피스만을 입게 되었다.

더불어 할아버지와 둘이 사는데 도통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옅은 화장까지 하고선 말이다.

 




그 뒤로 몇달 후 학교에서는 희한한 소문이 돌았다.

친구들 중 한 놈이 집에 가는 길에 어쩌다 그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갑작스레 그녀가 요염한 표정으로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별 시덥잖게 봤겠지만 요즘들어 겉 치장을 꾸며서 그런지 아니면 본래 미모가 좀 있었던 것인지,

몰라보게 달라진 그녀가 꽤나 예쁘장하게 보여서 호기심이 발동한 녀석은

'까짓거 미 친 년이 어쩌겠어?'라는 심정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가슴을 만져봤단다.

까무라치게 놀라거나 도망갈 줄 알았는데 그녀는 의외로 녀석의 손을 잡더니 원피스 안으로 넣어서 가슴을 만지게 했고,

여자 젖가슴을 처음 만져본 녀석은 되려 당황해서 손을 빼고 도망쳐 왔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또래 친구들은 발 정 난 개 새 끼들 마냥 한동안 '미 친 년'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보면 볼수록 이쁘다는 놈,

올해가 가기 전에 어떻게든 먹어버리겠다는 놈,

어제는 가슴을 만지고 키스도 했다는 놈..

 

 



별에 별 말들이 다 있었지만 그 중에 사실은 몇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로 그녀에 대한 환상과 루머는 점점 거대해져갔다.

여기서 비극이 일어난 건 이 얘기가 들어가지 말았어야 할, 복학생에게까지 얘기가 들어갔기 때문에 일어나게 되었다.

 

 



'독사'는 놈의 별명이자 놈을 설명하기에는 둘도 없이 적합한 단어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인 선배를 반 병 신 을 만들어 소년원에서 1년간 썩다온 놈이었는데

싸움으로도 유명했지만 워낙 더러운 짓도 많이 하는 놈으로도 유명했다.

'독사'에게 미 친 년 이야기는 큰 유혹이었다.

언젠가부터 놈은 말버릇처럼 '그 년 내가 한번 맛좀 보자.'라고 씨 부 리다가 그걸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놈에게 붙어서 여기저기 어줍잖게 권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인 '기생충'. 줄여서 '생충'이라 불리는 놈과 함께.

 

 



생충에게 망을 보게 하고 전의 양아치들처럼 할아버지가 밭일을 나간 사이 독사는 그 집으로 갔다.

독사를 본 그녀는 다른 청년들을 볼때와 마찬가지로 요염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고

바짝 발 정 이 오를대로 오른 독사는 그녀를 끌고 집으로 들어가 강 간을 했다고 한다.

아니 말이 강 간 이지 집 근처에서 망을 보며 모든 소리를 들었던 '생충'이는 절대 강 간 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무런 저항의 소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독사의 헉헉 대는 숨소리만 들었다고 했다.

 

 



어쨌든 절정에 이른 독사의 마지막 탄식 소리를 끝으로 생충이가 집으로 들어가던 그 때 갑작스레 비명소리가 들렸왔다.

그것은 여자의 비명이 아니라 남자의 비명이었고

생충이가 놀라 주춤 했던 사이 비명은 점점 작아지면서 둔탁한 물체로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고 했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녀석은 조용히 방문까지 다가가 문틈으로 안의 광경을 보고서는 겁에 질려 바로 뛰어서 돌아왔다.

그 안에는 독사가 죽어 있었다.

아니, 그게 독사인지 아닌지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방 안은 여기저기서 튄 피로 인해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독사의 배에는 칼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아주 해맑게 미소를 지은 표정으로 망치를 들고 독사의 머리를 계속해서 내리치고 있었다.

뇌수가 흘러 나오고 잔해가 으깨지도록 말이다.

 

 

 



우리는 독사놈의 거행일은 알고 있었지만 그 뒤로는 독사도, 생충이도 보지 못했다.

어른들도 유난히 그 얘기에 대해서는 물어봐도 도통 자세히 대답해주질 않았다.

다들 알고 있는 소문으로는 그저, 전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가 신고를 했으며 그녀는 무죄선고를.

생충이는 범죄 가담여부는 적지만 공범으로 인정되 6개월 정도의 형을 받고 소년원에 갔다는 말만 떠돌았다.

이때부터 다들 할아버지의 집 근처는 아무도 가지 못했다.

나는 갑작스레 호기심이 발동해 근처를 가봤는데 여전히 그녀는 검은 원피스를 입고 평상에 앉아 있었다.

다만 전처럼 웃지 않고 무표정한.. 아니 약간은 우울해 보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날 밤,

학교에 갔다와서 초저녁에 일찍 잠이 들었는데

일을 마치고 오신 부모님이 하는 얘기를 잠결에 얼핏 듣게 되었다.

 



"여보 저 윗집 할아버지네 손녀 말예요."

"그 미 친 년 얘기는 왜 꺼내 흉물스럽게."

"다름이 아니라.. "

 

 



말을 끊고 갑자기 엄마는 내 방 문을 닫았다. 혹시나 내가 깰까해서 그런것 같았다.

난 이미 잠이 깼고, 얘기가 너무나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이 오가고는 있는데 아무리 집중해도 들리지가 않았다.

방문을 조금 열기 위해 문 근처로 가서 손잡이를 잡았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갑자기 대화가 끊기고 발소리가 났다.

이어서 엄마는 문을 열고 내 방에 들어와 가만히 서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깼니?"

 


나는 어찌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자는 척을 했다.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시리 마음이 불안했다.

그 뒤에 엄마가 한 말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어서 일어나. 배추나 옮겨."

 



꿈이었다.

 



일어나보니 엄마는 짜증이 가득찬 얼굴로 날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고 내 방 창문은 열려 있었다.

아빠는 "내일 모레 서른인 새끼가 아직도 집에서...에휴.."라며 한숨만 쉬고 계셨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안다. 나이는 먹어가지만.. 해 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다는 걸.

다만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올해 겨울엔 김장이 좀 맛있게 되었으면 하는 것 뿐이다. 작년엔 좀 짰으니깐....

 

 

 

 

저번에 한번 올렸었는데..짤려서 다시 올려요~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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