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지금으로 부터 딱 10년전 이야기네요
제가 대학교2학년때였습니다.
학교는 방학이고 여름인데도 갈데는 없어서 방콕하고 있는데
저기 태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선배가 놀러오라고 하더군요
일단 바다니깐 짐싸서 친구랑 둘이 놀러갔습니다.
선배가 일하던 곳은 가두리 양식장 우럭양식장이었죠
뭐 매일하는일은 물고기 밥주는거 그거 하나였습니다.
근데 가두리 양식장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일단 주인아저씨(선배네 친척아저씨)가
아침에 내려놓고 가셔서 저녁에 데리러 오셨죠
그런데 어느날인가 가두리 양식장에서 자게됬습니다.
육지에서 가깝고 비도 안불고 바람도 안불어서 뭐 잘만햇죠
근데 새벽에 소주가 너무 땡겨서 선배에게 라면에 소주를 한잔 하자고 했죠
그래서 3명이서 라면을 끓였습니다.
가두리 양식장 컨테이너 건물 안에서 해물라면(새우 우럭 놀래미 쭈꾸미... 라면보다는 해물탕에 면을 넣은거였죠..ㅋㅋ)
다 끓여서 식탁(편의점에 있는 동그란 우산달린 식탁이 컨테이너 창문쪽에 붙어있었죠)으로 가져가 먹기 시작했죠
술도 고팠지만 배가 더 고팠던 터라 일단 라면부터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친구가 갑자기 "야 왜 젓가락이 4개야?" 하는데 저도 약간 뻥지다고 해야하나? 그순간 젓가락을 세어보았죠..
근데 진짜 4개네
손을 따라 움직여 보니 약간 흰고 푸르스름한 손하나가 창문밖에서부터 이어져 있었더군요
그리고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이던 창문밖 바로 유리창 너머에 검푸른 얼굴하나가 보였습니다.
정말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는 20대 초반 남성의얼굴이었죠(지금 생각해보니 많이 피곤한 놈이었던거 같아요)
근데 신기하게도 별로 무섭거나 하진 않고 그냥 불쌍한? 동정심? 이정도의 감정이었죠
그리고 선배가 하는말이 "가~! 이놈아(욕을 좀 한거 같은데)" 하니깐 그냥 가더라구요....
그리고 제 친구는 "아 형 그냥 먹게 냅두지" 라고 말했죠 ㅋㅋㅋㅋ
다들 별로 무섭진 않았던거 같아요
그리고 소주먹고 그냥 푹 잤습니다.
다음날 선배 친척분에게 얘기하니깐 별로 대수롭지 않게 그놈 또왔어? 그러시더군요..ㅋㅋㅋ
가두리 양식장에서 밤에 낚시하거나 일하다가 밤참먹으면 꼭 끼는 놈이라더군요
특별히 사람한테 해를 끼치거나 하진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오늘 비도 오고 하니깐 갑자기 그놈이 생각나네요 잘 살고있으려나?
아니 잘 죽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