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이벤트] 정신과 육체의 관계

쿠라라네 작성일 09.10.08 00: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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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가지 이야기를 하겠다. 정신이 육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기초지식을 쌓아보자.

1. 냉동창고에 몇 사람이 갇히게 되었다. 사람이 안에 있는 줄 모르고 문을 닫은 것이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질러 봤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갇힌 사람들은 결국 밤새 얼어죽었다. 아침에 창고 문을 열었을 때 그들의 몸에는 동사자의 신체적 징후가 뚜렸했다. 그런데 사실 그 냉동창고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고, 얼어죽을 온도가 아니었다.

2.최면술을 본 적이 있는가? 최면에 빠진 상태에서 최면술사가 대상자에게 '당신은 지금 매우 신 오렌지를 먹고 있습니다'라고 암시를 걸면 대상자는 정말 신 것을 먹은듯한 표정과 반응을 보인다.

이 두가지 이야기는 정신이 육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인간은 인식-판단-행동 의 과정을 거쳐 특정한 행동을 하게 된다. 외부상황에 대한 인식이 뇌로 보내지면 뇌는 그에 적절한 판단을 하고 다시 이를 육체로 전달해 행동하게 한다. 이것이 인간행동의 기본메커니즘이다. 첫번째 예에서 갇힌 사람들은 인식을 잘못했다. 그런데 뇌는 그 잘못된 인식에 근거해서 실제로 얼음창고에 갇혔다고 판단했고 그에 따라 신체가 반응을 일으켰다. 두번째 예에서도 현실적으로 없는 것을 대상자는 있는 것으로 인식했고 그에 따른 판단과 행동을 보여줬다. 원래 인식-판단-행동 으로 인간행동은 이루어지지만 특정한 경우 실제상황이 아님에도 뇌의 판단에 따라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정신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이 이와 같다.

사람의 행동을 조종하고 싶다면 판단 부분을 건드리면 된다. 뇌에 직접 '밥을 먹어라' '옷을 벗어라' 와 같은 명령을 할 수 있다면 그런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 다른 방법이 또 있다. 인간의 인식을 조종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하여금 '~~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면 사람은 그에 대응하여 스스로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input 을 통제함으로써 원하는 output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processing을 직접 통제한다면 인간의 자유의지와 판단력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인간이 로봇이나 강시와 다를 바 없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input을 통제하면 인간이 판단력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원하는대로 조종할 수 있다.

매트릭스는 가상현실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실제로 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배양기 속에 누워있는 인간전지일 뿐이다. 가상현실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식-판단-행동 의 매커니즘 중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식 또는 판단 부분을 통제해야 한다. 이 중 매트릭스는 후자의 방법, 즉 인식 부분을 통제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매트릭스가 영속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판단력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식 부분을 컨트롤하는 방법으로 가상현실을 살게 하는 것이 매트릭스의 기본 시스템이다. 인간의 뇌가 전자장치인지 화학적 장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자 신호 혹은 화학물질의 전달에 의해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것이 뇌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인식하면 그것이 전자적 혹은 화학적 신호에 의해 뇌에까지 전달되는데 이 부분을 통제하여 뇌로 하여금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식을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매트릭스 시스템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배양기 속에 누워있으면서도 자신이 하나의 인간으로서 매트릭스 세계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먼저 니오가 현실세계에서까지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을 보자. 니오가 매트릭스 공간에서 능력을 펼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어차피 매트릭스는 가상현실이고, 현실세계에서의 자연법칙이 적용될 수 없는 공간이다.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도 매트릭스에서는 자기가 그렇게 믿으면 할 수 있다. 자기 꿈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인데 매트릭스(가상현실)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니오가 현실세계에서 센티넬들을 물리친 것은 니오가 엑스맨이나 슈퍼맨이 아닌 다음에는 말이 안된다.

앞에서 얘기한 정신과 육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자. 정신(뇌)는 육체를 통제하거나 육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니오는 매트릭스 공간에서 훈련과 경험을 통해 특수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날라다니고, 잘 싸우고 등등 거의 무적이다. 이러한 능력은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능력일 뿐이다. 매트릭스가 인간의 정신을 제어한 가상세계이므로 매트릭스에서 니오가 획득한 능력은 니오의 정신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 정신적인 능력이 특수한 위기상황에서 현실세계에서의 능력으로 발현된 것이 문제의 바로 그 장면이다. 정신수행이 육체적 능력까지 끌어올리게 된 것이다. 즉 매트릭스 세계에서 니오는 정신적 능력을 키우게 되었고, 이것이 현실 세계에서의 육체적 능력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인간의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했을 때 그 지배는 인간의 현실적 능력이라는 한계를 가진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앞의 예에서 얼어죽은 것이나 신 것을 먹은 듯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인간의 능력 범위 내이고,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정신이 육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으나 아무리 정신이 육체에 영향을 준다 하여 센티넬을 물리치는 것과 같은 특수능력까지 발휘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분명 단순한 '정신-육체 영향 이론'으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인간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인간두뇌 중 사용되지 않는다는 90% 부분에 어떻 능력이 숨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을 하겠다. 니오는 보통의 인간보다 이런 능력에 있어 특별한 소질을 가지고 있고(시온을 구할 인물이지 않은가) 그것이 스미스 요원과의 대결 등 여러 경험을 통해 극한으로 단련되었으며 이것이 현실세계에서 센티넬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 이 장면에 대한 가장 편한 설명은 현실 세계 또한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세계라는 것이다. 즉 다층적 매트릭스 구조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으며 시온 사람들은 자신은 현실존재이고 매트릭스는 가상세계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시온 사람들도 또 하나의 매트릭스 안의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다층적 가상현실'이라는 생각은 수많은 sf 소설, 영화 등에서 써먹은 주제이며, 동양에서는 '호접지몽'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현실세계가 또 하나의 매트릭스라고 한다면 니오가 센티넬을 물리친 것은 매트릭스 세계에서 니오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힘을 발휘한 것과 마찬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니오가 이것이 또 하나의 매트릭스라는 것을 깨닫고서 제1매트릭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명에는 무리가 따른다. 니오가 다층적 매트릭스 구조를 깨달았다면 기계도시에 갈 때 그렇게 어렵게 갈 필요가 없다. 그냥 날라가면 된다. -.- 모피어스가 니오에게 매트릭스가 가상공간임을 가르쳤듯이 니오 또한 모피어스와 트리니티 등에게 이것이 또 하나의 가상공간임을 가르치고 다같이 슈퍼히어로가 되어서 싸우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층적 가상공간 이라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이기는 하나 적어도 이 영화에서 써먹을 아이디어는 아닌 듯 싶다.

두번째, 스미스 요원이 시온 병사를 조종하여 시온방위계획을 방해하고, 트리니티와 니오에게까지 위협을 가한 장면을 보자.

스미스 요원은 복제능력을 가지고 있다. 매트릭스 내의 사람들은 스미스에 의해 복제되어 제2, 제3의 스미스 요원이 된다. 이들은 스미스 요원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매트릭스 내의 사람들은 현실 세계 사람들의 정신적 분체라 할 수 있다. 배양소 안에 누워있는 사람들은 매트릭스 내의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매트릭스 내의 정신적 분체가 스미스 요원에게 복제되어 버리면 현실 세계에서의 인간 또한 그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스미스 요원이 기계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스미스 요원이 매트릭스 내의 인간들을 마구 복제함으로써 인간전지로서의 현실인간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인간전지가 잘 작동하려면 매트릭스 세계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스미스에 의해 그것이 방해되고, 현실세계의 인간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게 되어 기계의 연료수급정책이 위협받게 된 것이다.

시온 병사의 경우 그의 정신적 분체가 스미스 요원에게 복제됨으로써 스미스 요원이 그의 정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시온 병사의 육체까지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이러스에 걸린 프로그램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바이러스의 복제와 전파 등, 바이러스의 통제 하에 기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눈을 다친 니오가 마음의 눈으로 상대를 보게 되었을 때(일종의 기를 읽는 것으로 보인다) 시온 병사가 스미스 요원의 모습으로 보인 것은 그 병사의 정신적인 부분이 스미스 요원에 의해 잠식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정신-육체 영향 이론'이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때 스미스 요원이 시온 병사의 뇌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스미스 요원은 복제를 통해 시온 병사를 지배한 것이고 따라서 시온 병사가 죽더라도 스미스 요원에게는 영향이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파일이 삭제되었다고 바이러스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펌] http://largesea.tistory.com/

 

 

 

매트릭스가 처음 개봉했을때, 어느 영화 잡지에서 이런말을 했죠.

"데카르트는 자신을 절대 의심할 수 없는 존재라고 했지만, 그의 후손들은 자신마저 의심하기 시작했다"

매트릭스를 보면서 가장 모호했던건 정신과 육체가 어떻게 서로 작용하는 것일까하는 거였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실은 매트릭스라면 데카르트의 사유도 말짱 헛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그렇다면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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