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학교때 일입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제 경험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잘모르겠네요.
흔히 말하는 빙의현상인가 싶기도하고.. 하지만 전 그때에 저의 기분과 행동을 또렷하게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그당시 집안사정이 잘사는편이 아니라 집이 좋지않아 화장실이 집밖에 있었습니다.
무슨 허름한 창고들옆에 3평정되되는 작은 화장실이 있었는데..
낮에도 그렇지만 밤엔 화장실가기가 더욱이 싫었었죠.
밤에 화장실을 가면 노란색 전구전등이라 침침하고 별로 환하지도 않죠.
제가 그 일은 겪은 그당시는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낮에 경험한 일입니다.
저는 5살 나이차가 나는 남자동생이 하나 있는데 그때의 저의 행동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녀석이죠.
물론 동생은 그때 당시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제가 현재 나이가 서른을 넘었는데..
한번씩 생각날때 동생에게 그때 일을 얘기하면 동생도 역시 그때의 일을 생생히 떠올리더군요.
하지만 형인 제가 왜 그랬는지 제가 했던 말들과 행동들을 아직도 생각하면 이상했다고 합니다.
저와 동생은 남형제이고 동생과 나이차이가 많이나기 때문에 당시 제가 동생을 좀 괴롭히는 편이었습니다.
때리기도 많이 때리고 심부름도 많이 시키고..
그렇다고 동생을 싫어하고 미워한게 아니고 그냥 철없이 힘으로 어린동생을 밀어부치는거였죠.
그렇게 동생한테 장난도 많이 쳤습니다. 밤에 화장실에 갔다오는 동생을 숨어있다 놀라게 한적도 많고
잘 자는 동생 콧구멍을 간지럽혀서 깨우기도하고.. 그런정도의 짖굳음이었죠.
먼저 그때의 일을 저의 시점으로 얘기를 하겠습니다.
어느 맑은 화창한날 오후 전 동생과 놀다 똥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방학때였던걸로 기억나고 집에는 동생과 저 둘이만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직장에 일하러 가셨구요.
화장실에서 똥을 누다 제가 문득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을 놀려줘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떻게 놀라게 해줄까 고민을 했었죠.
그런와중에 저는 정말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 지구가 멸망을 하게 되어 엄마아빠는 물론이고 저와 동생 모든 사람들이 다 죽는다는 설정을 하게 되는겁니다.
티비를보다가 뉴스속보같은걸 봤다던가.. 어디서 전화가 와서 얘기를 해줬다던가해서..
동생에게 다급하게 지구가 멸망을하게되어 모두 죽는다고 설레발을 치자.. 이런 생각을 한거죠.
정말이지 지금생각하면 어이없고 유치하며 멍청한 발상이죠.
동생이 어렸을때 잘울었기 때문에 이렇게 놀려주면 동생이 또 울음이 터질거라고 생각하며 혼자 큭큭댔습니다.
볼일을 다보고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이때의 제 기분과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떤연유에서인지.. 그 생각(지구멸망)이 정작 제 자신에게 현실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때부터 엄청난 좌절감과 공포와 슬픔이 저에게 막 엄습해왔습니다.
심장이 마구 뛰고 제 몸이 엄청난 힘에 의해 눌러지듯이 몸이 무거운 느낌이고..
집으로 돌아 걸어가는 한발 한발이 힘겹더군요.
세상이 한꺼번에 몰락해 없어지는 그 공포심과 광대한 우주 한복판에 혼자 외로이 떠돌아다니는듯한..
외로움과 절망감과 슬픔이 미칠듯이 느껴지더군요.
저는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힘없이 집으로 들어가는데 동생이 보이더군요.
동생에게 저는 힘없이 중얼거렸습니다.
OO야.. 지구가 멸망해버렸다..
동생이 저를 쳐다보더니 으응?
OO야..이 세상이 다 무너져내린다..
하지만 동생이 계속해서 되묻더군요. 무슨말이냐고.
제가 약간 좀 큰목소리로
이 지구가 다 무너져 내린다구.. 세상이 멸망한다구.. 우..우욱 우웩~
말하는중에도 심장에 마구 뛰고 헛구역질이 올라오더군요.
동생이 어..알았다.. 라더군요..
저는 동생손을잡고 엄마를 찾아야된다고 말하면서 집골목을 나와 찻길까지 나왔습니다.
길에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어떤 사람은 저와 제 동생을 힐끔 쳐다봤습니다.
이 지구가 멸망해서 없어지는데 이 사람들은 도대체 태평하게 뭐하는가 싶었습니다.
다시 동생을 델고 집으로 와서 전 방구석에 옆으로 쓰러져누워서 마구 구역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방바닥에 침을 계속 뱉었어요. 작은방과 큰방을 왔다갔다하며 바닥에 드러눕기를 반복했습니다.
저는 이때가 생생하게 기억이납니다. 기억을 모르고 나중에 내가 언제 그랬냐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동생한테 엄마옷을 가져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시키면서도 왜 가져와야하는지 목적이 없었어요.
동생이 주섬주섬 엄마옷을 옷장에서 꺼내오더군요.
제가 그 옷을 들고 동생과 함께 다시 집밖에 나왔습니다. 마침 저희동네의 통장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전 동생을 델고 그 아줌마한테 걸어갔습니다. 제 동생이 아줌마한테 인사를 했고.. 아줌마가 저를 쳐다보더군요.
제가 굉장히 슬픈마음으로 아주머니한테 말했습니다.
아줌마 지구가 다 무너져 내렸어요.
뭐?
세상이 다 무너져 내려요 아줌마
뭐라카노 이아가..
아줌마는 어리둥절하며 저와 제 동생을 번갈아보더군요.
그때 순간 제 정신이 돌아오는게 느껴지더군요. 뭔가 정신이 개운해지면서..
그 무겁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더군요.
슬픈 감정이라던가 좌절감 절망 공포심이런것이 말끔이 없어졋습니다.
그리고 제가 화장실을 나온뒤에 뭘 했고 무슨 말을 했는지..
방금 이 아줌마한테 내가 한 얘기까지 그대로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 아줌마가 저를 보며서 니 뭐라했노? 무슨 소리고? 이러시길래..
그냥 대충 아.. 엄마가 안오셔가지고 물어봤어요.. 하고 얼버무리고는 동생을 델고 냅따 집으로 도망왔습니다.
집안엔 마구 어지럽혀있더군요.
엄마옷이 장농에서 거의 다 꺼내져서 흩어져있고..
몇개되지도 않지만 장난감이라던지 책같은게 마구잡이로 어질러져있더군요.
동생한테 누가 이렇게 해놨냐고 물어보니.. 제가 그랬다더군요.
바닥 곳곳에 제가 뱉은 침들이 보여서 휴지로 닦았습니다. 동생하고 같이 어질러진 방안을 정리했습니다.
제가 그랬다는것이 기억이 분명히 나더군요.. 불과 5분전까지 있었던 제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절망감 공포감 슬픔..
그리고 동생한테 물어봤습니다. 제가 어땠는지.. 어떤 행동을 하였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다음은 저의 이상한 행동을 옆에서 지켜봤던 동생의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