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콜라는 누가 마셨을까?

단한번도 작성일 10.08.19 02: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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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쯤 전에 옛날에 연신내에서 겪었던 일을 올렸던 적이 있었죠.

 

그 후 친구와 전 부근의 연립주택의 2층으로 급히 이사를 했습니다.
그 집은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 분위기도 건전하고..ㅋㅋ
번화한 거리에 있어서 밤에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다
간판불빛 덕분에 불을 다 꺼도 집안이 훤했지요.
그 집에서 사는 동안 별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예! 거의요... 단 한번 이상한 일이 있었죠.
그럼 시작해볼까요?

 

먼저 그 집의 구조부터 설명해야겠네요.
대문을 열고 바로 옆의 계단을 올라오면 우리 현관문이 있고
안으로 들어오면 현관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친구놈 방, 제 방이 연달아 있고
우측으로는 길게 주방겸 거실이었고,
주방의 가장 안쪽에 제 방문의 맞은편에 냉장고가 있었구요.
욕실은 현관문의 맞은 편 즉, 욕실문이 제 방문과 냉장고 사이에 있었죠.

 

                    창문          창문 
             ------====-----------====-------
             |                    |                        |  대충 이런 구조였음.
             |   친구 방       |    내 방             | 
             |                    |                        |
             |-----====--------------====------ 
        현  ||                                      ||    |
        관  ||       거실                 |----| 욕  |  
             |                                | *   | 실  |  *는 냉장고
             ----------------------------------


당시는 스타크래프트가 막 히트를 치기 시작하던 때였고
그에 맞춰 동네에 1~2개의 pc방이 생기기 시작하던 시기였죠.
당연히 친구와 전 퇴근 후에는 베틀넷에서 살았었죠...
또, 그 때는 제가 탄산중독에 걸려서리
콜라를 거의 하루에 pet병 하나를 마셔야 했지요...ㅠㅠ

 

그 일이 있던 때는 8월 초로 한참 더울 때였습니다.
그날도 전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친구놈과 pc방의 빵빵한 에어콘 아래서 열심히 승수를 쌓고 있었는데
11시쯤에 친구놈 여친이 친구놈에게 전화로 호출을 하더군요!
이제 친구놈은 여친과 놀다 새벽에나 술에 취해 기어들어오는 스케쥴이 잡힌거죠.
(이 놈이 제가 자는 새에 몰래 여친을 데려와서 자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었죠)

 

그래서, 우리는 게임을 접고 pc방에서 나왔습니다.
친구는 여친에게로, 저는 콜라 한 병 사들고 집으로... 그전에
"야~ 여름에는 00(친구여친 이름) 데려오지말라고 했다!"
제가 잠을 잘 때는 완전탈의를 하는 습관이 있고 
에어컨 없는 집이라 창문, 방문 다 열어 놓고 자야하다 보니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코자 친구놈에게 다시금 다짐을 받았죠.

 

그렇게 집에 와보니 냉장고에는 아직 콜라가 병의 절반이상이나 남아 있더군요.
'아, 오늘은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바람에 콜라가 남아 있었네'하며
남아 있던 걸로 한 잔하고는 새로 사온 놈은 냉장고 선반 깊숙히 넣어두고
잠을 청했습니다.

 

한참을 열대야의 더위공격에 뒤척거리며 잠을 자다가
갑자기 밝은 불빛에 잠을 깨게 되었습니다.
깨어보니 얼굴을 방문쪽으로 두고 옆으로 누워있는 자세더군요.
그런데,
누군가가 냉장고문을 열어둔 채 그 앞에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콜라를 병에 입을 댄 채로 벌컥벌컥 마시고 있더군요.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보니
그 누군가는 여자였습니다.
긴 생머리에 으뜸가리개와 버금가리개만 하고 있는 45도 뒷모습.
전 얼른 눈을 감으며
'xx! 내가 그렇게 경고했드만, 이강아지 xx, xx'
친구놈이 또 여친을 몰래 데려왔고
그 여친은 조심성없는 모습으로 내 소중한 콜라를 그것도 입을 대고 마시고 있다고 생각했죠.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제 상태가 얇은 여름이불만 가랭이 사이에 낀 채 그 방향으로 누워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대로 친구여친이 조금만 돌아서면 민망한 시츄에이션이 벌어질 상황...
저는 "음냐~, 음냐~"이러면서 반대편으로 돌아누웠죠...ㅠㅠ

 

그러고 있는 제 등뒤로는 냉장고 닫는소리, 욕실문 열고 닫는소리, 변기물 소리가
차례로 들려오더군요. 
그런데, 다시 들려야 할 문열고 나오는 소리가 나지 않는겁니다.
그 소리를 기다리다 어느새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아침...

 

일어나 아침도 먹지 않고 대충씻고 일찍 출근을 하면서보니 친구놈 방문은 닫혀있더군요.
퇴근길에 어떻게하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친구놈이 여친을 데려왔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할까,
그래서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을 받아낼까 고민을 하다가
확실한 물증인 콜라가 줄어들었다는 걸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계획을 잡았죠.
(당시 친구놈은 이가 좋지 않아 치과에서 탄산음료 마시지 말라고해서 콜라는 입에도 대지 않았으니까요)

 

집에 도착하니 친구놈은 벌써 들어와 있더군요.
전 얼른 냉장고를 열어 보았지요.
과연 새로 사온 콜라가 거의 1/3이나 줄어든 채 냉장고문에 꽂혀 있었습니다.
"어~ 어제 새로 사온 콜라가 왜 이렇지? 난 남은 거 마셨는데...
너 혹시 밤에 여친 데려온 거 아냐?"

 

'완벽해, 자 이제 실토하시지...ㅎㅎ' 이러면서 친구놈을 쳐다보니
"나 여친이랑 어제 외박하고 좀 전에 들어왔는데?" 이럽디다.
......
친구는 여친 바래다주다 땡겨서 여관가서 오후까지 잤다는 겁니다.

 

그제서야
출근할 때 친구놈과 그 여친의 신발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
여친이 최근에 파마를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친구놈이 말했었다는 것,
등 등이 기억나더군요.

 

허겅~
그럼 도대체 누가, 아니 무엇이
내 자는 모습을 훔쳐보았고,
소중한 내콜라를 마셔댔고,
욕실에서 볼일까지 봤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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