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례1 - 귀신사는 방.

단한번도 작성일 10.10.28 06: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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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6살이었을 때였구요.
그 일이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귀신을 보게 된 경우였죠.
당시 워낙 놀랬었던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 때에 제 부모님이 처음으로 집을 사셔서 독립을 하셨었죠.
저희 식구가 이사를 가게 된 그 집은 단층 양옥이었는데
본채가 ㄱ자모양으로 있고, 마당이 있고, 대문옆에 방하나 부엌하나의 별채가 따로 있는 그런 구조였구요.
본채나 별채 모두 방문은 나무틀에 불투명한 유리가 끼여있는 미닫이문이었고
방문을 나오면 툇마루라 해야하나 하여튼 마루가 길게 있고 마당으로 내려오기 전에
다시 나무틀에 이번엔 투명한 유리가 끼인 미닫이문들이 있는 형태였죠.
(자세히 설명을 해두는 이유가 있겠죠^^)

 

본채가 제법 넓어 저희 가족이 넉넉하게 쓸 수 있어서 별채는 세를 주었는데
세를 들어오신 분은 젊은 여자분이셨지요.
나이는 대충 20대 중후반인 것 같았고
혼자 사셨는데 한 달에 한 번정도 어머님인가 다녀가실 뿐
직장이 없었는지 낮에도 집에 계시고 한번씩 외출만 하는 정도였죠.
어머니는 그 분을 '서양'(성이 서씨라서)이라 부르셨고 저도 그만 '서양언니'라 불렀죠.
(제가 남자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나이였던만큼 널리 이해를...)
 
아무튼 어린 제 눈에는 엄청 이뻣드랬지요....ㅋㅋ
그 분도 절 무척 귀여워해서 절 당신방에 자주 데려가 놀아주고
맛있는 과자도 주고, 만화책도 읽어주고(저 만화책 읽으며 한글 배웠습니다ㅠㅠ)...
당시 어머니도 직장이 있으신 관계로 낮에는 집을 비웠었는데
낮에 저 혼자 있는게 신경쓰였었는지 그 분이 절 데리고 놀아주시니 좋아하는 눈치였죠.

 

그렇게 나름 행복한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어느 초겨울날, 
그 날도 '서양언니'의 방에서 즐거운 오후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리고 그 전화를 받은 그 분은 제게
잠깐 나갔다 와야하는데 그 동안 혼자서 그 방에서 과자나 먹으며 놀고 있으라며
급히 외출준비를 하시더군요.
나가면서도 연신 "혼자서 괜찮아?", "금방 올테니 꼭 여기있어!"라는데
집에 가겠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게 아무도 없는 방에 저 혼자 과자먹고 만화책보며 노는데
겨울이라서 그런지 늦은 시간도 아닌데 방이 어두워 지더군요.
방 안도 왠지 갑자기 추워진 듯했고...
금방 온다던 '서양언니'는 오지도 않고 점점 어두워지고
전 몇시나 되었나 벽시계를 바라봤죠.
(어릴 때는 나름 영특해서 그 나이에 벌써 시계를 읽을 줄 알았답니다.ㅋㅋ)


방 안이 어둑하니까 일어서서 고개를 처들고 시계바늘을 열심히 쳐다보는데,
시계가 걸린 바로 아래에 작은 그림이 하나 걸려있었는데
순간 그 그림 아래로 뭔가가 흘러내리듯 벽을 따라 쓱~ 나타나더군요.

 

워낙 어릴 때라 그게 뭔지 생각도 못하고
뭐가 흐르나 볼려고 오히려 한발짝 다가서는데
그 것이 벽을 따라 문쪽으로 스르르 움직이는게 아닙니까?
에고, 그제서야 무서움이 발동되더군요.
전 비명을 지르면서 문을 향해 달렸고 미닫이로 된 방문을 열어젖히고는
마루로 나와 마루쪽 미닫이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놀래서였는지 그 문을 여는데 실패를 했죠.
(제 기억엔 문이 좀 무거워 평소에도 쉽게 열 수 없었으니까요.)
그렇게되니까 본능적으로 마루를 달려 부엌쪽으로 피했는데 문이 잠겨있데요.
전 고개를 돌려 그 것이 있던 방쪽을 쳐다보고는 기절해 버렸습니다.
그 것이 방문을 지나 제쪽으로 오고 있기 시작했으니까요...

 

퇴근하신 어머니가 기절한 저를 발견하고
제방으로 데려와 한참을 흔들어 깨워서야 전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기절한 채 1시간 가까이 거기 누워 있었나봅니다.

전 깨어나자마자 그 방을 가리키며 귀신...귀신...이라 연신 중얼거리더랍니다.
(어머니의 증언 - 전 기억에 없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쓰러져 밤새 앓았구요.

 

그리고 그 다음부터 한동안 그 별채를 '귀신사는 방'이라며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잘 대해주던 '서양언니'도 멀리했구요.
얼마지나지 않아 그 '서양언니'도 가위가 자꾸눌리고 무서워서 못살겠다고 나가셨구요.
그 별채는 이후 창고처럼 사용하고 세를 놓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쯤 그 집을 팔고 이사를 할 때까지
전 그 별채근처에도 가지 않았구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서양언니' 그 분도 얼마나 속상하셨겠어요?
자리를 비운 사이 제게 그런 일이 일어났으니...
그 일 이후에도 계속 걱정해주고 살갑게 대해주시던 그 분을 자꾸 피하려했던게 마음에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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