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제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고 친구놈이 겪은 이야기입니다.
(전 약간 참여하는 정도...)

제 고딩적 친구중에 직업이 00(군사기밀 수준)인 녀석이 있습니다.
이 친구 취미가 RC 모형헬기수집 (뭐 직접 제작,비행까지)입니다.
이쪽 취미를 가진 분들이 다 그렇겠지만 제가 봤을 땐 마니아 수준이고
동호회 사람들끼리 미사리나 여의도 등지에서 모임도 자주하고
사무실에 놀러가면 가장 잘보이는 선반에 고가의(6채널짜리라데요) 삐까번쩍한 헬기가 2대나...
물론 집에도 초창기에 만들었던 것들도 여러 대 있다더군요.
컴퓨터에 헬기조종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깔려있을 정도...
(전 그 시뮬레이션만 한 번 해봤는데 제법 어렵더군요ㅠㅠ)
 
근데, 하루는 그 놈 사무실에 놀러갔는데 친구놈 인상이 별로 좋지 않더군요.
수사 들어가야죠.^^
친구 왈 "갑자기 일이 너무 꼬이고 주변에 안 좋은 일들이 자꾸 생겨서......"

내용인즉, 한 달쯤 전부터
아무 문제 없이 잘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크레임이 걸리고,
건강하시던 아버님이 갑자기 쓰러지시고, (다행히 큰 병환은 아니셨구요)
얌전하던 동생이 폭행사건에 연루되고...
그렇게 안 좋은 일이 연속으로 터져서 우울모드랍디다.

그래서 제가 꼬드겨서 잘 아는 후배 00(신기 충만한 친굽니다...)를 그 날 저녘에 만나게 했죠.
자초지종을 말하고 혹시하고 물어봤는데 아니나다를까
제 친구에게 나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면서
친구놈 사무실에 한 번 가보자고 하데요.

뿔도 단 김에 빼라고 그날 밤 바로 친구 사무실로 갔죠.
친구 사무실은 어느 오피스텔 건물 안에 있었는데
후배가 그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더군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서는 갑자기 온갖 짜증을 다 냈구요.
(그래요, 그 후배는 여자임...)

친구와 전 후배에게 등 떠밀리듯이 밖으로 나왔고
커피숖에 앉아서 후배에게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당시 후배의 대사:
"00오빠, 오빠 사무실에 있는 헬기 중에 왼쪽에 있던 노란색 그거 당장 갖다버려."
"거기에 남자애 귀신이 붙어었어. 한 10살 쯤 되는...!"
"얼마 전, 한달쯤 전에 달라붙은 것 같은데 그게 자기거라고 하면서 오빠를 자꾸 해꼬지 할려해."
"알았지? 당장 버려야 해! 혹시 모르니까 다른 것도 치우고."

그러자, 친구놈이 약간 창백해진 모습으로 이야기하길,
그 때쯤해서 동호회에서 여의도 63빌딩 앞 고수부지에서 헬기를 띄웠었다고,
두 대 다 가지고는 갔는데 노란색 헬기는 풀밭에 두고
다른 헬기(색상과 특징은 밝히지 않으려구요.)만 가지고 놀았는데
집에 올려고 정리를 하는데 띠우지도 않은 노란색 헬기 꼬리날개에
갈색의 얼룩이 묻어 있었고 잘 지워지지 않아 고생 좀 했었다는 것과

그 노란색 헬기의 꼬리 날개의 정지상태가 퇴근 할 때와 달리

다음 날 출근해서 살펴보면 조금 달라져 있다는 것,
최근 며칠 전에 꿈을 꾸었는데 아주 좁은 골목길에서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꼬마 남자애와 마주쳐서 꿈속에서도 너무 놀랐었다는 것이었죠.

친구놈 이야기까지 듣고나니 저도 섬찟한 느낌이 드는데
여러 좋지 않은 일을 당한 당사자는 어떻겠습니까?
게다가 후배가 다른 헬기에 옮겨갈 수도 있으니 그것도 꼭 버리라는데야...

다음날 저녘, 그 친구놈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랑 헤어지고는 그 길로 바로 사무실로 가서 노란 놈은 처단을 했고
다른 놈은 예전부터 그 걸 가지고싶어 안달이 났던 동호회 사람에게 주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보고를 하는 친구놈 목소리가 꺼져들고 있더군요.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던 놈들을 둘씩이나 없애야 했으니...ㅋㅋ

그리고는 거의 두 달만에 그 친구 사무실로 놀러가게 되었지요.
헬기들이 놓여있던 그 선반에는 예쁜 선인장들이 놓여 있었구요.
그 강력한 꼬마귀신은 선인장에는 관심이 없었던지
친구놈의 모든 게 다 좋아지고 있답디다.

(흠~, 그 또다른 모형헬기는 괜찮은 건지, 그 걸 받아간 사람은 무탈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