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례2 - 난 잠든게 아니었는데...

단한번도 작성일 10.10.28 0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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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건 제가 최근,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귀신을 본 경우입니다.
좀 창피한 일이라 제 주변사람들은 대부분이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정도의 수준...ㅋㅋ)

 

때는 2008년 재작년 여름이구요.
당시 전 인생의 무게를 절실히 느껴야만 했던 시절이었고
거의 매일 술을 마셨었지요.
몸과 마음이 망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고 하는게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그래도, 주변에는 티를 내지 않아서
여전히 좋은 친구, 믿음직한 상사역할은 잘 하고 있었지만...


각설하고,

그 일이 일어난 날은 평소 알던 분 부친이 돌아가셔서 병원영안실로 조문을 가게 되었죠.
신기가 강한 후배가 그 해에는 상가집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기에...
(저같은 상황의 사람이 상가집가면 객귀가 붙는 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왠만하면 조문은 가지 않았는데
절대 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구요.

 

같이 갈 친구랑 시간을 맞추다보니 자정이 다되서 가게되긴 했지만
경건한 분위기고 후배이야기도 있고 해서
2시간 정도 머무는 동안 소주 반병정도 했는데
조문을 마치고 택시타고 우리 아파트단지 입구에 내릴 때에는
이상하리만치 만취상태가 되어 버렸지요.
(아마 매일 마신 술에 간이 버티기 힘들었나봅니다...ㅠㅠ)

 

최대한 정신을 추스려 경비실에 인사도 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트에 타서 버튼 제대로 누르고 올라가기까진 잘 했는데...
집문 앞에서 키버튼을 자꾸 틀리게 눌러 한참을 들어가지 못하고
넥타이는 끌러 한 손에 들고 비틀거리며 서있었죠.

 

그런데,
아래층의 센서등이 들어오데요.
"응? 엘리베이트는 여전히 내가 서 있는 층에 머물러 있는데, 아래층에서 누가 나왔나?"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떤 남자가 계단으로 천천히 올라옵디다.
순간 강도인가 긴장했죠. 긴장하니 술도 확 깨어지고.
혹시 모르니 반격할 자세를 취하고 눈을 크게 뜨는데
계단 중간참까지 올라온 그 형체가 휙~하니 제 눈 앞까지 날아오듯 다가오는게 아닙니까?
그렇게 기절.
 
그러고는 눈을 뜨니 이른 아침,
앞집 아주머니 교회가시는 길이었는지 그 시간에 나오시다가
문 앞에 쓰러져있는 절 깨우시고 계시더군요.
아주머니 : "여름이더라도 여기 이렇게 주무시면 병나세요!"
저 : "......"
그냥 꾸벅 인사하고 부리나케 버튼키 누르고 집에 들어오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참고로, 저 단한번도 술에 취해 쓰러진 적 없습니다. 믿어주세요...ㅠㅠ
그리고 전에 살던 아파트 앞집 아주머니 "전 절대로 잠든게 아니었어요~"


정말입니다. 그 날 전 귀신을 봤습니다.

그 것의 입이 꿰매진 얼굴을 보고 말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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