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이 써늘했던 이야기

단한번도 작성일 10.09.28 02: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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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여러분들도 1~2초차이로 자칫 황천길 갈 뻔 했던 적이 있는지요?
엄청난 교통사고가 날 뻔했던 아찔한 상황을 모면하고
정말 옆구리가 뻥뚫린 듯하다가 순간 온 몸의 기운이 쏙 빠지고 식은 땀으로 목욕했던
기억이 나서 주제가 약간 벗어나지만 한 번 올려봅니다.

 

그 때가 제가 25살이었고 대구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로
수성구 범어4동의 00아파트에 살고 있었죠.
학생주제에 마이카도 있었는데 "스쿠프"였구요.
(대충 제 나이가 감이 잡히시는 분들도 있겠군요..ㅋㅋ)
등,하교때는 버스타고 제차는 본가에 갈 때나 여친과 드라이브할 때만 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 차 운전석 앞바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군요.
"똑또로록.."마치 구슬 굴러다니는 듯한 소리가
저속으로 달릴 때만 나고 30~40키로 이상에서는 나지 않고 그러더군요.
그러다가 며칠 후부터는 그 소리가 오히려 희미해져서
오히려 신경이 별로 쓰이지 않게 되었죠.

그러고는 다시 며칠 후...

 

사건 당일(금요일이였던 듯) 저녘,
여친과 데이트를 즐기고 마지막 코스인 여친네 아파트주차장에서
이런얘기 저런얘기를 나누다가
여친이 지난 밤 꿈얘기를 해주데요.
대충 제가 어릴 때의 모습으로 친구들과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져 왼쪽 다리를 다치더라는 내용이었구요.

 

여친을 집으로 올려보내고는 출발하면서 왠지 꺼림직해서
그 길로 본가로 갈려던 걸 다음날로 미루고
제 집으로 향하는데...

 

여친은 선프라자 맞은편 아파트 단지에 살았고
제 집까지는 차로 1분거리쯤 밖에 되지 않았었는데
여친네 아파트 단지를 나오면 바로 선프라자 앞의 4거리 교차로이고
그 교차로가 제가 갈려는 방향으로 약간 내리막이었죠.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건너기 시작하는데 그 중간쯤에서 갑자기
제 차가 옆으로 기울면서 왼쪽 앞바퀴가 쑥 빠져버리고
그 자리에선 도로와 바퀴축이 부딛쳐 굉음과 함께 엄청난 불꽃이 튀면서
그렇게 그대로 차가 약간 왼쪽으로 휘는 방향으로 상당한 속도로 쭉 미끄러지더군요.

 

맞은편엔 신호를 기다리던 봉고차가 있었고
핸들은 말을 전혀듣지 않고
제 차는 불꽃을 튀기며 그 차를 향해 돌진...
마치 영화속 카액션의 한 장면이 연출되는 듯 했죠.

그 순간 눈은 뜨고 있는데 앞은 보이지않고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머리 속엔 '이렇게 내가 죽나보다'라는 생각만 가득 하더군요.

 


물론 전 그 때 살았습니다. 전혀 다치지도 않고.

 


천운이었는지, 봉고차 운전자분이 운전의 신이셨는지
그 짧은 찰나같은 시간에 봉고차의 회피기동이 이루어졌고 
봉고차 뒤엔 다른 차도 없었기에
아무런 사고 없이 제 차는 봉고차가 서있던 쪽의 연석에 걸려 멈추었구요.
제 차의 앞바퀴는 봉고차 옆구리에 부딪친 후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굴러 들어오더군요.

 

전 얼이 빠져서 차에서 내려 봉고차 운전자분에게
연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외쳤고,
그 분도 너무 놀란 나머지 제 차 앞바퀴에 차 옆구리가 좀 긁히셨는데도
놀랐다, 다행이다라는 말만 계속 하시다가 그냥 가시더군요.
여친도 엄청난 소리에 혹시나하고 나왔다가 놀라 달려와 옆에서 울고....쩝.


그렇게 제 차는 폐차를 했습니다.
휠과 바퀴축을 연결하는 볼트가 끊어져서 일어났던 일이었구요.
처음 구슬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4개의 볼트 중에 첫번째 볼트가 끊어져서
휠캡 때문에 휠안에 갇혀 굴러다니며 냈던 소리고,
다음에 소리가 좀 줄어든 건 두번째 볼트가 끊어져 소리가 상쇄되면서 그랬던 것이고,
당일엔 세번째, 네번째가 동시에 끊어져 휠이 빠져 버린 것이더군요.
(누가 그 두꺼운 볼트가 끊어졌으리라 상상을 했겠습니까?...ㅠㅠ)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참 천운이었다 싶은 것이
만약, 그 때 여친이 꿈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전 본가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탔을거고
고속도로에서 그런 사고를 만났더라면?
또, 그 봉고차 운전자분이 제 차를 처음부터 보고 있어서 다행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이런 경험도 좀 다른 각도에서 무서운 일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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