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올립니다.

원빈비슷 작성일 10.10.27 20: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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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받았네요...ㄳ 합니다..보상을 바라지는 않았지만..ㅋ(하사달고싶엉~!) 또올립니다..

 

 

# 할아버지가 드신 것

 

 

나의 할아버지는, 손녀인 내가 봐도 신사적인 분이셨다.

 

그러나 할머니 말에 따르면 전쟁에 징병되어 다녀온 이후로 많이 바뀌신 것이라고 했다.

 

술 담배를 일체 하지 않고, 도박이나 여색도 밝히지 않고 채식주의로 식습관도 변경.

 

그 대부분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이후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하셨다.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아마도 생활이 완전히 바뀔 정도의 지옥을 보고 오셨던 탓이리라.

 

할아버지는 전우의 이름을 새긴 위패 같은 것을 항상 집안에 모셔놓은 불단에 바치고 열심히 기도를 올리곤 하셨다.

 

그런 할아버지였지만 80대 중반 무렵 치매 증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이른 아침, 큰 소리로「하낫, 둘! 하낫, 둘!」하고 구령을 붙이며 상반신을 벗은 채 집 주변을 달렸다.

 

그게 처음으로 기억한다.

 

어떤 때에는 낮에 싸이렌을 울리며「공습경보! 공습경보! 대피, 대피!」하고 집안을 떠들며 돌아다녔다.

 

어느 날 밤에는「등화관제! 소등, 소등!」하면서 집안의 불을 모조리 꺼버리셨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였는데 당시 그때는 엄청 놀라셨다고.

 

아무래도 그 증상들은 모두 일시적으로 전쟁 당시의 행동 같았다.

 

예전의 할아버지의 온화함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큰 쇼크였지만,

 

그럼에도 집을 잃어버리거나 폭력을 휘두르거나 하지는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다만, 아들과 함께 내가 저녁식사를 친정에서 같이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메뉴는 스키야키. 할아버지는 언제나처럼 고기 요리는 쳐다보지도 않으셨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가족이 먹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한 적도 없었다.

 

함께 식사는 하지만 고기에 손은 대지 않을 뿐.

 

그때였다.

 

「너희들, 공양은 올리고 먹고있는거냐!」

 

갑작스런 큰 소리에, 식탁의 시간은 순간 정지한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는 모두가 지켜보는 와중에 혼자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투덜투덜 중얼거리며,

 

냄비에서 한 조각의 고기를 집어들고 입에 넣으셨다.

 

그리고 힘 없는 목소리로

 

「이건 어디 고기냐···?」

 

하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잠시 후 어머니가 근처 정육점 이름을 말하자

 

「그런 것을 묻는게 아니야!」

 

하고 또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가 피가 쏠렸는지, 할아버지는 두 세번 가볍게 머리를 흔들더니 그대로 식탁에서 일어나셨다.

 

어머니가 따라갔지만 잠시 후 돌아왔다.

 

아무래도 언제나처럼 불단에 가서 기도를 올리시는 것 같았다.

 

그 후의 식탁은 아무도 말이 없었다. 아들은 반 울상이었고.

 

반년 정도 후, 할아버지는 입원을 하셨고 결국 2년 쯤 후 돌아가셨지만 그 사이에도 몇 번인가 유사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는 치매 증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때 이야기를 다시 되새겨보면

 

 

 

「뭘 드셨길래?」

 

라는 것이 자꾸 맘에 걸린다.

 

 

 

*실제로 2차대전 태평양 전쟁 당시, 식량공급이 끊기자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일부 일본군이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죠.

전쟁이란 정말 끔찍한 것 같습니다..

 
# 자명종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조금은 섬뜩한 이야기-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의 이야기.


나는 학교 근천의 맨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고, 매일 동아리 활동 때문에 알람시계를 아침 6:30에 맞춰놓았다.

 

나는 아침 잠이 많은 편이라 일부러 소리가 큰 알람시계를 샀었고,

 

게다가 스윗치를 다시 넣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다음 날 아침이면 울리는 시계였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되어 고향에 내려갔는데, 깜박하고 알람시계의 스윗치를 끄고 가는 것을 깜박하고 말았다.

 

아마 한달간 매일 아침 6:30에 크게 울어댔을 것이다. 

 

9월이 되어 내가 자취방에 돌아오자 누군가가 침입했었던 듯 유리창이 깨져있었고,

 

머리 맡에 있던 자명종은 완벽히 박살나 가루가 되어 있었다.
 
아무 것도 도둑을 맞은 흔적은 없었다.

 

아마도 옆 집이나 위 아래 집에 사는 누군가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에 분노, 남의 집에 방망이나 뭔가를 들고 침입해서


광분한 모습으로 시계를 부수는 모습을 생각하면 조금은 섬뜩하다.

 

물론 내가 잘못하기는 했지만...

 
# 어머니의 죽음

 

 

학교에서 돌아온 유미.

 

한 여름 뙤약볕의 시골길을 한참 걸었더니 무척 목이 말라 집에 오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보리차를 마시려고 보니

 

부엌 한쪽 구석의 공간에 엄마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깜짝 놀라 컵을 떨어뜨리며 비명을 지르려던 그 순간, 옆 방에서 아빠가 걸어나왔다.

 

「유미? 침착하고 잘 듣거라. 엄마가 바람을 피웠단다.

 

너도 버리고 다른 남자를 따라서 나가려고 했어. 그래서 싸우다가..

 

이 애비가 그만 엄마를 죽여버리고 말았단다...」
 
하며 울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그 도를 넘은 충격적인 상황에 유미는 침착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교도소에 보냈다가는 친척도 없는 유미 자신은 고아원에 맡겨질 이 분명했다.

 

유미는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다. 아버지를 경찰에 보내지 않기로.

 

이대로 둘이 함께 살기로 했다. 그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교복을 갈아입으려 하는 순간, 방 구석에 작은 메모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유미? 도망치거라, 아버지가 미쳤어!」

 
# 키보드의 뒤편

 

 

반년 전쯤? 엔터키와 쉬프트키 사이에 두 가닥의 실이 삐죽 삐져나왔었다.

 

나는 그때「왠 머리카락?」하며 슥- 그 실을 뽑았다.

 

그런데 방금 전, 엔터키가 자꾸 덜컥거리길래 엔터키를 뽑고 그 뒤를 보자 더듬이가 없는 바퀴벌레의 시체가 들어있었다.

 

 

 

즉, 나는 반년간이나 엔터키 뒤에 바퀴벌레 시체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 긴 시간동안 수천, 수만 번이나 바퀴벌레의 머리를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 남편의 꿈

 

 

남편과 아내, 단 둘이 사는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1개월 정도 전부터 매일 같이, 꿈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안 가는 이상한 꿈을 꾼다고 한다.

 

「한밤 중, 문득 깨어나. 그러면 천정에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매달려있고,

 

목만 내 쪽을 향해 '너는 이제 충분히 살았지, 나랑 바꿔줘' 라고 해.」

 

남편은 마치 아침인사처럼 「오늘도 또 그 꿈 꿨어...」하고 매일매일 아내에게 상담했기에, 아내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일어나서 잘 잤어? 밖에 말하지 않는 것이다.

 

아내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 이상한 꿈, 안 꿨어?」 하고 묻자 남편은,

 

 

 

「무슨 꿈?」

 
# 지하철

 

 

그 날따라 지하철엔 사람으로 붐볐다.

 

「아...이러다가 수업에 늦겠는걸.」

 

대학생 A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이 빨리 안오나 주위를 둘러보던 A는 한 중년남자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헤메는 모습을 보았다.

 

「저..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A는 남자대신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고 길도 헤쳐나가주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그저 전 할 일을 한 것 뿐인데요 뭘.」

 

A는 남자에게 작별을 고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러가려고 했다.

 

그 순간 중년남자가 A에게 말했다.

 

「저, 학생에게만 특별히 말해주는건데요. 내일 x시엔 지하철을 타지않는게 좋아요.」

 

꺼림직했지만 A는 대충 알았다고 한뒤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갔다.

 

다음날 어김없이 지하철을 타러 가려고 했던 A는 어제 그 남자 말이 생각났다.

 

그냥 무시하기엔 뭔가 꺼림직했던 A는 버스를 타고 학교로 등교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TV를 켜보니 뉴스속보가 방송중이었다.

 

그리고 A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기가 타려던 그 시간 지하철에 어떤 사이비종교 광신도가 독극물을 뿌려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였다.

 

 

 

이 사건이 그 유명한 일본 옴진리교 지하철 테러사건이었다.

 

 

 

*'옴진리교 가스테러사건'이란?

1995년 3월 20일, 옴진리교 교주의 지시를 받은 신도들이 교주의 종말론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 도쿄 지하철 5개 전동차 내에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대상으로 맹독성 가스 사린 살포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5,500여 명이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등 심각한 중독현상으로 쓰러졌고, 이 중 1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사이비 종교집단이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 다량 살상을 노렸다는 점에서 아주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교주인 아사하라 쇼코는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중)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와 영화 <러브익스포져(2008)> 등 옴진리교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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