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에서.

막장킬러 작성일 12.08.22 14: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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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글 남기네요.

군전역하고 이래저래 바빠서 몇년만에 다시 왔네요.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데...

 

대구 팔공산에서 잠깐 일할때 겪은 일을 써보려구요.

 

군전역하고 불완치성빈혈 경증때문에 병원을 다니던 때였습니다.

 

한동안 푹 쉬다보니 휴대폰에 누구한테 전화오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하루하루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죠.

 

그러다 예전 고등학생때 아르바이트 했던 고기집에서 일할사람 없다고 좀 도와달라더군요.

 

마침 몸도 다시 좀 움직일겸 흥쾌히 응했습니다.

 

한동안 생활할 짐가지를 꾸려 팔공산에 있는 오리고기집으로 갔죠.

 

사장이 지내는 집(이층)밑에 남자 직원들이 생활 할 수 있는 기숙사가 있었습니다.

 

쌀쌀한 초겨울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있었죠.

 

몸을 계속 움직여서 그럴까요 건강이 안좋아 침울해 있던 저도 뭔가 활발하게 된 것 같아,

 

다시 웃으면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일끝나고 (대충 저녁11시경) 털레털레 기숙사쪽으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식당이 제법 산쪽에 있어서 해지면 상당히 추운데, 계단을 내려가고있는데 그날 따라 뭔가 상당히 춥더군요,

 

아니 춥다라기보단 좀 오싹오싹 등골부터 쭈뼛거리고 머리카락이 서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어휴 마감한다고 이것 저것 하느라 땀을 좀 흘려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며 계단을 내려갔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항상 반겨주던 개들이(기숙사 앞에 개를 네마리 정도 키우고있었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저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애칭으로 진순아 진순아~ 오늘 몸 안좋냐 왜그래 하고 살짝 손을 뻣었더니 그르릉, 하고 평소와 다르게 대하더군요.

 

에이 이놈봐라, 하고 장난으로 흙을 툭 차고 기숙사로 들어갔습니다.

 

일찍 마치고 내려간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에서 티비며, 군것질 거리며 이것저것 하고 있드라구요.

 

전 마침 오후에 돌려놓은 세탁물이나 널까 해서 담배한대 꼬나물고 기숙사 문을 드르륵 열었습니다.

 

빨래 바구니에서 대충 빨래를 주워 널고있었는데(기숙사 앞 기둥에 못을 박아 줄을 연결해서 앞쪽 나무 기둥과 가지에 묶어놨습니다)

 

살살 소변 신호가 오더군요. 담배불을 탁탁 손으로 튕구고 나서 꽁초바리 던지고는 나무에다가 시원하게 갈기며,

 

나무와 나무사이(그러니까 가지부분?)에 걸쳐놓은 대나무가 보였습니다. 그때 생각했던게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기숙사가 좀 언덕에 있어서 오줌싸던 나무 바로 앞으로는 낭떠러지? 같이 되어있거든요. 그 앞으로 나무를 일곱 여덜? 정도 심어 놓았구요. 그런데 그 나무가지에다가 쭈욱 일자로 연결해서 대나무를 눕혀놨드라구요.

 

그걸 그제서야 봤었죠. 그래서 흐음 이걸 왜 이래 나무마나 눕혀놨지 하고 존슨을 추스리며 저도 모르게 제 앞에 있던

대나무의 이음세부분(노끈이었는데 상당히 예전부터 묶어놨는지 헐거워졌더군요.)을 손으로 풀었습니다.

 

정말 와 신난다 이거 한번 풀어서 대나무로 개들이랑 칼싸움이나 하자 이런 생각도 아니었는데, 그냥 갑자기 무심코 저절로 손이 가서 그 이음세 부분의 끈을 풀었어요.

 

그러자 동시에 한겨울의 칼바람이 씡하고 안면을 때리더군요, 그와 동시에 나무에 걸려져있던 대나무가 툭, 하고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때였죠, 갑자기 쏴하드라구요.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전기가 찌릭 하고 통하면서 눈이 솨 풀려버리더군요.

 

어어어,,, 하면서 시선이 저절로 아래로 갔습니다.

 

햐... 지금 생각해도 쭈뼛하네요.

 

그 언덕 밑에는 개울물이 흐르는데 폭이 한 1m조금 더 되요. 그 앞에 온통 검은색 그림자(남자였습니다)가 빤히 절 처다보더니 훌쩍 개울을 넘어서 진자 미친듯이 언덕길을 기어서 오더군요.

 

어어어어.... 온몸에 한기가 들면서 벌벌떨고있었는데 갑자기 진순이랑 뽀삐(제가 소변 보고있을대 제 옆으로 와있었습니다.)가 막 짖어쌋터군요. 그러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쿵, 하고 엉덩방아 함찍고, 너무 놀란 나머지 아이쉬XXX하며 가음을 질렀습니다.

 

헐떡헐떡, 터질것 같은 심장을 뒤로하고 양팔과 다리로 마구 뒤로 기어서 갔습니다.

 

한창 언덕끝까지 올라오던 그 검은색 그림자가 얼굴과 가슴을 언덕위로 올려놓고 마구 짖고 있는 개들사이로 빤히 저를

 

처다보더군요.

 

아 이건 진짜 뭐됬다 싶었는데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다시 앞으로가 땅에 떨어진 대나무를 들고 찌를듯이 언덕끝으로 갔습니다.( 떨어져서 뒤져바라 싶었어요.)

 

그러자 그게 슬금슬금 다시 뒷걸음치며 개울가로 스르륵 하고 미끄러져 가더군요.

 

놀란가슴 진정도 못시킨 와중에 대나무를 던져버리고 기숙사로 도망갔습니다.

 

=

 

자기전에 두서없이 쓴글이라 오타고 뭐고 신경도 안쓰고 그냥 써지는 대로 주르륵 썻네요.

 

별로 무섭진 않죠?

 

전 그때 정말 무서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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