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반냐바라뮈 작성일 12.09.07 02:41:57
댓글 31조회 10,209추천 16

안녕하세요 . 간만에 끝나가는 여름 새벽 두시에 서늘한 밤공기와 귀뚜라미 소리들으며

무겔님들 글들을 읽자니, 소름도 돋지만서도, 저도 문득 들은게 있어 글을 끄적여 봅니다.

 

(글쓸땐 실화로 쓰자! 주의라 최대한 귀동냥을 많이 하고 다닙니다. )

 

무속인이셨던, 저희 외할머니께서 생전에 이야기해주신 이야기중에, 유독 시골에선, 귀신보다 도깨비들 더 많이

만나고, 또 그런일이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로 매우 비일비재 했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니도 어렸을적에 자주 이야기를 듣고, 또 보기시까지 하셨다니.... 그중에 제 기억에 있는 몇가지를 꺼내볼까합니다.

 

그....가족사까지 자세히 이야기할순 없지만, 외할머니께서는 하시고 계신 일때문에 따로 사셨고(무속인이셨으니까요),

어머니와 외할아버지(그러니까 엄니와 엄니 아버지), 두분이 함께 사셨다네요.

그때당시, 어머니 집이 그 동네에서 손가락 몇개 꼽히는 부잣집이셨대요.

그런데, 외할아버지, 즉 어머니의 아버지께서 도깨비의 도움을 받아서 그렇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하십니다.

 

그....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네요.

그 해 여름에 대가뭄이 들어서, 마을사람들 논이란 논은 죄다 쩍쩍 갈라져서, 가을추수때 어떻하나 마을사람들 모이면

그소리하며 한숨만 푹푹 쉬셨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께서 밤길에 논길을 걸으시는데, 갑자기 어디서 말소리가 들리더랍니다.

- 이생... 이생...  ( 그... 무슨무슨생원... 선비보고 생원 하잖습니까? 그때가 50~60년)

근데 그때 당시만 해도, 도깨비가 잘 나오고 해도, 웬만해선( 도발이라던가, 쌍욕이라던가 하지 않는이상 ) 해코지를

안하니까, 침착하게 대답하셨다네요.

" 누구요 ? "

- 이생. 배고파서 그런데, 먹을것좀 주. 배고프니까 먹을것좀 주  

그러더랍니다.

" 내가 지금 가진게 없는데, 뭘 주면 자시것소? "

- 나 혼자 먹을게 아니니, 생콩을 삶아주시오.    

하더랍니다.

그래서 그길로 집에 들어가자마자, 하인들 깨워서 콩으로 한됫박 삶아서 부랴부랴 다시 어두컴컴한 논길로 가셨다네요.

그리고 허공에다가, " 자, 여기 삶은 콩 가져왔으니, 주린 배부터 얼른 채우시구려. "

그랬더니, 그 캄캄한 논 한복판에, 모습은 보이지 않고, 무언가가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쉭쉭~~ 쉬리릭~~~

( 표현의 한계입니다...ㅠㅠ 그 옷스쳐간다는 소리랄까요? ) 소리가 나면서, 바람이 이리저리 불더랍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사납게 불던 바람도 잠잠해지고 아무소리도 나지 않길래, 슬쩍 삶은 콩이 들어있던

됫박을 들어서 안을 들여다 봤는데, 정작 배고프다고 하더니만 콩이 그대로 있더랍니다.

뭐지? 뭐지? 하시면서, 그걸 들고 집에 다시 오셨는데, 하인들이 헉..헉.... 하더랍니다.

그래서 그 됫박을 들여다보니까, 아글쎄....

콩의 눈...  다들 아시죠??   씨앗에서 발아해서 줄기 나오고 하는 그부분. 그 눈만 전부 없더랍니다.

 

그리고는 며칠뒤에 또 밤에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오시는 외할아버지께, 어둠속에서 또 말을 건데더랍니다.

- 이생~~ 이생~~ 고마우이 고마우이

외할아버지께선 담에 또 배고프면 말씀하시게 하고선 가려던 찰나에, 도깨비가 말을 또, 걸더랍니다. 근데 이번엔

한목소리가 아니라, 여러목소리가 시간차로 돌림노래 하듯이 말을 하더랍니다.

- 이생.. 논에 물 대줄까? 가뭄때문에 힘들지? 이생~ 도와줄까?

외할아버지께선 속으로 허, 도깨비가 은혜도 갚는구나 싶어, 밑져야 보전이니 그러라 하셨답니다.

그리곤 도꺠비가 논이 어디쯤이냐고 묻고, 저어기 부터 저어기까지가 내 논이다 알려주셨답니다.

그리곤 집으로 오셔서 주무셨는데, 아침에 논에 나가보니, 정말로 ......진짜로;;;;

외할아버지 논에만 어디서 물이 왔는지, 논에만 물이 가득 차 있더랍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말라서 시들기직전이었던,

벼들도 쌩쌩했구요.  옆논은 그대로 말라 비틀어져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신기한게, 그 다음해도, 그 다음해도, 외할어버지 논은 가뭄이던 풍년이던 간에, 외할아버지 논만은

항상 물이 차있고, 풍년일땐 쌀도 매우 우수해서, 장에 내다놓으면, 사람들이 두배,세배로 사가곤 했답니다.

 

신기한게, 외할아버지께선 그 일 이후로, 도깨비들을 자주 만나셨고, 그 일 이후엔, 생활 담소도 나눌 정도로

도깨비들이랑 친하셨다고 합니다.

새벽에 첫닭이 울기 직전에 마당에 뭐가 쿵~ 하고 소리가 나서, 놀란 하인들이 깨서 나가보면,

노루가 한마리 던져져 있을때도 있고, 가물치나 메기도  두세마리가 줄에 꿰여져 마당에 퍼드덕거리고,

하여튼, 누가 그랬는지 몰라도, 그런게 가끔씩 마당에 누가 던지고 가더랍니다.

당연히, 도깨비들이었겠죠.

살림살이가 나아질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때 당시 제 어머니께선 국민학교나 중학교 다닐 시절이셨고,

도깨비들 만나러 가실땐, 항상 혼자서 나가셨다네요.  그리고, 도깨비들이 사람 여럿앞에 모습을 드러내길

싫어한답니다. 은원이 확실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시네요.

그리고, 번화가 좋아하고, 도시에도 바글바글한 귀신과는 달리,

도깨비는 인공적인 불빛이 적은 곳, 공기가 좋은곳에만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즉, 가로수길도 없는 도로도 없는 정말 한적한 산속 깊은 곳쯤? ......... 요새는 그런곳이 과연 있을까 싶네요...

 

음.... 두서없이 썼지만, 일단 도깨비 이야기는 생각나는대로 또 올리겠습니다. 이만 총총..

 

 

 

 

 

반냐바라뮈의 최근 게시물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