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입대하기 전 저는 이래저래 참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착찹한 시기였습니다.
입대를 약 2주 정도 앞두고 기분전환도 할 겸 그간 짧게한 아르바이트며 각종 소일거리로 모은 100만원을 들고
혼자서 무작정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인천에서 서울역까지 가서 가장 남쪽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찾다가
그때만해도 많이 어릴때라 생각해냈다는게 부산이었죠...
사실 그때까지 한번도 부산이란 곳을 가본적이 없었고 막연히 여름 휴가철 해운대 백사장만 떠올라서
어떤곳인지 알고 싶어 부산역 행 새마을호 표를 끊고 1시간 정도 간단히 요기를 해결하고
기다리다 열차에 몸을 싣고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막상 5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부산역에 도착하니 혼자서 뭔가 쓸쓸하기도 하고
황량한 마음이 들어 그냥 바다나 보자는 마음에 다시 해운대로 향했죠
(해운대행 직행 열차가 있었지만, 전 그때 그것도 몰랐습니다 ㅋㅋㅋㅋ)
물어물어 해운대 행 시내버스에 탑승하고,
해운대 해수욕장 앞에 내렸습니다.
TV에서 휴가철 풍경 알려줄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해운대이고
우리나라 대표적인 백사장 해수욕장이란 막연한 기대와는 다르게 그냥 제 개인적 주관으로는
생각했던 것 보다 별거 없더라구요...
사실 처음이라 명소가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모른 탓도 크겠죠
이래저래 바다를 봐도 마음이 뚫리지 않아 그냥 갖고 온 돈으로
방이나 잡기로 하고 근처 숙박 없소를 돌아다녔습니다
처음으로 혼자 돌아다니며 방을 구한다는 것도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비수기였지만 아무래도 피서지이고 관광명소다 보니까 숙박비가 서울 도심하고 견주어도 결코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허름한 여인숙 비슷한 곳에 방을 잡았습니다.
일단 배가 무지하게 고파 근처 편의점에서 혼자서 먹을만한 먹을거리 몇개와
소주한병,맥주한캔을 사서 방으로 돌아가 벽걸이 TV를 틀며 혼자서 청승맞게 앉아있었습니다.
조만간 입대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아무것도 이뤄논게 없는 제 자신이 초라해
그냥 혼자서 쏘맥을 말아 이런저런 잡생각 하며 앉아있으니
마음좀 비우고자 떠나왔던 여행이 더 처량하고 슬프게 느껴지더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 밤 11시를 막 넘기는 쯤이었는데
자꾸만 TV소리 외엔 정적이 흐르던 방안에서 희미하게 누군가의 웃음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첨엔 그냥 옆방이거나 밖에서 나는 소리겠거니 신경안쓰고 있었는데
멈추지 않고 아주 가까이서 들리니까
가뜩이나 혼자 있는데 무서운 마음이 드는겁니다..
혼자 청승이고 뭐고 그쯤되니까 그냥 모든게 두렵게만 느껴져서
일단 방안에 불이란 불은 다 켜고 TV볼륨도 크게 틀어놓고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이불뒤집어 쓰고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며
눈 질끈 감고 꼼짝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독이란게 있었는지 그러고 있으니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든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이 떠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이 새벽 3시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술기운도 있고 해서 잠이 든 것 같았는데
아무튼 머리도 좀 지끈거리고 화장실 가서 세수라도 하고 오려고 일어났는데
잠들기 전에 들렸던 그 소리가 계속해서 나는 겁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말이죠..
이쯤되니까 그냥 그 방을 빨리 나가고 싶어지더라구요
일단 사람을 불러야 겠다는 생각에
인터폰 수화기로 카운터에 연결을 해서
새벽 늦게 죄송하지만 비품이 다 떨어져서 그런데 치약좀 갖다 달라는 식으로
사람이 오게 만들었죠
조금있다가 방문을 두들기고 카운터에 계시던 아저씨께서 치약을 들고 쭈뼛하게 서 계셨습니다.
전 자초지종을 다 이야기하고 도저히 무서워서 못 있을 것 같으니
환불도 필요없으니까 옷입고 준비할때 까지만 옆에 있어달라는 좀 말도 안되고 당황스러운 제안을 해버렸습니다.
근데 원래 이런 경우나 상황이면 주인이 발뺌하고 헛소리하지 말라고 설득하기 바빴을텐데
그냥 가만히 듣고 계시더니 제가 요구하는대로 다 해주시는 겁니다..
전 그길로 대충 주섬주섬 챙겨 밖으로 나와 근처 찜질방에 가서 잠도 오는 둥 마는 둥
대충 씻고 나왔습니다.
일이 이렇게 까지 되니 뭐 기분전화이고 뭐고 모든 기분이 소위 잡쳐서
그길로 바로 해운대역까지 해서 서울역행 기차표를 끊고
서울로 올라와 버렸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되는데
뭐 특별히 무언가를 봤다거나 가위를 심하게 눌렸던 건 아니지만
외관에서 풍겨지던 이미지와 그때 그 소름끼치던 알 수 없는 소리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도저히 느끼실 수 없을 만큼의 공포스러운 기억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그때 방을 나오면서 부터 저를 따라오던 검은 복장의 여자는
아직도 제 침대에 앉아 이 글을 쓰는 저를 바라보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