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아직도 못 잊을 선생님의 마지막 방문

로제lol 작성일 13.10.07 11: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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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못 잊을 선생님의 마지막 방문

1976년도의 일 입니다.
이때 필자는 국민학교(전 국민학교세대입니다 지금도 초등학교는입에 안 붙네요) 5학년이었지요.

저희 아버지께선 그때만 하여도 군 장교 이셨던 때라 그때 다니던 학교는 4학년때 전학 온 곳 이었습니다.

군인 가족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한곳에 그래도 오랫동안 정주 할수 있는 부사관과는 달리 장교들은 이사가 생활화 되어 있죠
그래서 저도 국민학교를 여러군데 다녔는데 개그우먼 김미화가 입학 동기 더라구요 흐~~!

아무튼 그때 다녔던 초등학교는 수원에 있는 아담한 학교였었죠.
그 시절은 지금은 상상할수 없을 만큼 학생이 많았습니다.
보통의 학교들은 한반에 인원이 65번이상이었고 70번이 넘어가는 반도 많았죠.

이런 반이 한 학년에 보통 10개 반, 12개 반....
그래도 교실이 모자라 저학년들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2부제 수업을하던 시절 이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들도 고생이 많으셨고 학생 한사람 한사람을 신경 쓴다는것이 거의 불가능하던 시절이었죠.


사설입니다만 아마 촌지라는 것이 그때 생기지 않았을까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 많은 학생중 내 애만큼은 좀 더 신경 써 주십사 하는...

제가 4학년때 전학간 학교는 그렇게 북적이는 학교가 아니었지요.
그렇게 4학년을 보내고 겨울방학때 신나게 놀고 5학년이
되었습니다.
새학년은 3월에 시작 하잖아요?
저희는 학교가 작아서 인지 4학년 한반 전체가 5학년 같은반으로 올라 갔습니댜
물론 담임선생님은 바뀌 셨고요.

그때 담임선생님이 꽤 나이가 많으신 남자선생님이셨어요.
지금생각해보면 40대후반 지금의 제 나이쯤 되셨던거 같아요.
그렇게 5학년이 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불행한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처음 몇일은 순탄한 나날 이었습니다.
4학년 일년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함께 5학년 같은 반이 되다보니 친구들과 친해지는 과정 없이 새 선생님과
얼굴을 익혀가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그날도 특별할 것이 없던 평범한 평일 이었고,
특이한 것 이라면 꽃샘 추위가 밀려와 몹시 추운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모든 초딩들 처럼 어머니의 정겨운 잔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먹고 버스 안내양 누나의 오라이!~~ 소리를 들으며 등교를 했고 조회전 막간을 이용해서 친구들과 날씨가 너무 춥다며 폭풍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회 시간이 한참이 지났는데도
담임 선생님은 오시지 않았고 철 없는 우리들은 교장샘한테 혼나나 보다며 웃고 있었습니다.

한참후 교실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 오셨는데
우리 담임샘이 아닌 수업 하고 거리가 먼 교감 영감님이
들어 오신 겁니다.

아무튼 반장이 인사를 하고 교감샘 이 하신 말씀은 저희
담임샘이 전날밤에 퇴근을 하시다가 사고로 다치셔서 수술중이라 하셨고 저희 보고는 조용히 첫교시 자습을 하라고 하시곤 나가셨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온통 선생님의 사고에 쏠려 있었고
학급 정보부의 모든 요원들이 총 출동하여 정보 수집에
나서서 사건의 내막을 알아냈습니다.

그시절 교사란 학생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너무나 많은 잡무를 해야만 했고 방과후에도 늦게까지 여러 일을 해야 
하셨죠.

저희 담임샘도 전날 늦게까지 잔무를 하셔야 했고 퇴근후 평소 즐기시던 술을 한잔 거나하게 하신후 집에 가시다 그만 사고를 당하신 겁니다.

선생님 댁은 수원 향교 위에 있는 산비탈의 주택가 였는데
평소에도 돌계단등이 많아 위험했던 걸로 기억 합니다.

갑자기 밀려온 꽃샘 추위로 살얼음까지 얼은 곳을
술에 취해 오르시다가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치신거죠.

그리고 지나던 행인에게 발견 되시어 그당시 수원에서는
가장 크고 시설이 좋았던 지금은 화성행궁으로 복원된 도립 병원으로 옮겨져 새볔에
긴급 뇌수술을 받으시고 의식 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꽤 오래 계시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담임없는 설움을 톡톡히 맛보았죠.
완전 아빠없는 하늘 아래 였지요.
임시 담임이 배정되었는데 별로 신경도 안쓰시고,
교감샘이 들어왔다 교장생이 들어왔다 시간 남는 샘 아무나 들어오고....우린 완전 의붓자식 취급을.... ㅠㅠ

그러던 어느 날 전국에 모든 초글링들이 학년초면 꼭 한다는 교실 환경미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방과후에 학급 임원들(회장,부회장,반장,부반장등등)이 남아 하게 되었는데 저도 총무 인가? 미화부장인가? 아무튼 감투하나 써서 남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참 이상한 날이었어요
분명 국딩 5학년이면 늦게 끝나봐야 4시나 될껀데,
날씨는 저녘처럼 어두었고 구름도 이상하게 끼고 바람도 많이 불고 ..
아무튼 굉장히 스산하고 불길한 기운을 느낀 날 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50년을 살아오면서 그런 기분을 느낀 날이 몇번 없었던거 같아요.
제일 비슷 했던것이 군 제대후 낚시를 가서 귀신인지 돌+
아이 인지 모를 요상한 놈이랑 딱한번 서로 잡아 먹을 듯
눈 싸움한적이 있는데 그때 날씨가 딱 저날 같았어요.
그러고 보니 시간대도 비슷 하네....

어째튼 교실뒤에 한벽을 다 차지한 알림판인지 솜씨 뽐내긴지를 열심히 오리고 붙이고 하고 있었고 저를 포함해 남여 6~7명 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교탁이 있는 칠판쪽을 보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곳엔 담임 선생닝께서 단정한 교사복? 아무튼
양복이 아니고 그 시절 선생님들이 잘 입고 다니시던
교사들 유니폼같은 옷을 입으시고 고개를 숙여 교사수첩에서 뭔가를 열심히 보시고 계시는 것이 었어요.

전 그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어? 선생님이 언제 들어 오셨지?''
라고만 생각 했고 선생님이 병원에 계신다는 사실은 까맣게 망각한 거였죠.

그렇게 한동안을 선생님을 보다가 다시 저 할일에 열중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골이 송연해지며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고 다시 쳐다본 교탁엔 당연히 아무도 없었죠.

멘붕된 저는 지금 선생님 계신거 못봤냐고 아이들에게 난리를 쳤고....
네, 저 그날 이상한 놈 되고 말았습니다.

너무 이상한 경험이라 전 환경 미화 하다 말고 교탁으로
달려갔고 교탁에는 제가 선생님과 함께 봤던 교사수첩만이 덩그라니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것이 다이어리 같이 생긴 이 교사 수첩은
선생님 책싱 서랍안에 있었고 누구도 꺼내지 않았고
종례시간에도 본 기억이 없다는 거였죠.

물론 종례를 하러 오신 임시 담임 선생님도 교사라면
다들 가지고 계신 수첩이라 꺼내볼 필요도 없었고
혹여 꺼내셨다면 보시고는 다시넣어놓으셨겠죠?
그리고 더 소름 끼쳤던 것은 그 수첩이 선생님이 마지막 쓰신날...그러니까 사고가 나신 그날짜에 펼쳐져 있었다는
것이죠.

전 똑똑이 기억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제가 착각한 걸로 결론 내려야
했죠.ㅎ~
나란 남자 쉽게 사는 남자....
집에 돌아와 그일은 까맣게 잊고 밥 먹고 티비보고
숙제하고 머 할꺼다하고 푹 자고 담날 학교에 등교 했지요.

그런데 반 분위기가 이상한거 여요.
애들은 고개 숙여 있고 몇몇 여자 애들은 막 울고....

짝꿍한테 물어보니 울먹이며 선생님이 어제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 지셔서 돌아 가셨다는 겁니다.
의식 불명 상태에서 갑자기 급속히 나빠지셔서 임종 하신
시간이 놀랍게도 제가 교탁에 계신 그분을 본 시간이네요.

그리고 3일장후 발인하여 장지로 가시기전 영구차에 실려 마지막 학교를 한바퀴 돌고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땐 충격이 크고 무서웠지만 이젠 돌아가시던 순간 마지막으로 학교에 오셨던 것이라 생각 합니다.

그리고 너무 생생 했기에 제가 영혼의 존재를 믿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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