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저희는 녀석이 본 환영들을 복기 해 봤습니다.
어떤 여자와 남자가 둘이 드라이브 중이다.
드라이브중인 여자는 얼굴에 화상을 입기 전 이고 아주 깨끗하다.
그리고 의도적이든 실수든 차는 벼랑 아래로 떨어졌고 그 사고로 그 여자는 사망 했다.
그냥 지나가는 환영이므로 차종이나 시대는 잘 모르겠으나 50년대나 60년대 같지는 않다.
이정도 정리를 하고 나니 전생이나 오래전 이야기가 아닌 현생에, 아니면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이야기 라는데 결론이 모아지기 시작 했습니다.
"가만 있어봐 탤런트가 지금 사귀고 있는 남친 얼마나 만났다 그랬지? 꽤 오래 만났다 그러지 않았나? 한 5~6년 넘었다 그랬지?"
"예 형, 그렇게 기억 해요"
"음………근데 그런 상황이면 나도 위험 한건가? 나도 같이 있으면 위험 하대매?"
거기까지 말을 이어가자 소품 녀석이 말 합니다.
"저도 잘은 몰라요. 저는 그냥 어쩌다 볼수 있을 뿐이지 무당들 처럼 어떤 액막이를 한다거나 영매와 접촉을 한다거나 그런게 아니 잖아요. 그런데 그 정도 원한을 가진 영하고 연계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같이 해꼬지 당할 확률이 높죠"
라고 녀석이 이야기 하는데 많이 으스스 하더군요.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내가 왜 쓸데없는 채팅방을 만드는 주접을 떨어서 이렇게 엮였을까? 차라리 '잘 주는 방', '물 주는 방' 이딴거나 만들걸 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우리는 왜 이렇게 갑자기 급속도로 친해 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머릿속이 복잡해 지는 거예요.
"근데 니가 나보고 나는 수호령이 쎄서 잡귀 한테 당하거나 쓸데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없을 거라매?"
"형 그건 잡귀나 쓸데 없는 지박령 같은거 얘기 한거고 원한이 강하게 실린 영은 체급이 다르죠 체급이. 사실 무당들도 해결 못하는 원귀 많아요"
끄응……. 이정도 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정말 심란해 집니다.
앞으로 핸드폰 바꾸고 얘네랑 연락 끊고 잠수탈까? 하는 얍실한 생각도 잠깐 들고,
그러다 또 만약 이 녀석 말이 사실이면 탤런트는 얼마나 힘들까? 라는 생각도 들고.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가상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혼란 스럽더군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이 늦어 저희는 술집을 나와 각자 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소품 녀석은 술을 많이 먹어서 택시를 잡는다고 큰 길로 나섰고 저는 술도 조금 먹었겠다 차를 가지고 갈 겸 해서 제 차를 세워 놓은곳 으로 슬슬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제 팔짱을 스윽 끼는 겁니다.
허억!!! 배….백돼지 아니 백뚱?
"어? 너 뭐야? 너 집에 안갔어?"
"히히, 나 저 앞 카페에 있었어. 오빠들 언제 나올까 기다리고 있었지" 라고 말합니다.
좀 황당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해서
"지금 소품 저 아래로 내려갔어. 빨리 같이 가서 택시 타" 라고 말하자
"왜? 나 저 오빠 싫어 따로 가도 돼. 오빠 우리 술 한잔 더하고 가자?" 라는 겁니다.
문득 소품녀석이 백뚱에게 당한 일이 떠올라 백뚱에게 바로 돌직구를 날렸죠.
"왜 오늘은 나 데리고 조용한 데서 방잡고 술 먹고 싶냐?"
라고 말하자 샐쭉한 표정으로 저 를 쳐다 봅니다.
"소품 오빠가 말했어?"
"그럼 얘기 다 들었지. 나 다 알어. 그 발상 아주 참신하고 좋더라 야. 10점 줄게"
라고 장난을 쳤습니다.
그러자 제 팔짱을 휙 뿌리치며
"오빠, 솔직히 말해봐. 오빠도 탤런트 언니 한테 마음 있지?" 라는 거예요.
"응? 머래. 나 개 한테 흑심 없어. 근데 오빠'도' 라니? 그럼 소품이 탤런트 좋아 하는거야?"
"야. 이 오빠 둔한거야 멍청한 거야. 눈치 빠른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완전 곰팅이네"
"무슨 말이야 곰 이라니. 너 이렇게 날렵한 곰 봤어?"
"곰 맞네 뭐. 탤런트 언니가 오빠 좋아 하는거 몰라?"
라고 말하 더군요.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 해 지기 시작 합니다.
그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개가 날 왜 좋아하지? 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 혼란스러워 지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제가 탤런트를 집에 바라다 줄게 둘이 차에서 했던 말들이 기억이 나는 겁니다.
그때 무슨 이야기 인가를 하다가 탤런트가
"오빠, 사람 일이란 아무도 모르는 거야. 지금 오빠랑 나랑 아무 관계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될지 누가 알아?" 라고 얘기 했던것도 기억 나고.
"오빠는 오빠 자체 분위기에서 여자를 혹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어." 라는 말도 기억 나고 그러더군요.
그런데 제가 스스로 아직 헤어지진 않았지만 탤런트는 남자 친구가 있으니까 나와는 이성적으로 아무 상관 없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성으로 저는 별 관심도 없었던 탓도 크고.
"근데 그 언니 만나지마. 오빠는 감당 못해" 라는 알수 없는 말을 하는 겁니다.
"너도 소품한테 얘기 들었냐?"
"무슨 얘기? 소품 오빠가 뭘 알긴 안대?" 라고 말하는 거예요.
근데 그 말을 하는 백돼지…..아니 백뚱 표정이 뭐랄까, 소품을 참 한심 하다는 그런 눈빛이나 말투로 느껴지는 겁니다. 마치 한참 어린애 이야기 하는듯한 눈빛 이었죠.
"그 언니 주위에 걸쳐져 있는 영가들이 어떤 원혼이 실린 귀신들인지 알기나 해? 괜히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 하지 말고 아예 시작도 안하는게 좋을걸?" 이라는 알수 없는 말만 하더군요.
"근데 너는 뭘 알고 있길래 그런 얘기 하는거야?"
라고 말하자 백뚱이 갑자기 우뚝 멈춰 서서 저를 빤히 쳐다 보면서 말을 합니다.
"오빠는 내가 뭐 하는 사람으로 보여?"
그러자 갑자기 모든게 궁금해 지는 겁니다.
'가만, 애는 뭘 하는 애지?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얘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잖아? 나머지 셋은 하는 일이며, 집이 어딘지 다 알고 있는데 우린 왜 백뚱한테 그런것도 물어 보지 않았지?' 라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머리는 혼란 스럽고, 때 마침 방배동 한복판으로 불어오는 겨울 칼바람이 스윽 하고 머리를 스치며 지나가 옷깃을 다시 여미는데 그녀가 저를 똑똑히 쳐다 보며 말 합니다.
"오빠 나 사실 무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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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출근해서 일하는 시간보다 짱공에 글 쓰는 시간이 더 많네요. ㅋㅋ
그래도 제 글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후에 후딱 끄적거려서 올립니다.
이제 외근 나가야 해요. 나중에 다시 돌아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