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저 한테는 아주 사근사근한 말투로 말을 계속 이어 가시더군요.
"일단 자 말은 신경 쓸거 없고. 내 언젠가부터 둘째 딸년이 꿈에 나타나가 마음에 드는 남자 생겼다고 결혼
시켜 달라고 졸라 쌋는데, 얘기 들어 보니 그게 총각을 두고 하는 말인기라. 보소 총각, 사람들
이러니 저러니 떠드는거 신경 쓸거 없소. 사람들이 뭘 모르고 떠드는 기라"
라고 이야기 하며 스윽 제 앞으로 다가와 앉아 제 손을 잡습니다.
다가와 맞잡은 그분 어머니 손은 굉장히 거칠거칠 하더군요.
무속인의 손이 그렇게 거친지 처음 알았습니다.
"이래 하입시다, 내 사위 하나 얻은 셈치고 좋은 차가 됐던 뭐가 됐던 총각 원하는거 하나는 들어 줄테니까는
인심 좋게 받아 들여 주소"
만면에 아주 사람 좋은 미소를 듬뿍 안고 제 손을 쓰다듬으며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이게 좋게 표현 하자면 쓰다듬는 건데 또 다른 표현으로 표현 하자면 '너 허락 하기 전에는 네가
이 손 절대 안놔준다' 는 듯한 강압이 서려 있는 듯한 결기 같은 것이 전해져 옵니다.
그렇게 그 아줌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여태까지 벌어 졌던 일련의 사태들이 퍼즐 조각이 맞춰 지듯
한꺼번에 좌아악 그림이 맞춰 지더군요.
상황이 그쯤 되자 갑자기 이 집 자체가 무서워 지기 시작 합니다.
그런데 그 때 솔직히 마음 속으로는 '그래 뭐 그깟 일로 그냥 속편하게 말해주고 말어?' 라는 생각도
일견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때 마음속으로 '사정도 딱 한데 말해 줄까?' 라는 심정과
'아냐 그게 말이돼?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내 삶은 삶이 아냐?'
라는 생각이 서로 마구 교차 하고 있는데 그 무속인 뒤로 누군가 서있는 듯한 형상이 느껴 지더군요.
'어? 사람이 있었나?' 라는 생각에 다시 쳐다 보니 저희 외할머니가 화난 표정으로 그 곳에 서계신 거예요.
깜작 놀라 고개를 도리께질을 치고 다시 보니 역시 아무도 없더군요.
그런데 외할머니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정신이 화들짝 납니다.
그리고 아주머니 한테 말했죠.
"저, 아주머니"
"그래 이제 마음에 결정이 좀 났는교?"
"만약에 아주머니 아들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 아들이 저 같은 상황 이라면 아주머니는 결혼 시키셨을까요?"
그말을 듣자 갑자기 그 무속인의 표정이 웃음기를 깨끗이 거두고 다시 표독한 표정으로 돌아 오더군요.
그러면서 잡고 있던 제 손을 휙 내 팽개 칩니다.
"머라카노 지금 내랑 말장난 하나? 총각 지금 뭐 착각 하나 본데 지금 총각은 선택 권한이 없어"
라며 갑자기 큰소리를 누군가의 이름을 부릅니다.
"양군아 니 이리 나와 봐라" 라고 말하자 닫혀 있던 방문 하나가 열리면서 40대 중후반? 정도
나이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아저씨가 갑자기 나오 더군요.
"예?" 라는 말을 하며 방에서 덩치가 산만한 아저씨가 하나 나오는데 정신이 아찔 해 집니다.
갑자기 위기감이 들어 집구조를 살펴 보니 창문은 창살이 붙어 있어 나갈수 없을 것 같고, 거실을 지나
현관문 게로 가는 길에는 그 덩치 좋은 아저씨가 버티고 서있고.
그래서 순간적으로 생각한게 그 아저씨가 가까이 올 때 급소중에 한곳인 울대를 치고 달려 나가야 겠다고
생각 하고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다가오자 무속인 아줌마가 말 합니다.
"양군아, 이 친구 주리를 틀건 떡메를 치건 제대로 된 사주 좀 받아 내라. 주머니 뒤져서 주민등록증 확인도
좀 하고" 라고 앙칼지게 말하더군요.
아저씨가 한발짝 한발짝 다가오고 있고 저는 거리를 보고 여차하면 바로 일어나서 울대를 올려 치려고
생각 하고 있는데 닫혀 있던 여자 마스터 방문이 벌컥 열립니다.
"엄마 이제 그만 좀 하라구. 왜 엄마 죽은 딸 땜에 살아 있는 멀쩡한 남자를 괴롭 히냐구"
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옵니다.
걸어오던 남자와 무속인 아줌마의 눈길이 그쪽으로 쏠리고 그 무속인 아줌마가
"아니 저 년이 지 동생 위하는 일인데…………….." 라고 말하는 순간 앉아 있던 제가 강하게 일어나며
그 아저씨를 퍽하고 벽쪽으로 밀쳐 내고 후다닥 거실을 지나 현관으로 뛰기 시작 했습니다.
일단 신발을 들고 뛰어나와 거리 까지 내 달린후 재빨리 신고 후다닥 계속 내 달렸습니다.
뒤에서 누군가 뛰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뒤도 돌아 보지 않고 계속 달렸습니다.
한참을 어딘지 모를 구불구불한 동네 골목길을 뛰어 다녔던 걸로 생각 합니다.
한참을 뛰어 다니니 어딘지 모를 큰길이 나오고 그 앞쪽에 지구대 하나가 보이 더군요.
숨을 몰아 세우며 주위를 살펴 보니 다행히 누군가 계속 쫓아 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지구대 앞이라 안심도 되고.
그렇게 조심조심 주위를 살피며 제 차를 세워 놓은 곳 까지 찾아 가 운전석에 앉아 문을 잠근 다음
숨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뭐 흘리고 온 물건 없나 소지품을 뒤적뒤적 거리는데 여자마스터 에게 부재중 통화가 예닐곱통
와있더군요.
욱하는 심정도 들고 해서 바로 전화를 연결 했습니다.
"지금 어디세요?" 라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 하더군요.
"왜요? 말해주면 와서 또 잡아 가려구요?" 라고 빈정 거리는 말투로 응사하자 가만히 한숨을 짓더군요.
"죄송해요 엄마가 그렇게 까지 할거 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그렇게 말하자 그녀 어머니와 대립각을 세우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좀 누그러 집니다.
"죄송 하단 말씀 드리려고 전화 드렸어요. 다 제 잘못 이긴한데. 그래도 어쨋건 사과 드릴게요" 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일단 알았다, 내가 지금은 경황이 없으니 다음에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말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향한 다음 들어가기전 소주 한병을 사서 들어 갔습니다.
멘 정신으로 잠이 오지 않아 소주 한병 하고 잘 생각 이었죠.
집에 조용히 들어가니 웬일 인지 제 방에 어머니가 앉아 계십니다.
"어? 왜 제 방에 계세요?" 라고 말씀 드리는데 웬지 표정이 싸 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방 여기저기 뒤진듯한 흔적도 보이구요.
"너 요즘 어디서 또 뭐 하고 돌아 다니냐?" 고 물으시더군요.
어? 이게 뭘 가지고 말씀을 하시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릿속이 복잡해 집니다.
그래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 하고 있는데 그러시더군요.
"요즘 밤마다 꿈에 니 할머니가 나타나서 너 왜 아들래미 한테 신경도 안쓰냐고 야단야단 쳐대서 내가
아주 미칠 지경이다. 너 무슨 일 있지?" 라고 말씀 하십니다.
아! 이거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아주 복잡해 지더군요.
그래서 그냥 눙치고 '난 모르겠다. 별일 없다' 며 끝까지 우겼죠.
그랬더니 내일 너 시간 있으며 어머니가 잘가는 절에 좀 태워 달라 십니다.
기분이 꺼림칙 하긴 했지만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그날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일어 났지요.
모친이 가자고 했던 절은 청량리 어디께에 있었는데 사실 절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해 보였습니다.
한 5층? 6층? 쯤 되는 빌딩 건물 안 맨 위층에 절이 있더군요.
'아니 뭐 이런데 절이 다 있어?' 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그 쪽 스님들이나 다른 보살님들 하고 어머니는 꽤 친한듯 하시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인사와 말씀을 나누시고 저는 꿔다논 보릿자루 마냥 한 구석쪽에 앉아 뻘쭘하게
언제 가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쪽 불투명 유리로 칸막이 해놓은 방에서 다른 스님 두분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 나오시더군요.
그런데 어엇?
한분이 낯이 있다 했더니 강화도 에서 마주 쳤던 그 스님 인 겁니다.
저한테 백팔배 시키셨던 날날이 돌팔이 스님.
그 스님도 저를 보시더니 알아 보신듯 '어?' 하고 멈추고 한참 쳐다보시더니 껄걸 대며 한참을 웃으 십니다.
그래서…….
그 스님 덕분에 아주 적나라 하게 모친에게 털어 놔야 했습니다.
그날 그 일련의 얘기들을 털어 놓으며 모친게 들어던 주된 단어는
'멍충이', '미련한 놈', '밥통 같은 놈', '제비 같은 놈' 등등 이었습니다. ㅜㅜ
얘기를 들어 보니 그 곳이 스님들 무슨 교육 같은걸 하는 곳인데 그 스님이 강의 하러 일주일에
세번 정도 강의하러 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 모친, 강화도 스님, 그곳 큰스님. 이렇게 다섯이 모인 자리에서 적나라 하게 제가 겪은일을 이야기
했습니다.
큰스님은 아주 박장대소 하면서 무슨 재밌는 영화 이야기 듣듯이 웃으면서 들으시더군요.
얘기가 끝나자 흥분한 모친의 등짝 스매싱이 이어질 때 얘기를 듣고만 있던 큰스님이 이야기 하십니다.
"보소 보살, 개는 때리지 마세요. 개는 사주를 정확히 적어 줬어도 별 탈 없었겠는데 뭐" 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죠.
"그렇죠? 그게 뭐 죽은 사람이랑 결혼 한다고 해도 산사람한테는 별거 아닌거죠? 죽은 사람이
산사람을 어떻게 이겨요"
라고 또 그 무속인 아줌마 한테 엉터리로 들은 사탕발린을 낼름 얘기 했습니다.
"별거 아니지 이 친구야. 시름시름 앓다 죽기만 하면 되는데 인간은 누구나 다 흙으로 돌아
가는데 그게 뭐 별건가?" 라며 또 웃으시더군요.
뭐, 얘기 하자면 길지만.
어쨋건 전 새 직장에 출근전까지 일주일 내내 그 절에 가서 백팔배를 하는걸로 그 일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그 무당 집 어디냐며 찾아가서 다 불질러 버리시겠 다는걸 말리느라 좀 힘들 었지만,
큰 스님이 그럴 필요 없다고 적당히 말씀 하시니 좀 안정을 찾으시더군요.
어머니가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이런저런 재도 올리고 액막이도 하시고 했던 것 같습니다.
얘기 하자면 길지만 그 일은 그렇게 일단락 되었습니다.
끝이 뭐 이렇게 싱겁냐? 라고 생각 하시겠지만 이글이 픽션 이라고 제가 말씀 드렸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겪었던 사실을 기반으로 살이 입혀지고 짜집기가 된 이야기라 퇴마록 처럼 끝이 화려하고
창대하지 못합니다.
아! 그 무대위 여자는 이후에 한 삼개월 후 정도 인가? 다시 제 꿈에 나타난적이 있습니다.
연지곤지 바르고 전통 혼례 복장 같은 옷을 입고 말이죠.
꿈에 그렇게 나타나 수줍은듯 씨익 웃는데 그 웃음에 모멸감, 비꼬움, 자랑 하는듯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표정을 나타 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 여자 마스터는 무속인이 됐다고 하더군요.
전화 통화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본인이 무대에 섰던게 신을 받지 않으려던 일종의 도피처 였다고 하더군요.
제가 그럼 신 내린게 동생 탓 때문이 아니냐? 고 묻자 그냥 웃더군요.
이 얘기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사실 이 얘기는 한편 짜리 단편으로 엑기스만 짧게 쓸 계획 이었는데 분량 조절 실패 입니다.
맨날 이말년 분량 실패 할 때 마다 비웃었는데 저는 대박 실패 네요.
그리고 서두에 말씀 드렸듯이 픽션 입니다.
누군가 제가 아는, 혹은 이 글에 연관된 사람들이 실제로 읽을수도 있겠다 싶어 여러가지 이야기를 뒤섞고
혼합해 뒤틀어 놓은 경향이 강한 글입니다.
그저 그럴수도 있겠거니 심심풀이 글로 읽어 주시면 됩니다.
제가 뭐 무게에 올리는 글로 노벨문학상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볍게 읽고 가볍게 소모 하시면 됩니다.
빨리 빨리 진행해서 끝냈어야 하는데 연말이라 여기저기 정신이 없어서 글만 늘어 졌네요.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