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 이야기

MC레이제2 작성일 13.12.28 16: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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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허언증'이라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아시나요?

 

이런 질문을 던진 저 조차도 사실 정신과나 심리학을 전문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서 잘 모릅니다.

 

이 허언증이라는게 사전적 정의라는 입장에서 포털 검색을 해봤는데 그 N사의 위키백과라는 곳에

'공상 허언증'이라는 이름으로 검색이 되더라구요 대충 훑어보면 '자신이 만든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습관을 말한다' 라고 나와있습니다. 즉 실체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 현실에 자기가 만들어 논 이상과 공상들을 마치 진짜라고 믿는 일종의 정신질환 가운데 하난데,  사이비 교주나 사기꾼들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합니다.

 

저는 이 용어의 의미와 상당히 맞아 떨어지는 한 분을 직접 겪었고 그 당시엔 앞서 기재했듯이 이런 용어도 모를 뿐더러 정말 그 분의 모든 행동이며 눈하나 깜빡안하고 말하는 태도등에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거죠 '아.. 이사람 공상허언증 환자다...' '심각하다..'

 

불과 2년전 겪은 일입니다.

 

저는 수도권 4년제에서 컴퓨터학을 전공했습니다.

 

막상 졸업후 취업길이 막막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래저래 취업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모 포털 취업사이트를 통해 XX마케팅 이라는 회사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원 사실도 모르고 약 일주일 정도가 흐른 뒤 면접 보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나름 갖춰입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회사가 규모도 상당히 작고 무슨 오피스텔 건물에 사무실 하나  빌려 운영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면접실은 따로 갖추고 있었는데 저에게 면접을 보자고 하신분이 바로 그 '겪은 분' 입니다.

 

면접실 문을 노크한 뒤 모든 면접자가 그렇듯 정중히 들어가 인사를 하니 웬 중년의 노신사 한 분이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앉으라고 하시는 겁니다. 이 분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셨는데 상당히 거칠고 퉁명스러운 사투리가 아니라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정겨움이 묻어나오거나 살가운 그런 말투셨습니다.

 

그리곤 시종일관 처음 뵀을때 그 온화한 인상을 유지하시며 면접관이 통상적이고 퉁명스럽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과 다르게 사람 대 사람으로써 참 조언같은 걸 섞어가며 흡사 강의를 듣는 것 처럼 기분이 좋다는 느낌까지 받게 대화를 진행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인상이 참 좋다" "같이 일하고 싶다" 등을 단도 직입적으로 말씀하시며 면접을 마치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그분께서 직접 연락을 해오셨는데, 성을 뺀 제이름을 부르시며 "아~ XX?? 응 나 회장이다! 우리 같이 일 함 해볼까? 해보제이~? 내일부터 나온나! 내 니를 참 좋게 봤데이~ 같이 우리 회사 한번 잘 이끌어보자!" 라고 하시며 연락이 오신겁니다.

 

연세가 있으시며 사회적 위치라면 나름 위치도 있는 분이 권위와 위엄있는 모습이 아닌 온화하고 곧은 성품으로 그렇게 합격 통보를 해주시니 몇 달째 취직이 안되고 있던 제 입장에서는 날아갈듯이 좋았습니다. 회사가 좀 작으면 어떠랴, 이런 분과 함께라면 정말 존경의 자세로 힘든일도 뭐든 할 수 있다 뭐 이런 자세였죠.

 

회사가 상당히 규모가 작았고 저를 포함, 여직원 세명에 남자 직원 세명으로 인원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 분도 호칭상 회장님이었지 그냥 이 작은 회사를 이끌고 계신 대표 정도셨죠.

 

아무튼 합격통보를 받았을때 그 각오대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그런데 그 소수의 기존 직원들이 저는 물론이고 자기들끼리도 오래 일해온 사람들 치곤 별로 교류도 없고 말도 없는 겁니다.

하루 이틀이야 그러려니 했는데, 진짜 좀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어느날 회사 회식이 있었습니다.

 

여직원들은 연신 시계만 들여다보면서 빨리 들어가고 싶다고 얼굴에 써있고 그래도 전 입사 후 첫 회식이었는데 일할때야 일에 치어 그렇다쳐도 회식자리에서 까지 그러니까 좀 짜증아닌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때까지 전 까맣게 몰랐던 거죠 그들이 왜 그랬는지...

결국 여직원을 제외한 회장님과 나이 지긋한 상사 한분, 실장이란 직함 달고 있는 분, 저까지 해서 남자 넷이 노래방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 하며 회식을 끝냈습니다.

 

저도 기분도 그렇고 빨리 가려는데 비교적 젊은 실장 직함 다신 분이 저를 불러세우더니 둘이서 간단하게 한잔하며 이야기좀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근처 가까운 호프집에 가서 자리에 앉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 실장님이 "~씨가 정말 걱정되서 하는 말인데, 우리 회사말이야.. 지금 있는 직원 분이나 간부님(나이 지긋한 상사분)서로 말들은 안하고 있지만 조만간 다 이 회사 떠날거야.. 그만큼 우리 회사.. 비전도 없고.. 자본도 없어... 곧 망할거야.."라고 말하는 겁니다.

평소 일적인 것 외엔 별로 말도 안 섞어본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좀 당황 스러웠습니다. 이게 떠 보려고 이러는 건지, 뭔가 싶어서요..

비록 영세하긴 했지만, 회장님 말씀으론 코스닥 상장도 앞두고 있고 기업 전반적인 제무구조도 탄탄하며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라 나름 내실도 있고 비전이 있다라는 생각과 확신을 갖고 일을 하던 찰나에서 말입니다.

 

이어진 말에 즉슨 위에 기재한 모든 사항이 다 회장님의 거짓말이며 당장 내일 망해도 이상할게 없는 부실한 회사라는 겁니다. 제무구조나 기타 자료등도 모두 회장님 지시에 의해 직접 만들어진 허위 문서며 거래처등도 허위 거래처에 말그대로 유명무실한 회사라는게 실장님 말의 요지였죠.

 

즉... 이름만 있는 회사였던 겁니다...

 

그럼 이 직원들은 뭐며 월급지급이나 활동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 회장님이 개인적으로 은행 대출을 받을대로 받거나 카드 돌려막기도 모자라 사금융 불법 대출 기관까지 돈을 빌려 충당하는 거였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줬습니다.

더욱더 충격인건 제가 보름간 진행해온 업무나 다른 직원들이 진행한 모든 일들이 그냥 어린애들이 '부부 놀이', '부엌 놀이' '왕' 놀이 하듯이 짜여진 각본같은거에 의해 움직이는  '놀이 '를 하는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실체도 없고 실제 업무 실적도 없는데 컴퓨터 자판 두드리고 자료분석 같은걸 하는 일종의 의미없는 '짓'이었죠...

 

더 황당한건 아침마다 경력 근무자에 한한 실적보고와 프리젠테이션 까지 진행했다는데 있었습니다.

 

이쯤되니 회장님도 회장님이지만, 직원들도 정상같이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실장님 말에 의하면 그것도 다 사정이 있답니다..

 

다들 이른나이에 실직하거나 길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사람, 노숙인의 경우 그 나이 지긋하신 간부님 입니다.

여직원들 같은 경우엔 룸싸롱이나 술집을 다니는 술집여자들이며 당장 회장님 개인적인 대출로 월급은 따박따박 주니 미친짓인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직장을 구할때 까지 그러고 있었다는 겁니다.

 

정말 이 모든걸 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저를 뭔가 시험해보고 떠보려고 하는건지 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럼 회장님께서 왜 그런짓을 벌이시며 직원들은 왜 자꾸 모집하시는지.. 차라리 사기나 다단계면 이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본인이 직접 돈을 쓰시고 뒷감당도 못하시는데 그런 이상한 짓을 하는지 그자리에서 직접적으로 여쭤봤습니다.

 

실장님 말에 의하면 회장님은 얼마전까지 시골에서 농사나 짓던 배움도 짧은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시골의 논이며 밭, 소까지 팔아 남긴 자금으로 자취를 감추셨고 얼마 안가 그 회사를 차리셨습니다.

 

 

마케팅 회사의 대표였지만 마케팅의 '마' 자도 모르는 문외한 이었던 거죠

그러면서 회장님께서는 남들과 다른 면이 있으시다, 즉 자신이 상상한 대로 일을 처리하고 믿는다는 말이었습니다.

 

멀쩡히 농사지으며 시골 생활하시던 사람이 TV나 드라마를 보며 나는 회장님 소리좀 들어야 겠다면서 내가 이런데서 뭘하고 있는거냐고 어느날 갑자기 논이며 밭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셨고 서울 모처에 오피스텔 하나 빌려서 사무실을 차린 뒤 사람을 모집했던거고 처음엔 유령회사 같아 사람이 구인되지 않자, 위에 쓴대로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하나 둘 씩 모으기 시작했고 이 사람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돈을 마련할 구실로 온갖 대출에 대부업까지 손을 뻗쳐 일을 진행했던 거죠.

 

이 이야기를 돌이켜 들으니 정말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위암 4기에 걸려 오늘 내일 했는데 기적적으로 어느날 치유가 됐다고 한 것이나, 과거 뒷골목 깡패 생활을 하며 10대1로 싸움을 해 맥주 병을 깨서 10명을 찔러 모두 죽여버렸다고 하셨던 이야기나, 당시 국무총리와 각별한 호형호제 지간이라 자신 말 한마디면 정치구조가 바뀔 수 있다고 하신 것 등등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많았다는 걸 뒤늦게 느꼈습니다.

 

물론 전 그냥 단순히 우스겟 소리로 하는 거라고 여겼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런 말씀을 하실때마다 회장님 표정이 상당히 진지했으며 거짓말이나 농담을 하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물론 모두 거짓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평생 시골에서 농사만 지으셨단 분이 어느날 갑자기 TV를 보고 그런 일들을 진행하셨다니 그때부터 뭐가 진짜 진실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실장님도 그러시더라구요 자신들도 처음엔 자세한 내막까지는 몰랐는데 어느날 시골에서 함께 계시던 부인이 회사로 찾아와 울며 불며 농사나 짓던 무식한 양반이 왜저런지 모르겠다며 한바탕 소란을 피우신 적이 있으셔서 그때 이 모든 사실을 아셨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실장님은 자신이한 이야기를 회장님께 직접 전해도 좋다며, 그렇게 된다면 노발대발 하셔 쌍욕을 퍼붓고 쫓아낼게 분명한데, 오히려 그렇게만 해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사실 긴가민가한 부분도 있고 어쨌건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 실장님께 들은 이야기는 모두 함구하고 정상적으로 출근하며 일을 했습니다.(그땐 그 실장님도 믿을 수 없어 사실상 진실을 알면서도 저 또한 그 '미친짓'에 동조한 셈입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상황이 그날 실장님이 이야기한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처음에 간부님을 시작으로 실장님부터 몇 안되는 말단 직원들까지 모두 그만두었고 그 때마다 회장님은 그 온화하고 인정많아 보이시는 얼굴을 뒤집고 세상에 한번 들어볼까한 거친 쌍욕에 저주를 퍼부우며  은혜를 모른다고 소리치고 역정을 내시는게 다였습니다.

 

결국 저와 경리 직원 몇명만 남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몇 달 일한 월급이고 뭐고 저도 그냥 조용히 온다간다 말 없이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2년정도가 지났는데 이 후 그 회장님과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웬만한 취업사이트를 다 뒤져도 회사명은 모두 검색이 되지 않으며 인터넷 포털에도 검색이 되었는데 그 마저도 중단 된 것 같았습니다.

 

불과 몇 개월안에 코스닥에 상장시키고 비전있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제 두손을 꼭 잡고 온화한 얼굴로 함께 잘키워 보자시던 회장님의 그 인자한 미소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실장님이 하신말씀은 모두 사실이었을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 그것이 모두 사실이면 '공상허언증'이라는 병이 단순한 개인의 허상이나 허세의 수준이 아닌 한 사람과 그 가족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트릴 수 있는 정신병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정신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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