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헌병대 수사과 출신이라 군대에서 나는 사고를 많이 봤습니다. 그 중에 기억나는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시기와 장소는 보안상 적지 않으며, 끔찍한 장면에 대한 묘사도 있을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1. 제가 후반기 교육을 받고 사단 보충중대로 갔을 때, 우리보다 며칠 먼저 와 있던 신병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설연휴가 끼어서 자대배치가 늦어졌고, 저랑 같은 날 자대 배치를 받아서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1년 반이 넘게 흐른 것 같습니다. 평소처럼 수사과 업무를 하고 있는데, 부대가 뒤집혔습니다. 의무대대에서 총기사망사고가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낮에 위병소 근무를 서다가 자기 목 부위에 총구를 대고 당긴 것입니다. 저는 의무대에 전화해서 사망자 개인정보를 조사하고, 그 사람 생지부를 받아서 검토했는데, 보충중대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더군요... 저희 둘 다 상병 말호봉이었고, 자살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아서 루머가 좀 많았던 사고였습니다. 그 후에는 위병소 근무에 실탄을 배제하게 되었죠. 그 전에 있었던 자살 사고는 제가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감정적인 변화가 없었는데, 제가 얼굴을 알고, 같은 곳에서 생활도 했었고, 얘기도 해봤던 사람이 죽어서인지 납덩이를 삼킨 것 같았습니다...
19금 : 총알 구멍은 하나였으며, 머리 안에 총알이 남지도 않았습니다. 눈알이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에 부검결과 총알이 목으로 들어가서 눈을 통해 나왔다는 결론입니다.
2. 이번에는 교통사고입니다. 군용 5톤트럭 뒤에 포가 달려있었고 내리막길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경사는 10도정도였고, 내리막의 끝에는 사거리가 있었으며 사거리 교차지점에서 5톤트럭 + 알파의 무게와 민간인 승용차 대우 토스카(검은색)이 부딪혔습니다. 토스카 운전석은 완전히 패여서 움푹해져있고, 차량은 사고지점에서부터 17미터가량 밀려나 있었습니다. 민간인 차량에는 운전자와 보조석 탑승자는 주부이고 뒷좌석에는 아이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군용트럭 운전자는 이등병이었으며, 하사가 선탑으로 있었으나 사고를 방지하지는 못했습니다. 민간인 피해자 중 운전자를 빼고는 모두 가벼운 타박상 정도에서 끝났지만, 운전자의 상태는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급히 병원으로 이송시키고, 군트럭 운전자, 선탑자, 부대 관계자 등을 헌병대로 데려와 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조사과정에서 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갈피가 잡혀가고 있었고, 피해자의 생사가 중요한 상황이었으나, 약 두 시간 후 민간인 운전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어왔기 때문에 군트럭 운전자인 이등병을 구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피하려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동정론까지 일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사망자 가족이 장례식을 마치고 며칠을 구속돼 있던 이등병에게 선처해 줄 것을 군검찰에 요구했고, 다행히 재판까지 가지 않고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