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국수쟁이 작성일 14.08.16 01: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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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정도된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학창시절에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였습니다.

 

사귀기전엔 전혀 몰랐는데 사귀고 나서 얼마후에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만나서 이야기 하자길래 별생각없이 나갔는데 고백할것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슴이 좀 철렁하긴했는데 전 남친이야긴가.. 그런거면 쿨하게 신경안쓰기로 생각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하고 들어보니 상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귀신이 보인다는 겁니다.

 

뜬금없이 뭔소리야 했는데 눈을보니 거짓말은 아닌거 같고.. 고등학교때 귀신보는놈은 거의 말로만 들어봐서

 

실감이 안났던겁니다.

 

여친말로는 자기 엄마쪽이 무당이랍니다. 할머니가 무당이신데 원래 엄마를 건너뛰고 자기가 신내림을 받아야했답니다.

 

근데 딸이 불쌍한 엄마가 자신이 대신 받고 딸은 신내림을 안받은거죠.

 

그래서 신내림전에는 귀신같은것도 많이보고 지금도 몸이 아프면 자주 보인다면서 고백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여자친구가 무당집딸이라니.. 게다가 귀신을 종종 본다니...!

 

사실 귀신같은걸 전혀 안믿고있었기에 얘가 거짓말을 하는가 관심을 끌려고? 거짓말이면 이런걸로 뭔이득인가..

 

온갖생각이 들었지만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본인앞에서 못믿는모습은 안보이기로요..

 

1.교차로귀신

 

푹푹찌는 여름이었습니다. 평소처럼 동네에서 데이트하다가 시원한게 먹고싶어져서 시내쪽으로 가고있었습니다.

 

시내로 가는길에 기차역이있는데 역쪽으로 가면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을 지나면 직선으로 금방갑니다.

 

돌아서가면 주택가를 빙~ 돌아야해서 더운날에 그러긴 귀찮았습니다.

 

제가 손에 땀이 많은지라 손도 안잡고 조금 떨어져서 수다떨며 가고있는데 갑자기 여자친구가 팔을 확 잡아채더니

 

얼굴이 굳어서는 "조용히 따라와 그냥와." 라는 겁니다.

 

영문도 모른채 여자친구가 너무 얼어있으니 일단 돌아가는길쪽으로 걸으면서 가만히 따라갔습니다.

 

역을 지나서 조금 걸으니까 그제서야 살짝 한숨을 쉬면서 다행이다라는 겁니다.

 

"뭐가 다행이야?" 라고 묻자 아까 지름길가는 앞쪽 골목으로 들어가는 교차로앞에서 둘이 수다를 떠는데 마치 근처에

 

누군가가 같이 떠드는듯한 소리가 들렸답니다. 그래서 자기는 말을 멈추고 가만 귀기울여봤는데 제가 말이 멈추자

 

"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

 

라고 계속 되뇌이는 소리가 들렸답니다. 등골이 오싹해진 여자친구가 앞을 바라봤는데 교차로 조금 지난곳에서 성인 남자

 

머리만 잘린채로 절단부위에서 피를 후두둑 쏟으면서 죽여버릴거야만 반복하고있었답니다.

 

머리만 떠다니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깜짝놀랐는데 알아채면 곤란하기에 비명을 겨우참고 저를 끌고 다른길로 간겁니다.

 

귀신을 보면 영화처럼 파란 얼굴 조명 받은 모습 하얀얼굴 이런게 아니라 실제 사람과 구분을 못한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리얼했을까요; 머리만 둥둥떠다니는데 피를 쏟고있다니.. 그 말을 들으니 저도 등골이 오싹해지는게 여름인데도

 

싸늘하더라고요..

 

2.발소리

 

한달쯤 뒤에? 일어난 일입니다. 밖에 돌아다니는게 덥고 귀찮아서 제 방에 큰 베게를 등에 대고 벽에 기대서 티비를 같이

 

보고있었습니다. 딱히 하는거 없어도 자주보던 사이라 그냥 티비보고 밥먹고 집에 데려다주고 그런 사이였죠.

 

평소처럼 영화 해주는걸 틀어놓고 같이 보고있었는데. 어느새 옆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저도 슬슬 졸려서 낮잠이나 같이 잘까 하면서 티비를 끄려고 했는데 갑자기 눈을 확뜨더니 "티비 끄지마!" 라고 조용하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옆에서 깜짝놀라서 쳐다보니 발소리 안들려? 이러는겁니다. 나는 안자고 계속있었는데? 뭐지? 싶어서

 

도둑 들어온건가? 생각했는데 대낮에 티비 틀어놓고 있는 집안에 도둑이 들리가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싶은겁니다

 

가만히 보고있으니 계속 발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린다며 울먹거렸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토닥이고있으니 갑자기 눈을 감고

 

저를 꼭 안은채 가만히 있는겁니다. 어쩔줄몰라서 그냥 안아주고있었는데 한참뒤에 손에 땀이 범벅이되서 눈을 떴습니다.

 

대체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 울면서 낯선 남자가 집에 들어왔다가 나갔다는겁니다.

 

여기 너랑 나밖에 없었다고 하니까 당연히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지 라면서 우는데 이 때는 좀 답답했습니다..

 

바로옆에 있으면서도 나는 전혀 모르다니. 상처에 공감해줄수도 없고 토닥이는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으니까요.

 

옆에서 자고있는데 갑자기 발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첨에는 다른방 사람이 지나가는줄 알았는데 발소리가 저희방쪽으로

 

점점 가까워 지고 있었다네요.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한 여자친구가 눈을 뜨고 저한테 발소리 안나냐고 물은겁니다.

 

저는 못 들었기에 아니라고 했는데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 졌나봅니다. 발소리에 집중하다가 마치 방안에서 들리는것 같아

 

입구를 보니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쑥 하고 들어왔답니다. 겁이난 여자친구는 눈을 꼭 감고 저를 그냥 껴안고 있었답니다.

 

발소리는 저희 주변을 맴돌면서 아무짓도 안했답니다. 그저 맴돌기만 하다가 멈추더니 "다음에 또 올게."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답니다. 눈을뜬 여자친구는 어릴적에 귀신인지 몰랐을때 봤던 아저씨라면서 아직도 가끔 나를 따라다닌다며 울었죠.

 

아저씨가 나타나면 오늘처럼 눈을 감고 갈때까지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측은합니까.. 보통 사람인 저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요.

 

3.선풍기 귀신

 

제가 몸에 열이 많아서 가을초반 까지는 선풍기를 틀어 놓습니다. 평소처럼 선풍기를 틀어놓고 조금 쌀쌀한 기운도 있어서

 

회전을 해놓고 자고있었습니다. 잘자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리는 겁니다. 전화를 받으려고 꺴는데 전화를 들자마자

 

전화기가 뚝 하고 전원이 나갔습니다. 분명히 배터리가 70프로 이상 있는걸 확인하고 누웠었는데 이상했습니다.

 

캄캄한 방에 선풍기만 돌아가고있었습니다. 배터리를 빼서 다시 끼우니 전원이 들어왔습니다. 부재중 통화에 여자친구가

 

찍혀있었습니다. 전화를 걸어보니 한번만에 여자친구가 받더군요. 받자마자 자주가는 편의점으로 나오랍니다.

 

새벽에 무슨 편의점이냐고 타박을 주니 자기 방에 누가 있는것 같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자 저도 놀래서 바로갈게하고

 

나무 배트를 쥐고 옷을 대강입고 운동화를 신고 나갔습니다.

 

도착하니 여자친구가 괜찮냐고 물어보더군요. 무슨 소린가 싶어서 내가왜? 넌 괜찮아? 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여자친구가 별 일 없어서 다행이라며 손을 꼭 잡아주더군요. 상황 파악이 안되서 집에 도둑든거 아니냐고 하니

 

거짓말이었답니다. 저를 방에서 나오게 하고 싶어서 급하게 생각난대로 말했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니까 말하길

 

자고 있었는데 꿈에서 제방으로 놀러가는 꿈을 꿨답니다. 놀러가서 맛있는거 시켜먹고 티비보다가 같이 잠들었답니다.

 

자고있는데 선풍기에서 뚜둑뚜둑 - 윙 - 뚜둑뚜둑 - 윙 - 하면서 회전해놨을때 끝부분에 가로막혀서 회전이 안될때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더랍니다. 계속 한쪽 끝에서만 소리가 반복되자 거슬려서 선풍기를 끄려고 일어났는데 선풍기의

 

한쪽끝에 시체처럼 생긴 여자가 내려다 보고 있었답니다. 금방이라도 우리한테 피를 쏟을것 처럼 생긴 창백한 여자를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면서 꺠어났는데 제 걱정이 되서 전화를 하고 불러낸거랍니다.

 

평소 같으면 개꿈이야 라면서 웃으며 넘겼을 일이었는데 웃을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잠이 들기전에 저도 들었기때문입니다

 

선풍이의 회전이 오른쪽 끝에만 가면 뭐에 막힌듯이 딱딱딱 하다가 왼쪽으로 가고 다시 오른쪽에오면 딱딱딱 하는소리가

 

들렸던 것입니다. 이상하다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귀찮아서 선풍기가 고장이 났나보네 하고 내일 한번 봐야겠다 라고

 

생각만 한채 그냥 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별거 아닌걸로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여자친구의 꿈얘기를 들으니 소름이 끼치면서 도저히 방에는 못가겠더라고요.. 방학중이어서 수업이 없으니 피시방에간다

 

하고 여자친구를 데려다주고 피시방에가서 밤을 새웠었습니다. 지금도 떠올리니 오싹하네요. 이 사건이후로 선풍기를

 

회전시키지 않고 이불을 덮더라도 한곳에만 집중시키는 습관이 생겼죠..

 

여자친구와는 1년넘게 사귀다가 권태기가 와서 헤어졌습니다만 끝에 여자친구가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서 씁쓸하게 헤어진

 

기억이 나네요.. 애정결핍스러운 모습이 가끔 보여서 제가 좀 정이 떨어져 헤어졌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좀 더 애정을

 

주고 사랑했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되더라고요 가끔 꿈에서 만나면 이상하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는데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살고 있으면 좋겠네요.

 

다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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