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얼굴
대학생시절에 혼자 자취하던중 일어났었던 일이다.
평범하게 지방 공대를 다니던 대학생이었다.
학생들은 다 공감 하겠지만, 시험기간이되면 특히 공대생들은
평소에 수업이 너무 어려워서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는 하는데
하필이면 뭘 잘 못 먹었는지 장염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주말이면 좀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걸린 장염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웠고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는 나였지만
제발로 병원에 찾아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타왔었다.
경험자인 친구의 말로는 좀 나아지기전엔 미지근한 이온음료가
좋다고 해서 포카리를 하나 사놓고 침대에 누워서 찌르르한
배만 붙잡고 끙끙대고 누워있었다.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샤워 하는 소리에 놀라서 깨고 말았다.
평소에 절친했던 친구가 놀러왔다가 자는걸 보고 더워서 혼자
샤워를 하고 있는건가 하고 대충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친구가 수건좀 달라고 말했다. 이상하게도 몸이 전혀
움직일생각을 안해서 그저 문쪽만 바라보고 있는데 샤워기를
잠근후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만 선명하게 들렸다. 대답을
안하고 있으니 문이 끼익 천천히 열리면서 친구의 머리만 불쑥
튀어나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왜 수건을 안주냐고 항의를 하나
생각했는데 뭔가 느낌이 기묘했다. 서로 눈만 마주보고 말없이
있는데 문득 눈치채고 말았다. 친구의 머리가 대각선이 아닌
수직으로 기묘한 위치에 있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친구의 얼굴이 기분나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온몸에 소름이
끼쳐 경직된 상태로 계속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머리통이
내 눈높이에 맞게 덜컥 낮아지는걸보고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나중에 일어나 보니 샤워실은 물기 하나 없었고 친구는
내방에 온적이 없었다고한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계약이 끝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친구의 웃는 얼굴이 묘하게
뇌리에 남아 결국 친구와도 멀어지고 말았다.
눈
별거 아닌 이야기다. 어릴적에 우리집은 화장실이 밖에 있었다.
평소엔 괜찮은데 자다가 화장실을 가야 하면 무서워서 후다닥
뛰어서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그 날은 저녁에 좀 과식을 했는지
큰 볼일이 보고싶었다. 애써 무섭지 않은 척을하며 볼일을
보는데 어디선가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쌔하게 들었다.
등골에 소름이 쫙 돋는게 나도 모르게 천장을 바라봤는데, 위에
눈하나가 나를 보고 깜빡 거리고 있었다. 순간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고 그저 여기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엉덩이를 제대로
닦았는지 아닌지도 모른채 속으로 비명을 삼키며 방으로
뛰쳐나가는데 갑자기 앞에 커다란 물체가 후드득하고 날아들었다.
심장이 멎을뻔 했다. 비명도 못 지르고 멈춰 섰는데 바로 눈
앞에 빨갛게 충혈된 탁한 두 눈과 마주쳤다. 두 눈은 날 보더니
곧바로 담을 넘어 사라졌고 나는 울면서 부모님을 찾았다.
그 날 이후 부모님은 안에다 공사를해서 화장실을 만들어 주셨고
나는 사람의 눈를 똑바로 쳐다 보지 못하게 되었다.
나중에 본 두 눈은 도둑이 아니었을까 생각하지만
화장실 천장에 달려 있었던 눈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파랑추리닝바지
친한 친구로부터 파랑색 추리닝바지를 선물받았다. 얼핏 보면
중고등학생때 입었던 학교 체육복과 비슷하게 생겼다.
옛날 생각난다며 친구에게 고맙다고 집에서 편하게 입고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친구는 별거 아니라며 신경 쓰지말라고 했다.
퇴근 후에 집에오면 씻고나서 가끔 이 바지를 입고 티비를 본다
던가 웹서핑을 하다가 잠이 들곤 했다.
한달쯤 지나고 나서였다. 야근을 하고와서 피곤함에 오자마자
씻고 맥주 한캔을 마시고 바로 잠이 들었다. 꿈을 꾸는데
자각몽이라고 하나 내가 꿈을 꾸는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현실과 너무 흡사해서 신기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집에 누가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 누구세요? 라고 물어보며 인터폰으로
밖을 보는데 칼을 든 남자가 소름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제일 친한친구의 목소리로 나라고 말했다. 겁에 질린나는 어서
창밖으로 도망을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팬티만 입고있었기에
아무옷이나 입고 도망쳐야지 했는데 파란추리닝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 생각없이 바지를입고 도망치는데 어떻게 알고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숨는곳마다 나를 발견해서 정말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결국 잡혀서 남자에게 찔리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잠옷을 갈아입으려고 보니
파란추리닝을 입고있었다. 설마 자기전에 우연히 보고 꿈에서 입은 거겠지
라고 생각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누웠는데 이번엔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그 후 가끔 같은 꿈을 꾸곤 했는데 항상 파란추리닝바지를 입고 도망을 쳤다.
계속해서 이런일이 일어나자 실생활을 하기가 힘들었고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갔다. 어느날 같은 꿈을 꾸고 있는데 이번엔
평소에 잘 안 입는 등산용 바지를 입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평소와 다르게 남자가 쫓아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밖에서 보니
남자는 여전히 문을 두드리고 있을 뿐이었다.
혹시 바지 때문인가..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자가
복도 창문으로 확 달려와서 나를 내려다 보고 외쳤다.
"어째서! 다른 바지를 입고 있는거냐! 못 알아챘잖아!"
외치는 순간에 남자의 얼굴은 친구의 얼굴로 변해 있었다.
충격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친구에게서 부재중으로 전화가
와있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전화를 받았는데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전화가 뚝 끊겨져 내일 친구를 찾아가야겠다
생각하고 자고일어났는데 메시지로 친구가 자살했다는 연락이
와있었다. 장례식장에가서 친구의 부모님께 물어봤는데
부모님도 자살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슬퍼하셨다. 다만 가끔
파랑추리닝 바지를 찾았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후 친구의 명복을 빌며
바지를 태웠는데 그 후에 이상한 꿈은 꾸지 않았다.
도대체 친구는 나에게 왜 바지를 선물했고 자살을 했을까?
아직도 영문을 모르지만 이제 남이 공짜로 주는것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보는 버릇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