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그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면서 나는 굳게 결심했다.
"반드시 찾아내서 찢어죽일 것이다, 거울마녀!"
분노를 지우지 못해 터져나온 쇳소리 섞인 고함과, 쓰러져 나뒹구는 테이블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그 마녀를 찾아 갈기갈기 찢어야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녀는 거울 속에 산다.
거울 속에서만 숨을 쉴 수 있고, 거울 속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거울을 조심해야만 하고, 또 곁에 두어야만 한다.
그래야 마녀를 쫓을 수 있을테니까...
1년 전까지 나는 성공한 건축가였다. 건축을 예술로 여겼고, 대중에 인정도 받았다.
그 결과 어느 유명한 박물관의 재건축을 맡게 되었고, 디자인부터 착공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낡은 건물을 부수고 기초공사를 위해 땅을 파고 있는데, 구 박물관의 설계도에는 기재되지 않은 석실이 발견되었다.
발굴작업이 될 수 있었기에 공사를 중단하고 박물관측에 연락했다.
그런데 박물관측도 내력을 알 수 없다는 대답만 했다.
박물관측의 의뢰를 받아 직접 내부를 조사하기로 하고 석벽을 최대한 깔끔하게 열었다.
물론 내가 가장 처음으로 속을 들여다 봤다.
그곳에는 가로세로 3미터의 거대한 거울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여자 조각상이 있었다.
호기심에 끌려 그 조각상을 만졌을 때, 그 증오스러운 마녀가 깨어나 나와 눈을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녀는 내 기억을 읽었고, 나는 집에 있을 아내와 딸의 모습을 떠올렸다.
"날 깨운 걸 후회하게 해주겠다."라는 말을 남긴 채 마녀는 거울속으로 사라졌고,
동시에 그 거울이 박살이 나 온몸에 파편을 박아 넣었다.
병원에서 깨어난 나는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런 소식을 들었다.
집에 있던 아내와 딸이 나와 같은 상처를 입고 죽었다고...
수술을 받은 내 몸은 온통 흉측한 상처가 남았고,
난 곧 모든 걸 정리하고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지금 나는 그 마녀의 기운을 얼핏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엔 알 수 없는 감촉 같았으나,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되었다.
이 감각은 마녀를 가리킨다는 걸.
하지만 거울을 들여다 봐야만 했다.
서로 가까운 거울 앞에 있다면 나도 마녀를 볼 수 있고, 마녀 또한 그렇다.
테이블을 다시 세우고 거울이 있는 방으로 갔다.
수 많은 거울이 중심을 향해 원을 그리고 있는 방.
한참을 집중해서 보고있을 때, 감촉이 왔다.
그 거울로 다가갔다.
마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거울에 손을 짚고 외쳤다.
"이 악마! 빨리 이쪽으로 나와! 죽여버릴거야!"
그러자 마녀는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더니 곧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까딱했다.
순간 내 손이 거울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꺼내려 했지만 결국 오른손이 거울 안에 갇히게 된 것이다.
나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찾아봐. 히히. 찾으면 붙여줄 수도..."
음침한 마녀의 목소리와 함께 거울 속 배경이 변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주택가...
거울에 갇힌 오른손이 뜯겨져 나간 후 스스로 기어서 주택가 사이로 사라졌다.
고통스러운 손목을 붇잡고 주저앉아서 마녀도 주택가도 사라진 거울에 비친 내 모습만 바라봤다.
정신을 부여잡은 나는 마녀를 찾기 위해서라도 내 손부터 찾아야했다.
기절했다 깨어보니 다시 해가 기울고 있었다.
뜯겨나간 손 생각이 스쳐, 밖으로 뛰어나왔다.
거울에서 봤던 배경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낯익은 울타리를 발견했다.
분명 그 근처였다.
확신에 차서 울타리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심심해서 연재물로...
1화입니다. http://fun.jjang0u.com/articles/view?db=106&no=13783&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