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하는 기대와는 달리
그날 이후로 나는 여자애가 나오는 꿈을 꿀수없었어.
이제 다시 악몽의 시작이네 .. 라는 생각의 두려움과 끝없는 아쉬움.
평소의 ,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여자에게서 보호를 받고 있다는것..
상당히 이질적이면서도 난 그안에서 큰 평안함을 느꼈는데 말이지.
그녀는 누구였을까 하는 호기심보다 더이상 볼수 없다는것이 더 날 힘들게 했어.
아무튼 이상하게도 그후로 매일 악몽이 나타나진 않았어.
다만, 서서히 찾아올뿐이였지.
예전 처럼 자주 꾸지 않고 가끔 악몽에 시달릴 정도였는데.
그게 여자아이가 내 기억에서 점점 멀어져가는것에 비례해 악몽은 다시 전처럼 잦아들게 되었어.
그렇게 악몽과 같이 세월이 흘러 1~2년쯤 지났을까.
내가 악몽을 꾸어도 더이상 그때처럼 많이 무서워 하진않을거라고 스스로 생각했어
그리고 우리집은 이사를 가게되었지.
처음으로 동생과 떨어져 나만의 작은 방을 갖게 되었고
나는 그 텅빈방에 앉아서 시원한 바닥을 느끼며 잡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그 크레파스와 여자아이가 생각났어.
그때서야 내가 문득 들은 생각은 그여자아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색동저고리는 내 여동생이 설날때 입는듯한 옷이고 예쁜얼굴과 앞 머리는 내가 매일 가는 피아노 학원에서
보는 호감가는 여자애인거 같고 그렇다면 그 여자아이는 스스로가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시적으로 내가만든 환상에 지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어.
나는 지금도 왜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손을 합장하고 신께 그 여자아이를 다시 보내달라고 빌었어.
단순히 어린시절의 풋사랑일수도, 보고싶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하는 기도가아닌 가부좌에 합장을 한건, 아마도 부모님의 불교 신앙의 영향을 받았을거 같기도해 ㅋ
어쨋든 나는 눈을감고 빌었지. 사실 부처님께 빌었던건 아니야. 그저 누군가에게 빌었을뿐이였고 별기대를 하지않았어.
그리고 천천히 눈을떳는데 나는 엄청나게 당황했어.
방이 아니라 나는 옛날 엄청 고급진 초가집 에있는듯했고
굉장히 좋아보이는 비단 방석에 앉아있었는데, 내 앞으로는 사극 에서나 보던 옛날 높은 사람들이나 놓는,
작은 상이 있고 그냥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으면 이곳에 있겠구나 할정도로 호화스러운 옛날 집이였어.
그리고 집은 ㅁ 모양의 집인거 같았는데 집인지 궁궐인지 잘 분간이 안가지만, 중앙 마당에는 예쁜 꽃들이
무수히 피어있었고 중앙에 잘 정돈되어 있었는데, 꽃에서 금가루가 나는건지 금빛이 나는건지 정신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리고 내앞에 그여자아이가 앉아있있어.
전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수줍게 한쪽 무릎만 앉아서 날 보고 웃는데
그 뒤로 꽃에서 빛이나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꽃에서 빛이나는건지 여자애 에게서 빛이 나는건지...
나는 그저 갑자기 펼쳐진 엄청난 아름다움에 넋이나간듯이 입벌리고 여자애만 쳐다보고있었지.
그때, 갑자기 등뒤를 누군가가 치는 느낌이 났고.
엄마가 방문을 열고 앉아서 뭐하냐고 물어봤고 나는 다시 앞을보자 그냥 평범한 내방이라는걸 깨달았어.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그저 앉아서 쉬고있었다고 얘기를 하자 엄마는 다시 문을닫고 가셨지.
그리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나는 그 초가집에 있었던 시간이 불과 몆초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됐어
다시 앉아서 합장하고 빌어봐도 다시 그여자애는 볼수없었어.
그리고 그후 나는 가끔식 인형에게 시달리다가 이제 여동생은 새로운 인형을 원했고
그때 샀던 새인형 똘똘이 인형은 머리칼이 빠지고 점점더 흉해져갔지.
마침 아버지는 동생에게 새인형을 선물했고 나는 동생에게 똘똘이 인형을 버릴거라는 구두의 약속을 받아냈지.
그리고 동생은 밖에 나가 놀면서 그인형을 버리고 오겠노라고 했고 나는 최대한 멀리가서 버리고 오라고 했었어
그리고 동생이 빈손으로 온걸 확인하고 안심했고 나는 그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지.
그런데 똑같은 혹은 더 끔찍하게 인형에게 도망치는 꿈을 꿨고 물론 끝은 내가 죽는걸로 마무리되었지.
나는 갑자기 그 인형이 아직 집에있다는 확신이 들어 집을 둘러보자 아니나 다를까.
신발장옆의 김치냉장고위에 그 인형이 떡 하니 앉아있는거야.
격분한 나는 동생에게 인형을 버리겠다고 하지않얐냐고 소리치자 동생은 자기는 분명히 놀이터에 버리고 왔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였어.
그래서 나는 직접 그 인형을 들고나가서 놀이터보다 더 멀리, 족히 20분은 걸어서가다보니
마침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쓰레기 봉투를 버리는듯한 전봇대 밑에 그 인형을 놔두고 뒤도안돌아보고 왔지.
그리고 그날밤부터 지금까지 그 인형이 꿈에 나오지 않았고
이게 나와 인형 이야기의 전부야.
+ epilogue
그후에 나는 그 여자애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어. 이름도 모르고 이젠 얼굴도 생각이 안나는데
아직도 그때의 상황들은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지고다녔지.
그러다가 우연히 ' 증산도 ' 라는 사이비 종교 같은 곳을 발견해서 들어갔는데 ,
그쪽에서 설명하는걸로는 자신들의 종교의 깨끗함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었어
알아보니 길거리에서 얼빵한애들 끌어가는 대순진리회 와는 뿌리는 같으나 아예 다른곳이더군
확실히 정반대로 깨끗해 보이기는 했는데 꿈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런얘기를 하더라고
그래서 궁금해진나는 게시판에 그여자애에 대해서 질문글을 올렸지.
그러자 답변인이 하는말이 나도 혹 하게끔 만드는 꽤 일리있는 말을 했어.
크레파스라는 건 나와 그여자애를 이어주는 매게체 같은 역활을 하는거고
근데 그게 없이도 만났다는것은 어떠한 강력한 인연으로 맺어져있다는 증거라네
끝에는 증산도를 수련하면 다시 여자애를 볼수있다는 말로 다시 신뢰감을 잃긴 했지만 말이야.
나는 아직도 그 애가 누군지 전혀 알수없고 가늠할수도 없어서 다른사람들의 생각이 참 궁금하긴하네
귀신같은 존재인건 나도알겠지만 나에게 해를끼치기는 커녕 오히려 도움을 주었으니,
전생에 뭔가 인연이 있었거나 한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난 그때부터 이 음악을 들으면 그때 그시절 꿈속의 여자아이가 생각이나.
조덕배 -꿈에-
꿈에 어제 꿈에 보았던
이름 모를 너를 나는 못잊어
본 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지난 꿈 스쳐간 여인이여
이 밤에 곰곰히 생각 해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바로 그 모습
떠오르는 모습 잊었었던 사랑
어느 해 만났던 연인이여
어느 가을 만났던 사람이여
난 눈을 뜨면 꿈에서 깰까봐
나 눈 못뜨고 그대를 보네
물거품처럼 깨져버린 내 꿈이여
오늘 밤에 그대여 와요
난 눈을 뜨면 사라지는 사람이여
나 눈 못 뜨고 그대를 또 보네
물거품처럼 깨져버린 내 꿈이여
오늘 밤에 그대여 와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