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여름 방학을 보낼 때,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서 이것저것 하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할아버지는 원래부터 그 지방 사랑이어서, 산나물을 같이 따러 나가거나, 멋진 강에서 낚시를 하는 등, 노는 방법이 다양했었다.
어느 날, 나와 할아버지가 강에서 놀고 있을 때, [우우...우우...]하고 신음소리 같은게 들려왔다.
할아버지가 [설마...]라고 하셔서, 뭐지? 하고 생각하며 할아버지가 보고 계신 곳을 보았다.
다리 한쪽이 잡아 뜯긴 듯한 느낌인, 온몸이 피투성이인 까까머리 남자애가 있었다.
죽을 만큼 놀라서 울면서 할아버지에게 달라 붙었지만,
할아버지는
[괜찮아. 괜찮단다. 저건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자, 이제 그만 놀고 집에 돌아가자꾸나.]
통곡하듯 울고 있던 나를 허리가 좋지 않으시던 할아버지가 업어서 집까지 데려갔다.
그 후, 중학생이 되어서, 부활동이나 다른 일 등으로 여름 방학을 할아버지 집에서 지낼 기회가 없어서, 할아버지 집에 간 것은 고등학교 수험 전인 겨울 방학이었다.
할아버지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트라우마가 되었던 까까머리 남자애에 대해 여러 가지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아~...그 앤 내가 어렸을 적의 친구인데, 전쟁중에 죽었는데 자기가 죽은걸 알지 못하는 것 같아. 괴롭지만 나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모르겠구나. 선향을 피우거나 이것저것 시험해 봤지만, 지금도 여전히 저렇게 모습을 드러내곤 하는구나.]
영감 제로인 내가 체험한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올해로 92세가 되시는데, 슬슬 할아버지의 무덤 준비를 하려고 하자, 언제까지고 괴로워하고 있는 친구를 두고 자기만 천국에 가버리는 것은 싫다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