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여행

zkdhk 작성일 15.04.28 07: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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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무명 New! 2012/01/29(日) 22:42:59.09 ID:i950x+u10(투고자 ID)

이야기가 길어지게 되는데 괜찮을려나?

바지 벗을 필요도 없는 이야기지만 들어줬으면 해.

 

나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자세한 사정은 생략하겠지만, 쌓여있던 유급 휴가를 처리하기 위해서 1주일간 휴가를 냈다.

차에 침낭이라든가 갈아입을 옷을 던져 넣고서, 차 안에서 숙박하는 빈곤한 여행이다.

될 수 있는 대로 싸게, 가능한 한 먼 곳까지 가고 싶다고 생각한 나는, 얼마나 적은 돈으로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 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사실, 돌아와서 정산을 해보니 연료값하고 목욕값(온천 요금, 아끼고 싶지 않았다) 정도 밖에 쓰지 않았다.

뭐, 그런 여행이다.

남자 혼자 마음 가는 대로 하는 여행이다. 그걸로도 충분히 즐겼다.

그건 그렇고, 이 사건은 산인(山陰)지방에서 일어났다.

장소를 특정하는건 위험하니까 자세하게 쓸 수는 없지만, 뭐...산인지방의 어떤 깊은 산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는 그날도 차를 몰고 있었다.

고속도로도 쓰지 않고 국도도 달리지 않으면서, 그저 산 속을 꿰매듯이 차를 몰아, 그 곳에 있는 명물을 사거나 먹고, 욕탕에 들어가거나 사진을 찍는 일 따위를 하고 있었다.

그 날도 차를 몰면서 문득문득 시선을 끄는 것 들을 사진으로 찍고 있었다.

 

189.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무명 New! 2012/01/29(日) 23:01:21.02 ID:i950x+u10

오후 3시쯤.

나는 기묘한 풍경을 차 안에서 발견했다.

간단히 말하면 논 한가운데 우두커니 세워진 신사인데, 마치 신사를 위해서 논을 만든 것 같이, 그 논에서 [잘 배열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물이 흐르는 곳에 돌을 둔다. 그러면 흐르는 물은 돌을 피해 흘러가고, 다시 돌이 끝나는 부분에서 합류한다.

그런 흐름이 느껴지는 풍경이 논과 신사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 같은 풍경을 보고, 나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카메라를 가지고 신사로 다가갔다.

내게는 [원풍경(原風景)1]같은 정취있는 감정이 없다. 신심이 깊지도 않고, [천벌을 받는다]라는 감각도 희미하다.

신사라는 공공물이 토지의 신앙에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나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본 적 없는 것 같은 커다란 무당거미와 그 둥지를 발견해, 사진을 찍거나, 무지개 빛 도마뱀을 발견하거나 하는 등, 딱히 신사에는 흥미가 없었다.

내가 느낀 [흐름]이 있는 풍경은, 파인더를 통해 보아도 잘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할 수 없나하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씩 신사에 다가가자, 신목으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기묘한 나무였다.

 

192.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무명本 New! 2012/01/29(日) 23:10:31.03 ID:i950x+u10

식물에 대해 해박하지 않아서 종류는 모르겠지만, 여러 그루의 나무가 얽혀서 한 그루의 나무를 이루고 있는 것 같은 비정상적인 넝쿨이 휘감긴 두꺼운 나무였다.

그 외에, 그 나무 아래에 지장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데 질린 나는 신사를 올려다 보았다.

이 신사의 경내에 들어가는건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방금 왔던 길을 돌아가기로 했다.

참고로 한여름의 이야기다.

 

약간 먼 곳에서, 공터 한가운데에서 들판 태우기2를 하고 있는 이 고장의 아저씨가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을 눈치 챘다.

신경쓰이는 사람을 눈으로 쫓는다. …같은 느낌이 아니라, 똑바로 주시하듯이 두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모자를 쓰고 수건을 목에 둘렀으며, 목장갑을 두 겹 겹쳐 쓰고 있었다. 아저씨는 두 눈으로 지긋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195.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무명 sage New! 2012/01/29(日) 23:14:56.05 ID:2Xbwb22w0

신사 옆에 지장이라니 별난 일이네.

절 옆에는 흔히 보이지만.

지장=지장보살, 부처니까3.

 

196.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무명本 New! 2012/01/29(日) 23:16:16.17 ID:i950x+u10

내가 사진을 찍고 있었던 곳은, 그 고장의 신성한 장소였을지도 모르고, 그보다 휙하니 가벼운 차림으로 온 젊은 남자는 신용할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딱히 무슨 말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다가오는 것도 아닌, 그저 주시당하고 있는 시선만을 느꼈다.

거리상으로는 30m정도일까? 모르는 척 하기로 작정한 것 같은, 그런 거리감이었다.

나는 열심히 수상하지 않은 척을 하면서 보통의 걸음걸이로 걸어 그 장소를 떠났다.

 

그리고 그 후, 나는 다시 수 십 km정도를 차를 몰았다.

그 사이에 목욕탕에 들어가고 밥을 먹고서 오늘의 [야영지(한마디로 하룻밤동안 주차가 가능한 조용한 장소)]를 지도를 보며 찾기로 했다.

사람의 사유지가 아닐 것, 조용할 것, 양아치가 나타나지 않을 것, 다소의 안심감 등을 고려하면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날 선택한 곳은 캠프장이었다.

공영 시설인 듯, 시청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현지까지 차를 몰아 사전 조사를 끝마쳤다.

야영지를 발견한 나는 그날의 저녁밥과 아침밥, 그날 저녁용 술을 사러 다시 차를 몰기로 했다.

그 공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리 하나를 건널 필요가 있었고,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그 공원에 들어갈 수 없는 형태로 되어있었다.

좁고 낡은 다리였다.

하지만 차 한 대가 어떻게든 지나갈 수 있을 폭을 가진 잘 트인 다리였다.

 

206.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무명 New! 2012/01/29(日) 23:35:39.68 ID:i950x+u10

내가 차로 그 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 다리 반대편에 사람이 서 있는게 보였다.

가로등도 없어서, 운전석에서 봤을 때 반대편에 서 있던 그 사람은 아마도 내 차가 다리를 다 건너길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지나칠 때 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중년의 남성으로 작업복을 입고 목장갑을 끼고 있었다.

나는 차를 몰면서 그 중년 남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저 사람은 시의 관리직원일 거라고 생각했고,

분명 저 시설에는 상주 관리실 같은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좌우지간, 편의점에서 돌아온 다음에 그 관리직원에게 인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하고 생각했다.

공원 입구의 주의문에 [시설을 이용하실 때에는 아래의 전화번호(시청·관광부내)에 전화해 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인사를 해두지 않으면, 술을 마신 다음에 어수선한 상태에서 하는 것도 싫었기 때문에 뭐가 어찌됐든 그 중년 남성이 신경 쓰였다.

뭐라고 할까, 희한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10시가 되기 전에 편의점에서 돌아왔다.

캄캄한 주차장에 접이식 의자를 펴서 일단 밥을 먹었다.

다른 손님은 없는 듯 했다.

[술을 마시기 전에 인사하러 가지 않으면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겼을 때 차를 몰 수 없으니까.]라고 생각하고는, 회중전등을 한손에 들고 캠프장을 산책하러 갔다.

포장되지 않은 새까만 나무들 사이를 걸어가는 여정이었다.

 

212.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무명 New! 2012/01/29(日) 23:50:35.39 ID:i950x+u10

내겐 작은 차내용 회중전등 밖에 없었다.

그렇게 멀리까지는 보이지 않는 가는 회중전등을 들고서, 나는 캄캄한 공원 내부를 10분정도 걸었을 것이다.

관리실, 수위실, 관리동 등, 그런 종류의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불빛도 없고,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아니, 애초에 주차장에는 내 차밖에 주차되어 있지 않았다.

분명 벌써 돌아가버린 거겠지. 하고 생각했다.

원래부터 그 사람이 관리직원이라는 증거도 없었다.

걸음 소리와 벌레가 우는 소리, 강물이 흐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생활음은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기 전에 [찾는 노력을 했다]라는 모양새만은 남겨두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약간 큰 목소리로 [실례합니다~! 누구 계신가요??!]하고 먼 곳을 향해 말해 보았지만,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대답이 없다는 것에 대해 안심한 나는 주차장에 돌아가서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왔던 길을 걸어서 돌아갔다.

공원 화장실 옆은 지나쳐 주차장의 아스팔트로 나왔다.

미덥지 못하던 전등도 빛을 나무들에게 방해받지 않자 밝아진 것 같았다.

공원 화장실에서 차까지 대략 30m정도였다고 기억한다.

나는 걸어서 차 옆에 꺼내놓은 의자에 앉으려고 하다가 굴러버렸다.

 

몸이 뒤집힘과 동시에 전등 빛이 스───윽 하고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비추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화장실 옆의 자갈길에, 모자를 쓰고 수건을 목에 둘렀으며, 목장갑을 두 겹 겹쳐 쓰고 있던, [낮에 본 아저씨]가 두 눈으로 지긋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리에서 지나쳤던 똑같은 [낮에 본 아저씨]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은채,그저 이쪽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 다음은, 오로지 도망치는 것만을 생각하면서 말 그대로 집까지 도망쳤다.

밤중 내내 고속으로 차를 몰았고, 집에 도착한 것은 아침 무렵이었다고 기억한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처음 신사에서 찍었던 사진이 아무래도 신경쓰였다.

딱 한 장, 숲 속에서 지긋이 이쪽을 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긴 이야기인데다, 결말도 없지만 들어줘서 고마워. 

 

 

 

 

 출처 : 2ch 오컬트판

 


  1.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원초적 풍경. 그리움의 감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나, 책 등의 제목에 사용되는 경우는 꽤 있다.
  2. 본문은 野?き(노야키). 초봄에 풀이 잘 자라도록 들판을 태우는 행위로, 논두렁 태우기와 비슷하다.
  3. 댓글을 단 사람의 오류. 원문은 お地?さん=地?菩薩、?さんだから. 보살(菩薩)과 부처(?=佛)는 엄연히 그 격이 다르다. 보살은 부처의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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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예전에 번역했던 괴담은 끝입니다.

좀 더 있긴 하지만 내용이 별로이거나, 2~3년 전에는 좋았다고 생각했던게 이제 보니 번역이 엉망인게 많아서 올리기 부끄러운 것도 좀 있네요.

나중에 괴담 번역할 기회가 있으면 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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