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주 쳤을 때부터 저는 사실 그녀가 일상적이지 않다는건 알았어요.
신이 내린 사람에게 거 어떻게 말로 설명 할수 없는 인광 같은게 느껴지는데,
저는 그런 부분들이 예민하게 바로 느껴 지더군요.
눈이 까맣고,
까만데.
날카로운 인광이 번뜩하고.
이상하게 그애가 왜 날 좋다고 따라 다녔는지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모른척 했었는데, 꽤나 집요하게 절 따라 다녔어요.
그러다 모른척 도망만 다니는 것도 사람이 할짓이 아닌 것 같고해서.
어느날 그녀가 저녁을 사달라고 한날 흔쾌히 따라 나갔죠.
저녁 먹으면서 기분 상하지 않게 잘 다독여 얘기 해야 겠구나, 하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같이 저녁을 먹었어요.
회사 근처에서. 먹고 싶은걸 말하라고 하니 곱창이 먹고 싶대요.
그래서 곱창을 사줬죠.
곱창만 저녁으로 먹자니 심심한지 그녀가 술도 시키대요.
술도 먹었어요.
하아........술.......술.
때찌때찌 폭탄주.
폭탄주를 어찌나 잘 말던지. 섬섬옥수 손에서 찬란한 생명으로 탄생되던 그날에 폭탄주 라니.
그래서,
한잔 마시니 또 한잔 따르고, 그러다 보니 두잔이 세잔되고 뭐.....
그날 같이 뭐......말하자면 거시기 뭐.....
저한테 욕하지 마세요. 남자라는게 원래 그래요. 저한테 짐승이라고 따지시면 남자가 서는데 이유 있냐고 반박할 겁니다.
그날 그녀와 같이 있던 순간 기억에 남던게 눈동자에요.
방안이 그렇게 깜깜한데 어떻게 눈동자는 그렇게 번뜩일수 있는지.
술이 만땅 취해서 인류평화에 이바지 하려는 순간 술이 확 깨더군요.
갑자기 너무 무서워서 곧휴가......아, 이건 아니네요. 죄송합니다.
하마터면 저급한 쌈마이 글을 쓸뻔 했네요. 나름 지성인인데.
아무튼 그녀와 그렇게 만났어요.
사실 그녀와 사귀게 된 후 많은 혼란을 느꼈지만 뭐.
아몰랑~ 인연이 이렇게 됐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뭐, 여시나빠.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렇게 사귀기 시작해 별일 없었는데 발리가서 제대로 터진 거예요.
밤에 꿈은 계속 뒤숭숭하지, 그녀는 밤만 되면 이상하게 돌변하지.
피곤에 쩔은 몸을 차에 싣고 어디론가 가는데 어디로 가는거냐고 디안에게 물어 보니 ‘좋은데 가요. 좋은데’ 실실 웃으면서 이 말만....
결국 차타고 한시간 동안 달려 가는 곳은 쇼핑몰, 쇼핑몰, 또 쇼핑몰.
이럴려고 풀빌라를 예약한게 아닌데.
그런데 저희 가이드로 온 디안이라는 사람 느낌이 참 이상한게, 잘 웃어요.
관광 가이드 하기에 아주 좋은 상을 가지고 있더군요.
자부심도 아주 높아요.
자신 말로는 발리에서 최고 인기있는 직업이 한국인 관광 가이드 라네요.
일본인들은 한물 갔고.
그래서 발리 최고 엘리트들만 할수 있는 직업 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해요.
엘리트인지 머시깽인지 평생 날탱이로 살아온 내가 알바는 아니지만 중요한건 뭐랄까,
미묘하게 표정이 차가워요.
분명 미소를 사근사근 지으며 참 친절한데, 순간순간 아주 차갑고 냉랭한 기운이 돌아요.
한국말을 아주 유창하게 잘하다가도 쇼핑몰 문제로 거세게 항의 하면 한국말 못알아 듣겠다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바뀌고.
능구렁이도 이런 능구렁이가 없어요.
그날 잠도 못자고 지쳐서 별 항의할 기운도 없이 그렇게 다녔죠.
여행 둘째날이니 피곤해서 그랬겠지 하고 그냥 지나갔죠.
그녀도 피곤했는지 차에서 이동하는 내내 자더군요.
그리고 둘째날 잠을 자는데,
또 전날 똑같은 꿈에 시달리는 거예요.
우리가 탄 차가 리조트 앞 2차선 도로를 달리는데 도로 곳곳에 몸뚱아리는 잘려 나가 머리만 남아 있는 개들이 너희를 쳐다보고 있어요.
눈에 원망이 가득한채로.
어찌된 일인지 머리만으로 우리 차를 향해 꿈틀꿈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제보다 더 가까이 왔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놀라서 차 밖을 바라 보는데 어제 봤던 그 여자가 씨익 웃으면서 저희 차를 바라 보고 있어요.
어헉, 하고 소리를 지르며 일어 났는데.
침대 옆에 있어야 할 그녀가 또 사라 졌어요.
와, 이건 정말.
밖을 쳐다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제 서있던 그 자리에 그녀가 우두커니 서 있더 라구요.
개인 풀 있는쪽 옆, 정자쪽에, 알몸인채로 등을 돌리고 서있는거예요.
아니, 도대체 왜 저 곳에 알몸으로.........
아, 잠들기전에 걸친게 없었으니 뭐.
성인끼리 놀러 갔으니 부루마블 하다 잠들진 않았을 거잖아요. 흠흠...에헴..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돌돌아(가명) 너 왜 그래?”
제가 이름을 부르며 그녀에게 뛰어 갔지요.
그랬더니 예의 그 초점풀린 눈빛으로 정체를 알수 없는 노래를 중얼중얼 혼자 부르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녀 손을 끌고 들어 왔죠. 별 저항없이 순순히 실내로 들어오더군요.
그녀를 소파에 앉히니 털썩하고, 마치 뼈없는 연체동물처럼 쇼파에 흐느적대며 앉아요.
“돌돌아 너 자꾸 왜이래. 안 그래도 나도 꿈 때문에 무서워 죽겠는데.”
아,
이거.
가명을 저따우로 지어 놓으니까 갑자기 코메디 모드로 바뀌네요. 아무튼 실명을 쓸순 없으니 제 고양이 이름으로 빠꿨어요. 우리 돌돌이 미안.
제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어요.
그녀가 초점 풀린 눈동자로 저를 한참 바라 보더군요.
그러면서 자기가 언제 밖으로 나갔는지 기억을 전혀 못하는 거예요. 오히려 자기가 밖에 있었냐고 묻더군요.
그러면서 말합니다.
“근데 오빠, 나 여기 온 날부터 꿈에 어떤 여자가 자꾸 나타나.”
“여자? 어떤 여자?”
“그........첫 날 우리 올 때 길 옆에 서 있던 여자.”
“그래서?”
“자꾸 나한테 뭐라고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뭐? 왜 무슨 말을 하길래 무슨 말인지 몰라?”
“그게.....한국 말이 아냐. 그러면서 자꾸 내 손을 끌고 어디로 데려가.”
그녀가 말을 하며 푸욱 내려 앉습니다.
저는 그때 제 머릿속에 번뜩, 아! 얘한테 현지 귀신 하나 들러 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귀신도 글로벌 하게 외제라니.
그런 말을 하고 있자니 제가 좀 울컥 했습니다.
“그 봐라. 그냥 어디 가까운데나 다녀 오지 왜 발리까지 오자고 우겨서. 그냥 별거 아닐거야. 그냥 꿈자리가 사나워서 그런가 보지. 빨리 자자.”
그러자 그녀가 조용히 바닥만 바라보고 있다가 말을 합니다.
“근데 오빠, 그 여자 한국에서부터 꿈에 나타났어.”
아, 그 얘기를 듣는데 몸이 떠르르르 합니다.
“뭐? 그게 말이 돼? 그 여자가 그럼 여기로 불렀다는 거야? 여기 사람인지는 어떻게 알았대?”
제가 흥분 해서 물었습니다.
“그냥, 직감적으로 알았어.”
그러면서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쎄게 얻어 맞는 느낌이 듭니다.
“호....혹시 그 여자. 키 작지 않아? 키 한 155정도에 마르고. 이쪽여자 치고도 상당히 미인이고.”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갑자기 공포가 온몸을 휩쌉니다.
“내....내 꿈에도 나타 나거든.”
===============================
번외로, 한말씀 드리자면.
아주 오래전부터 제 글에 반대를 꼬박꼬박 눌러 주시는 분이 한분 계시네요.
물론 누구나 다 좋아 할수 없으니 그렇다 셈 이해하고 그동안 넘어 왔는데 문득 궁금해 지네요.
제가 짱공에서 누구 기분 나쁘게 했던적은 없었던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불만 이신 걸까요?
싫으면 읽지나 말지 꼬박꼬박 들어와서 수고스럽게 반대를 눌러 주시고.
댓글에 글 별로 라고 얘기 하셔도 상관 없는데 말씀도 없으시고 말이죠.
좀 이해가 안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