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공군 훈련소 괴담 올렸던 왕젭입니다…..
공군 훈련소가 공동묘지 위에 세워졌다느니 뭐 예전에 6.25때 사람들을 많이 죽였던 구덩이 위에 세워줬다느니 하는 등등의 많은 괴담들이 있었던 곳입니다. 밤이나 새벽에 훈련소에 골안개 피는거 보면 정말 지립니다.
한 예로 보면 예쁜 옷을 입은 7살 정도 꼬마애 한테 홀려서 훈련소 안에서 자전거로 4시간 가량을 헤메이시다가 초병이 구해주셨던 하사관님도 계시고, 어떤 술먹은 아저씨 모셔다 드린다고 따라가다가 덤불 속에서 헤메인 초병도 있고… 하여튼 좋은 조건은 아니었나봅니다. 다행히 군생활 중에는 귀신을 본 적은 없는데, 뭔가 따라다닌다는 느낌은 많이 받았어요.
근데 그게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나타났습니다. 무서운 얘기는 아니구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예술대를 다녔고, 학교는 런던 한복판인 홀본에 있었고, 기숙사는 노던라인 남쪽에 투팅 브로드웨이에 있었습니다. 기숙사는 여자가 현저하게 많았던지라 남자층 여자층 구분 없이 화장실과 샤워실도 남녀 함께 사용했습니다. 물론 샤워실에는 탈의 공간과 독립 부스 욕실이 있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한창 1학년때 기숙사에서 이런 저런 외국 친구들 만나서 함께 방에 모여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화장실, 조리실, 샤워실이 기숙사 방들이 양쪽으로 즐비한 복도의 딱 중간에 있어서 맥주 마시고 화장실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워낙 기숙사에 장난이 심한 인간들이 많아서(보통 18세 ~ 26세 정도라 혈기 왕성합니다) 새벽에 소화전 물을 복도에 뿌리고 슬라이딩 하던 개종자들도 있고, 마리화나 피던 뽕종자들도 많아서 기숙사에 공 하나가 통통 굴러 다녀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축구공 보다 조금 작은 공인데 밝게 빛나고 색도 예뻐서 화장실 가면서 반대편에서 오는 공을 보고 병신같이 히죽히죽 웃고 있었습니다. 화장실 들어가는 복도로 지나칠 때 제 허리 정도에서 공이 튀어 가는 걸 보고서 화장실 들어가서 OASIA 노래를 불러 제끼면서 쉬 하고 나서 나오다가 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공이 딱 제가 화장실 들어갈 때의 그 상태로 허공에 그냥 떠 있었습니다.
‘쌍…내가 취했나? 하긴 옆에 앉은 일본애가 예뻐 보이니 그럴 만도 한데…..’
하고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그냥 허공에 떠 있었습니다. 공이 뭐 워낙 빛이 나고 예쁘게 생겨서,
‘그럼 어디 함 만져나 몰까나?’
하는 심산으로 저벅저벅 걸어가서 손을 뻗은 그 순간 공은 다시 움직이더니 통통 튀기면서 복도 끝에 나있는 열린 창문으로 쏙 하고 빠져나가 버리는 거였습니다. 방으로 돌아와서,
“오오 Fuck, 오늘 대단한 거 봤스~~”
하면서 애들한테 방금 본 거 얘기해 줬더니 애들 반응이 더 신기했습니다.
“나 그거 그저께 봤는데, 넌 오늘 봤냐?” 부터 시작해서 5명이 모여있는데 다 한 번씩은 봤더라구요. 무서운 거 아니니까 그냥 있긴 한다는데, 대체로 찜찜하다는 느낌이었죠.
그 이후로는 다양한 애들을 봤는데, 전 영국에 귀신이 그래 많은 줄 몰랐습니다. 이건 뭐 귀신 종합 집합소인데, 말 들어보니까 런던 중심가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새벽에 로마군이 행군하는데 땅에서 다리는 안보이고 허리 정도까지 올라와서 걸어간다고 하더라구요. 예전 로마 식민지에서, 걔들이 밟았던 땅은 저 아래 묻혀있고, 그 위에 런던이 지어져서 걔들은 자기 땅을 걸어가면 허리까지밖에 안보인다고 하더라구요.
그 외에도 몇 번을 더 보긴 했습니다만, 가장 빈번하게 본 넘들이 눈 없고 입만 웃고 있는 시키 몇 번 봤구요, 그림자 귀신 두 번 정도 봤습니다. 그림자가 밖에서 떠도는게 보이는데 갑자기 방문 밑으로 스윽 들어오면서 방을 그림자로 한가득 덮는 그런 녀석이죠….;암튼 또 다른 얘기들은 차차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