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만약에 말이죠, 지금현재 내가 벌고 있는 돈보다 월 1~2백씩 더 번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기쁘겠죠?
당장 여기저기 숨이 막히는 돈들도 여유가 생길 것 같고.
친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할 겁니다. 응당 친구들도 축하해 주겠죠.
가끔은 친구들과 저녁 약속후 술값도 호기롭게 낼 테고 말이죠.
그러면 스케일을 조금 바꿔서,
지금 벌고 있는 돈에 공이 하나 더 붙는 돈이 생긴다고 가정해 보시죠.
어떤 일이 생길까요?
과연 ‘나 좀 많이 벌어’ 라고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그 정도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눈빛이 바뀔 겁니다.
정말 친하다면 면전에서 ‘지금 자랑하냐?’ 식에 비아냥거림은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아마 이렇게 생각 하실 거예요.
야, 그럼 내가 지금 삼백 벌어서 생활 하니까, 이걸로 여전히 생활하고 나머지 돈은 몽땅
저금 할 수도 있겠네. 우와~ 금방 재벌 되겠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주위에 부자들이, 혹은 돈 잘 버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왜 내 주위에는 없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거죠.
남들보다 백, 이백정도 풍족하게 벌면 자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평균치를 훌쩍 뛰어 넘어 버리면 입을 꾹 닫아 버립니다.
그런 이야기 해봤자 둘 중 하나거든요.
왕따 당하던지, 호구로 전락 하던지.
상황이 그렇게 되면 당신은 어느새 그 정도 버는 수준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을 겁니다.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돼 있을 겁니다.
자, 이제 당신은 그런 모임에 나가기 시작 합니다.
알고 보면 우리 주위 가까이에 있습니다. 우리가 못 알아 볼 뿐이지.
왜 못 알아볼까요?
이외수씨가 그런 말을 하셨죠.
고수는 하수를 알아보지만 하수는 고수를 못 알아본다.
예를 들어 보자면 말이예요.
당신이 어느 모임에 나갔는데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 스트라파타 잘 빠졌는데, 이거 리얼 버튼이지?”
물론 뭐 실제 이런 대화를 입 밖으로 내지는 않지만 말이죠. 아무튼.
이런 대화가 오갔을 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까요?
쉽게 말하자면
당신은 상대의 비싼 옷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상대는 당신의 옷이 그저 평범한 기성복 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봅니다.
참 무섭죠?
그런데 사실입니다.
당신은 아마 상대가 아무리 비싼 옷을 입고 나와도 결코 알아차리지 못할 겁니다.
아마 ‘저 옷은 바느질이 왜 저래? 삐뚤빼뚤하게 쯔쯔........’
의류 전공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생각할 공산이 큽니다.
그러면 당신이 그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요?
어느 순간 그걸 알게 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심이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당신의 생활이 여전히 현 상태 그대로 유지 될까요?
그 생활 패턴이 바뀌는 건 순식간입니다.
어느 날 당신은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며 뭐가 맛일까? 를 먼저 생각하지, 가격을 먼저 보지 않을 겁니다.
페라가모나 알마니를 보고 ‘어휴 저 싸구려 브랜드, 저런 거 못써 사지마’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군요.
공항 면세점에 들어가서 옷이 마음에 든다고 입어보고 있는 중인데, 아마 마음에 든다는 판단을 내리기까지 가격표를 보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아마 재질도 캐시미어와 실크가 50대50으로 섞인 제품일 지도 모르구요.
카메라를 취미로 한다면
사무엘, 오이만두, 만투, 새아빠를 기본으로 갖추고 서브로 라이카에 녹티를 물릴지도 모르겠군요.
강남역 어딘가 신호 대기 선에 서있는데 부웅 하고 치고 나가는 포르쉐를 보며
‘한 대 살까? 같이 다니는 ***도 중고로 한 대 샀다는데’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얘기하자면 끝도 없지만 상상이 지나치면 해로우니 이정도 하기로 하죠.
이쯤에서 각설하고,
자 당신은 이제 물질세계에서 남들이 말하는 풍요를 누리게 됐습니다.
그럼 당신의 심리는 어떻게 변할까요?
행복하니, 마니 이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하지 말죠.
물론 당신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니 당연히 행복하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행복은 물질과 무관한 개인의 능력입니다. 이건 제가 단언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아, (이 세계를 이미 알아버린 이상) 다시 평범하게 돌아가기 싫다’
두 번째로,
이 정도 벌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줄 알았더니, 나는 여전히 하찮은 밑바닥이구나.
이 두 가지 사실을 느낄 확률이 큽니다.
당신은,
더 많은 부를 이루기 위해 (혹은 다시 평범하게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 온갖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 합니다.
혹시 한방 크게 삐걱해서 다시 사는 게 힘들어지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사업을 더 안정적으로 확장 시킬 수 있지?
하는 생각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 질 확률이 높습니다.
잠은 이루기 힘들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고, 하루하루 서슬 퍼런 면도날 위를 걷는 기분을 느끼실 지도 모르겠네요.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분노가 주체가 안 돼 사소한 일에도 주위에 소리를 지릅니다.
더더욱 무서운 건 자신이 정신세계가 이렇게 피폐하게 변했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제가 어르신을 만났던 그 시기가 그런 상태 였습니다.
매사 신경은 곤두 서있었고, 정신은 황폐한 상태인데, 정작 본인은 자각을 못 합니다.
빨리 더 올라 가야 하는데,
혹시 잘못 삐걱하면 한방에 밑바닥으로 떨어 질수 있는데.....하는.
11.
지금부터 어르신이 살아 온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혹시라도 이글이 알려질까 하는 노파심에, 큰 틀은 유지한 체 디테일한 상황은 뭉그스름 바꾸겠습니다.
어르신은 남부럽지 않은 부유한 가정에 명문대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 독립해 직원 백 명 남짓 평범한 전자장비 제조 공장을 운영 하셨습니다.
IMF가 왔고,
공장이 문을 닫았고,
모든 빛정리를 끝내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던 몇 억의 빛으로 인해 징역을 살게 되었습니다.
징역을 살게 됐다는 괴로움 보다 출소해도 해결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빛 때문에
차라리 죽어 버리려 몇 번을 시도 했습니다.
그러다 교도소에서 한명이 어르신을 픽업 했는데,
이 사람이 주먹세계에서 알아주는 거물 이었답니다.
같이 생활 해보니 건달들과 다르게 어르신 머리도 비상하고, 학벌도 명문이고 뭐.
“아무 말 말고 나가면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 내가 너 빛도 해결하고 잘살게 해줄게”
라고 말했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이 출소를 해 그 거물을 찾아 가니, 처음 가르치고 맡긴 일이 사채업 이었답니다.
어르신 입장에서는 사회 진흙탕 바닥으로 이미 떨어졌으니 이래죽으나 저래 죽으나, 세상에 대한 무서운 독기만 남아 있었다네요.
그리고 원체 성격이 남한테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남들보다 더 독하게 했답니다.
어르신 말로는 사채를 먼저 맡겼던 게 일종의 실험 이라고 본능적으로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독하게 했답니다.
실제로 돈 밀리면 집안에 술 먹고 드러누워 깽판 부리며 자고,
나도 건달이니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칼로 자기 배도 긋고, 실제 몸을 보여 주는데 앞으로 온몸 가득 흉터고 뒤로 문신이 빽빽 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이름을 날렸대요.
자기는 건달들과 비교해서 주먹이 안 되니 ‘지금 당장 죽어도 난 아쉬울 거 하나 없다’ 라는 심정으로 독하게 했다는 군요. 양주병으로 자기 머리도 깨고, 깨진 병들고 자기 배를 막 긁고 찔러 대는데, 어느 누가 돈을 안주고 버티겠습니까?
그러다 눈 내리는 어느 날 안산에 있는 한 집에 갔답니다.
그 어르신 구역이 아닌데 다른 직원(?) 하나가 몇 번을 가도 돈을 못 받아내 신나게 얻어 터진 후 그 어르신을 보냈대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주소가 적힌 쪽지를 받아 드는데 기분이 서늘 하더 랍니다.
돈은 삼백정도 밖에 안 되는데,
사채 세계는 그렇다더군요.
액수는 차제하고 십 원 한 푼이라도 밀린 게 소문이 나게 되면 연쇄적인 문제라 다른 모든 채무자들 관리가 안 된답니다.
아무튼,
주소를 받아들고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안산을 찾아 가는데 괜히 몸이 저릿저릿 하더랍니다.
주소도 꽤나 이상해서 물어물어 찾았는데 집도 아니고 창고도 아니고 ‘여기서 사람이 사나?’ 싶을 정도의 지하 창고 였답니다.
집을 알아낸 후 들어가기 전에 슈퍼에서 소주를 혼자 세병을 나발 분 후 불콰하게 술이 오를 때쯤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문을 두들겨도 아무 인기척도 안 나기에 발로 문을 세게 당겼더니 잠금 장치도 안 돼 있는지 문이 그냥 열리 더라네요.
컴컴한 분명 지하 창고인데 살림살이가 놓여 져있고 그 안에 삼십대 초반 여자가 세 살정도 되는 어린 아이를 안고 넋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더 랍니다.
이러저러 해서 돈 받으러 왔다 신랑 어딨냐고 하니 벌써 집나가 연락 두절된 지 세 달이 넘었다고 하더랍니다.
그러다 어둠이 눈에 익어 주위를 둘러보니 집안 가전 집기에 온갖 빨간 압류딱지가 붙어 있고 정체 모를 악취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차라리 교도소가 나았으면 나았지 사람 살 곳이 차마 안돼 보이더래요.
그렇다고 그냥 돌아가면 사채업자가 아니죠.
사채업자들 정말 극악무도 합니다.
거기서 또 한바탕 난리를 치고 드러누웠다는 군요.
네 신랑이 가져 간 돈이 얼마다 이자까지 해서 얼마 지금 당장 가져오지 않으면 오늘 한발자국도 안 나갈 테니 그리 알아라, 라고 말하고 벌렁 드러누웠대요.
그런데 본인이 그렇게 진상을 부리면서도 그날 속으로 그렇게 눈물이 나더 랍니다.
이 여자는 왜 이렇게 불쌍하게 살까?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런데 그 어르신이 사채업을 하며 깨달은 것 하나가, 사람의 감정을 가지면 절대 그 일을 할 수 없더 랍니다.
그래서 철저히 짐승이 되기로 했대요. 마음속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리던 말든 나는 그저 돈 받으러 온 개다 라고 철저히 자신을 세뇌 시켰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개진상을 부리고 벌렁 드러누웠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이상 하더랍니다.
이 정도 소란이면 보통 여자는 울고불고 매달리고 사정을 해야 정상인데 여자는 그저 넋 나간채로 미동 없이 앉아 있더래요.
그러다 문득,
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정도 소란이며 품에 잠들어 있던 애라도 울어야 정상아냐?
하는 생각이 들더 랍니다.
그러다 술이 점점 올라 벌렁 드러누운 상태에서 그만 깜빡 잠이 들었 다네요.
얼마나 잠들었는지 화들짝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시위가 온통 어두컴컴해져 있더 랍니다.
집에 전기가 안 들어 와도 들어 올 때는 낮이라 사물 분간은 됐는데 주위가 온통 컴컴하더래요.
그래도 옆에 앉아 있던 여자는 안보이기에 이 여자가 어디로 내뺐구나 하고 슬며시 일어나서 앉는데,
들어 올 때 못 보던 시커먼 물체가 천장에서 내려와 있더 랍니다.
잠결에 이게 뭔가 자세히 보니
여자가 들보에 목을 맨체 죽어 있었다는 군요.
아이는,
이미 예전에 엄마 품에서 죽어 있었답니다.
그런데
목 매달아 죽어 있는 여자가 자기를 쳐다 보면서 웃고 있더래요.
3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