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질 하다보니 말이 곱게 안나옵니다.
대학교 때 자취를 했었습니다.
생긴 건 산인데 그리 높지도 않고... 뭐 산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그 산 바로 아래에 자취방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밤새 술 퍼먹고 놀다가도... 쉴 때 만큼은 제 전용 공간에서 쉬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었습니다. 일단 어찌됐든... 월~금까지 이빠이 달리다가 간만에 저만의 동굴로
돌아왔습니다. 그 날은 주말이라서 그런지 일직선 건물 앞,뒤 합해서 방이 총 10개정도 였던 것 같은데...
다들 지방에 있는 본가를 내려간건지 아니면 토요일을 또 불싸지르려고 나간건지
온 자취방의(그 근처가 다 자취촌임) 불이 다 꺼져있고 제 방만 불이 켜져 있더군요.
화장실 가려고 나왔다가 순간 움찔했었죠.
그러나 지금도 약간 부어 있는 간댕이 덕인지... 뭐 그닥 신경도 안썼고요.
나름 놀 때와 머리속에 뭐라도 넣어야 할 때를 잘 구분하던 캐릭터라서요.
암튼.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고 생각되는 앨빈 형님의 제3의 물결...
공대출신이라 그런지... 미래는 과연 어떤 세상으로 변하고, 그 그 세상에 맞춰서
살아가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지금도 그렇지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암튼... 그게 요점은 아니고요.
책을 열심히 읽고...때론 감탄을 하면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는데...
밖에서 제 이름을 부르더군요.
ㅎㅅ아! (제 이름 앞글자임)
그럼 그렇지. 어떤 놈이 또 술 가지고 왔고만...
순간적으로 다음과 같은 1번의 판단을 했고, 2번의 직감이 들었습니다.
1번. "ㅎㅅ이가 책 읽는다"라는 시츄에이션이 그 놈의 입을 통해 세상에 널리 전파되기를 바라면서...
특히, 맘에 두고 있던 과 여자후배의 귀에 쏙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독서에 너무 깊이 빠진 나머지 너 따위의 부름에 즉시 응해줄 수 없다" 라는
자뻑 마인드에 혼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대기 하기로 결정.
2. 이상하다... 아는 놈 목소리가 아닌데???
암튼 잠시 대기....
잠시 후 다시 부릅니다.
ㅎㅅ아!
순간적으로 2번에 가깝다고 판단.
왜냐하면 내가 아는 놈 목소리가 아닐 뿐더러, 사실 운동을 좀 한 탓에, 생긴 것도 약간 그렇게 생겨서 그랬겠지만...
나를 아는 놈들은 이름 대신 그 유명하신 실베스터 형님이 주연 했던 "람보"라는 애칭으로 날 불렀습니다.
나도 좀 어색한 내 본명으로 날 부르는 시키는 어떤 놈이냐?
바로 판단해 봅니다.
세 번 부른 후에 나가야 한다는 어릴 때 귀신 이야기가 순간 떠 오릅니다.
하지만... 하지 말란 것만 죽어라 하는 "습관성 저항증후군" 때문에 그 존재를 족쳐보기로 결심하고...
이름이 두번째 불리던 그 순간에 방문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역시나 결론은 버킹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도저히 누구 목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성별조차 구분이 안되었고요.
아직도 나를 불렀던 그 목소리의 뉘앙스가 머리 속에 남아 있지만...
뭐 진실은 저 너머에...
아주 잠깐... 다른 놈 자취방을 떠올리기도 했었지만...
혹시라도 처녀라면(?) 하는 묘한 기대감이 워낙 컸던지라...ㅋ
헤어진 여친과의 뜨거웠던 한 때를 그리워하며 언제라도 날 기다리는 손양과 잠깐 썸을 타고
그냥 잤습니다.
다음은 군대야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