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사는게 급해 올린다 올린다 하면서 지금까지 미뤄오다가
아들놈 두 마리(?)가 방학이라 학교도 안가고.... 어쩔 수 없이
회사는 몇일 샷다 내리고 있기에 장산범 정리해서 올려 드립니다.
장산범이라...
네이년에서 찾아보니 조만간 영화로도 나온다네요.
제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고... 저 어릴적에 아버지께서 해주셨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서 아버지께
재차 확인해 본 내용을 생각나는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지금은 칠순의 노인이 되셨지만, 젊으셨을 때 충남 강경이란 곳부터 해서 대전까지 주먹으로
알아주는 뭐 그런...분이셨다는 군요.
아버지께서는 단 한번도 직접 말씀하신 적이 없으시고...그 당시 그 주변에 사시다가 소문으로
아버지의 드높은(?) 명성을 들으셨던 예비역 준장으로 전역하신 분께서 수 십년이 지난 후 저희가
살고 있던 곳에 이사를 오시게 되었고 같은 교회를 다니다 보니 아버지와 인사를
트고 지내게 되셨다는데...
소싯적 얘기를 하는 도중, 강경쪽에서 날리던 사람(저희 아버지시죠)이 있었다 어쩌고 하는데...
결국 저희 아버지가 그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 예비역 준장이란 분이 아시고 너무 놀라셨다는...
그래서 저도 알게 되었다는...그 시절 아버지의 별명이 "강경백곰" 이었다는...ㅎㅎㅎㅎ?
저도 실제로 아버지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뭐. 현장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암튼, 주변 10여 동네가 국민학교(지금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서 운동회겸 마을 잔치를 하는데...
키가 180이 훨씬 넘는 동네 양아치 형이 아버지께 덤볐다더군요. 저희 아버지와도 안면은 있었고요.
저도 그 형을 가끔 봐서 얼굴은 알고 있었는데... 암튼 1미터가 넘는 언덕 위에서 술에 잔뜩 취해 아버지께
무쟈게 쌍욕을 했다는데...그러지 마라~하시면서 계속 참으시다가 도발이 계속 되면서 더 이상 참지 못하신
못한 아버지께서 그대로 날아 오르면서 가슴을 발로 차고...땅에 발이 닫기 전에(가능한가요???,
저도 운동을 해봤지만 이건 뭐... 물리적으로 봐도 그렇고...), 그 양아치 형의 코를 가격해서 코뼈가
부러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암튼 주변에 있던 수십명이 동시에 본거라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상황이 사실인 것을 알게 되었고요.
어스름한 오후 늦게 부러져서 퉁퉁부은 코를 움켜쥐고 그 형이 저희 집에 와서 아버지께 연신 머리 숙여 죄송하다고
하는 모습은 저도 실제로 봤습니다. 저는 지금도 아버지가 무섭습니다요...ㅎ 지금도 그 장면이 생생하네요.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어릴적부터 아버지의 운동신경이 남달랐다는 복선이 깔려야 하기에 간략(?)하게 넣었습니다.ㅎ
서두에 적은 좀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는 무용담은 사실 타고난 운동신경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6,25를 겪으신 아버지 세대의 삶은 무조건 달리고, 무조건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힘든 세월 탓에
오히려 더 신체적인 능력이 가중되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드네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플라스틱 재생 공장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아이를 업을 때 마냥 엉덩이 쪽으로 손을
깍지껴서 20kg되는 플라스틱 원료 포대 10개를 등지게도 없이 나르시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200kg이죠....
호두를 깔때도 망치등을 이용하신 적을 본 적이 없습니다. 박수치듯이 양손바닥에 넣고 힘을 주거나,
지금도 두툼한 손날을 거의 사용하셨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께서 무슨 항우장사처럼 힘이 유달리 세셨다기 보다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그 일념이 그런 힘을 발휘하게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설이 너무 길었네요.
아버지께서 국민학교 고학년이었을 때라고 합니다.
석호라는 친구분이 계셨답니다.
두 분께서는 아주 단짝이었고, 힘든 시기였지만 니집 내집 할 것없이, 배고프면 아무데나 가서 먹을 것을 먹어도
양쪽 집안 식구들은 아무런 터치를 하지 않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셨다고 하네요.?
어느 날, 석호라는 친구분과 함께 다른 친구분(성함은 모름) 집에 놀러 갔었는데...
저녁 어스름한 때가 되었을 무렵... 석호라는 분의 어머니께서 "석호야, 석호야" 하면서
큰소리로 연신 부르시더랍니다.
글쎄요... 거리 상으로는 가운데 밭을 포함한 들판을 사이에 두고 몇 백미터 정도 되었다고 하시는데...
석호라는 분의 어머니께서 기가 무지 쎈 무당이셔서 그런건지, 아니면 사자후라도 배우신 건지...
암튼, 몇차례 부르시는 소리에 밥 때도 되었고, 허기를 느끼신 두 분은 곧바로
어깨에 매는(50~60년대 배경을 영화를 보면 그러고 나오죠~) 책보따리를 챙기고
부리나케 석호라는 분의 집을 향해 달리셨다고 하네요.
아버지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크셨다는 친구분께서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가시고, 몇 발자국 뒤에서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열심히 달리시고 계시던 도중...
들판을 따라 길이 쭉 나있는 배경이었고, 길 가운데 정도에 아름드리 나무 수십그루가 양 옆으로
서 있는 곳에 있었는데... 나무의 잎이 울창할 때는 한 여름에도 서늘할 정도로 우거진다고 합니다.
정확한 수종은 모르겠고요...
암튼 그 나무가 심겨진 부분을 막 들어서서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석호라는 분이 "헉~"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뒤로 턴을 하시면서 미친듯이 달려가더랍니다.
"어?" 하시면서 달리시던 걸음의 속도를 줄이시고 저 놈이 왜 저럴까 하시는 찰라...
발 밑에 뭔가가 턱하고 걸리더랍니다.
햇빛은 이미 떨어지고 안그래도 어두운데다가, 그 울창한 가로수길로 들어서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갑자기 발에 걸리는 이것은 뭘까 하고 조금 놀라기도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셨다네요.
그래서 처음에는 발 끝에 힘을 빼고 살짝 밀어보셨답니다. 아무것도 없더랍니다.
이상하다 하면서 한,두걸음 더 가는데 또 뭔가 둔탁한 것에 발이 확실히 걸리더랍니다.
어랍쇼? 뭔가 걸리긴 걸리는데... 움직이는 동물인가? 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킥을 날리셨다고 합니다.
그 때마다 헛방질... 다시 몇 걸음 걸으면 발끝에 걸리고, 킥을 하면 헛방이고...
이런 요상한 상황들이 이어지며 그 가로수 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수십미터를 이동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수십 분 사이 달은 떠 올라 밝은 밤이 되었고...
가로수 길 끝에서 아버지는 그 움직이는 이상한 것의 정체를 확실하게 보셨다고 합니다.
크기는 중간 정도의 개 크기였는데...달빛까지 받아서 그런지 한번도 본적 없는 너무너무 하얀색의 고운 털을
가진 짐승이었답니다. 그런데 개의 동작은 절대로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움직이는 속도가 지금까지
봐 온 그 어떤 동물의 동작보다 빨랐고, 어릴때부터 주변 십수동네를 다 주름잡던 싸움대장이었고 발과 주먹
쓰는데는 탁월하셨던다던 그 동작으로도 한번도 킥이나 펀치를 성공시키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시골에서는 벼농사가 끝나면... 지금은 전부 거둬서 소 먹이나 이런 것으로 사용하지만...
저 어릴때만 해도 그걸 산더미처럼 논이나 밭에 쌓아뒀었는데...
한, 두번의 움직임으로 4~5m 높이의 볕집 쌓아놓은 곳에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내려오거나
공중재비를 도는 등 갖가지 현란한 동작으로 사람의 혼을 쏙 빼 놓더랍니다.
이거 뭔가 이상하다... 라고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그 알수 없는 생명체와 대치국면에 들어가고 있을 무렵....
횃불과 갖가지 농기구를 든 동네 장정 수십명이 꽹과리나 징같은 것들을 두드리고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는 사이...
그 정체 모를 짐승은 너무나도 아쉽다는 듯이 안광이 번득이는 눈을 돌리며 아버지의 주변을
돌다가 사람들이 점차로 다가옴을 느끼자 한순간 번개같은 속도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결말이 조금 아쉽기는 했는데...
나중에 아버지께서 들으신 얘기로는 석호라는 분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부른 적이 없다는 것과
동네 사람들이 "불여시"라는 말을 했다는 정도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석호라는 분은 아마도 무당이셨던 자기 어머니에게서 그런 생물의 존재를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지
않았나 하시더군요. 그래서 우거진 나무 숲으로 뛰어 들기전 순간적으로 그 생물체를 보고 그 존재를 인지한
직후, 달아나기 시작한게 아닌가 하고요.
아마도 예전에 유명했던 전설의 고향이라는 KBS 드라마의 단골 메뉴였던 꼬리 아홉달린 구미호는
정말 여우가 변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사람 목소리를 판에 박은 듯이 흉내내고 두 다리로 서는 등
사람처럼 행동을 하여 사람을 혼란케 했던 그 미확인 생물체를 달리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원래 장산범은 부산에 있는 장산에서 최초로 발견 되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1년여전 부산으로 출장을 갔을 때, 우연히도 출장간 곳이 장산 근처였고...부산 회사 관계자분에게
물어보았더니 장산이 근처이긴 한데... 장산범이 뭔지는 전혀 모르는 눈치더군요.
장산범 얘기 꺼냈다가 오히려 이상한 놈 취급 받을 뻔 했습니다.ㅎㅎ
세월에는 장사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대단하셨던 아버지께서도 이제는 일흔을 훌쩍 넘기시고, 이곳 저곳 아프기도 하시고...
그럼에도 아들 놈이 걱정하고 또 당신께서 부담될까봐 말씀도 안하시는 그런 모습을 뵐 때마다...
마음 한켠이 아파오네요.
제가 직접 겪거나 아는 괴담(?)은 이정도네요.
요즘에는 제 공장에서 날 밤을 세워도 무섭다거나 그런 건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들놈들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제 아들들도 나중에 자기 아빠를 기억할 때, 제가 제 아버지를 기억하는 만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혹시나 장산범을 잡게 되면 무글님들께 쿠폰이라도 날리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에도 산 근방을 지나가려면 조금 속도를 낮추고 유심히 봅니다.
뭐 하얀게 돌아다니는지 확인하려고요...ㅎㅎㅎ
즐거운 3월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이유를 모르겠는데 줄 간격이 들쭉날쭉 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