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저 위쪽에 위치한 기갑여단.
같은 중대건물 안에 경비소대와 본부중대가 행정반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나눠 쓰고 있는 구조입니다.
경비소대는 평균신장 185라고 하더군요. 안그래 보였지만....
일병 삼호봉쯤 되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어느 날, 지통실 근무를 하던 저는 근무를 마치고 올라 온 상황이었고, 저보다 2개월 선임이었던 경비소대의
OO일병은 막 근무를 나가는 중이더군요.
아마, 새벽 2~3시쯤 된 거 같았는데 날벌레 들이 중대 현관등 주위로 떼지어 날고 있었고...
새벽이라 그런지 나름 선선해서...
둘이 담배 한대씩 빨고, 얘기 좀 나누다가... 저는 복귀. 보고를 마친 저는 곧바로 침상으로 직행...
잠이 든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밖이 소란스럽더군요.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10여분 정도.
딱히 부대 내 훈련이 있던 던 상황도 아니었고, 뭐 5분대기가 뜨는 그런 상황도 아니었던 거 같고...
여기 저기서 소리 지르는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암튼 뭔가 일이 일어난 거는 맞다는 판단을 하고 있던 중,
누군가가 그러더 군요. 경비소대의 OO일병이 죽었다고...또는 지금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고요.
어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하고 담배 빨았는데???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얼핏 듣기로 벽제에 있는 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중식을 마치고 나니, 공식적으로 사망 했다고 알려졌고... 일직사관이 각 내무반 별로 몇 명씩 차출해서
병원에 가서 영안실 경계근무를 서야 한다고 하길래 저도 지원을 했습니다. 기분이 착잡하더군요.
도착하고 나니, 경비소대 중사가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이니 얼굴 한번 보고 보내자고 그러더군요.
안에 들어가 보니 OO일병이 수술용 철침대(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보면 부검할 때 시체를 뉘여 놓는 침대)에
자는 듯이 누워 있는데... 이미를 가로질러서 머리를 열었었고, 목부터 배꼽 아래 까지 열었다 닫았다는 걸 확인해 보라는
듯이 철사로 꼬매져 있더군요.
외상이 특별히 없는 경우, 대개 이런 식으로 부검을 한다고 하더군요.
머리를 열어서 뇌를 두부 자르듯이 잘라서 외부 충격에 의한 타공 흔적등을 살펴보고,
복부를 열어서 독극물이나 기타 흔적을 살펴본다고요.
얼굴은 핏기가 조금 가셔서 그런지 창백해 보이기도 했지만 또 평온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가는구나.
부대에서 근무를 서듯이 그렇게 한,두시간씩 근무를 섰지만...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모두들 말이 없었고요.
저는 근무를 서느라 못봤는데, 부모님과 약혼녀가 와서 우는데... 들리는 말로는 특히 약혼녀가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는데...그 때 근무했던 사람들 말로는 지금까지 그렇게 서럽게 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말로
서럽게 울었다고 하더군요.
암튼... 내무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는데 그게 죽으면서 멍 자국으로 현저하게 나타나는
바람에 부대내 가혹행위가 있었던 거 아니냐는 유족의 강력한 항의 등등... 이런 저런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한 저희 소대나 경비소대나 가혹행위가 심하게 이뤄진 걸 본 적이 없었고...
그 OO일병은 성격도 좋아 소대원들과 친하게 지내서 더욱이 그런 일은 없었다고 여겨집니다.
암튼, 그렇게 OO일병은 보내고 다시 부대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한주, 두주 지나면서 경비소대 쪽에서 이상한 소문이 흘러 나오기 시작합니다.
주 내용은 경비소대원들이 OO일병을 여기 저기서 본다는 거였죠.
정문에 위치한 경비관 옥상에 서 있는 걸 목격하거나, 부대 정문에서부터 50여 미터 일자로 뻗은 진입로 끝부분에서
부동자세로 서 있는 모습을 봤다거나 하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경비소대 선임의 경우, 근무 마치고 샤워실에서 한참 비누질 하고 씻고 있는데...
옆에 인기척이 있어서 한쪽 눈을 씻어내고 보니 그 OO일병이 옆에 서 있었다는 내용은
한 동안 부대내에서 공포영화 저리가라는 후폭풍을 일으켰습니다.
다들 경비소대 샤워실을 한번씩 기웃거리기도 했었고요.
암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대장은 경비소대에 OO일병을 봤다고 타 소대나 기타 다른 중대에 소문을 내는
경비소대원들을 엄벌하겠다는 경고를 날리면서 표면상으로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세명이 모이면 이번에는 어디서 누가 OO일병을 봤다더라 하는 소문이 계속해서
확산되고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에 본부중대 건물에서 홀로 12시까지 일하다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저도 뭔가(?)를 봤습니다.
다행히도(?) 그 OO일병은 아니었는데...뭐라고 해야 할까요....
여자들 한복 입으면 옷고름이라고 하나요. 지금도 그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제가 부대 복귀하려고 언덕을 오르고 있는데, 한 2M정도 되는 길이의 하얀 옷고름이 너울대면서 저를 향해 날아서
내려오더군요. 날아오는 잽을 피하는 형식으로 머리를 옆으로 돌리면서 곧바로 뒤를 돌아 확인했는데...
그 짧은 순간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왜 옷고름일까? 처녀귀신도 아니고, 치마도 아니고... 왜 옷고름일까... 지금도 궁금하긴 합니다.
"별일이네" 하면서 복귀 신고를 하려고 행정반에 들어가니...
이번에는 일직하사와 일직사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고...눈에 보일 정도로 떨고 있더군요.
아직 짬이 안돼서 조금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일직하사가 근무자 확인 하러 다니다가 취사반 근처에서 목이 없는 군인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고요.
일직사령도 부대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그런 내용을 알고 있었고, 서로 그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던중이었는데...
평소 같으면 일병따위가 하면서 씹혔을텐데...구원병이라도 본 듯이 떠들어 대더군요.
뭐 이건 제가 본 게 아니라서 패스. 진실은 저 너머에...
암튼. 그 때 OO일병 사고 이후, 갑자기 부대 내에 이런 저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고... 얼마간의 착시나 환영이 있었다고
친다 하더라도 그런 기운이 부대를 감싸고 있었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말들은 OO일병의 49제가 끝나는 날로 곧바로 사그라들었습니다.
경비소대에서도 더이상 OO일병을 봤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지금은 예능에도 나오는... 과거 유명했던 현OO이란 농구선수와 같이 운동을 했었다는 OO일병은
그렇게 영영 떠나가고 말았습니다.
뭐.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많이 잊혀진 사건이지만... 언제 죽을지 모를 인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뭐 그런
생각이 드는 지금입니다.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제 아버지께서 직접 겪으셨던.... 그 유명한 장산범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모두들 좋은 밤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