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귀신

자뭅 작성일 17.03.08 11:22:33
댓글 0조회 2,379추천 5

 

옛날에 바닷가에 그물질을 하러 다니면 기가 센 사람에게는 귀신이 달라붙지 못하지만, 기가 약한 사람에게는 귀신이 달라붙어 장난을 치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개 기가 센 사람이 그물질을 하러 다녔다고 한다.

 

 혹여 좀 약한 사람이 그물질을 마치고 고기를 담은 망태를 들어 올리려 하면, 귀신이 나타나 못 들어 올리게 망태를 잡아당겼다고 한다. 그러면 고기를 하나 던져 주면 한참 잠잠하다가 그 고기를 다 먹고 나면 다시 또 망태 잡아당기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어느 날 어떤 어부가 물때가 하필 저녁 무렵이라 바닷가에 나가서 그물을 쳐놓았다. 어두컴컴해진 다음에야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웬 젊은 남자가 따라오는 기척이 들리는 것이었다. 그는 아는 사람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고 물었다.

 

 "거기 아무개 아닌가?"

 

 그러나 뒤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한참이나 걸어가다가 어부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젊은 남자는 여전히 따라오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 늦게까지 돌아다니다가 가는 모양이다 생각하고 어부는 별다르게 여기지 않고 말했다.

 

 "뭐 하러 여기까지 나왔는가? 어디 먼 데 갔다 오는가? 일하고 돌아가는 길인가?"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어부는 다시 물었다.

 

 "성냥이 있거든 하나 줘 보소."

 

 역시 대답은 없었다. 이쯤 되자 슬슬어부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이 맞기는 한지, 아니면 혹시 도깨비에 홀렸나 싶어 겁이 난 것이었다. 그는 바쁘게 고개를 넘기 시작했다.

 

 고개를 거의 다 넘어설 무렵이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오던 사람이 등에 멘 망태를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어부는 깜짝 놀라서 망태를 홱 낚아채고는 걸음을 서둘렀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게 뛰어도 망태를 잡아당기는 손길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차가운 손을 물리치고서 어부는 숨을 헐떡거리며 언덕 꼭대기에 있는 마을까지 달려갔다. 

 

마을에 들어가니 불도 켜져 있고 개도 짖고 해서 도깨비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마을을 지나 다시 어부가 사는 동네까지 가려고 하니 어두컴컴한 길목에서 도깨비가 또 나타나 망태를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결국에 어부는 망태를 내던지고는 다급하게 집까지 뛰어갔다. 헐떡거리고 들어오는 그를 보고 부인이 깜짝 놀랐으나 그는 설명도 못하고서 소리를 쳤다. 

 

 "밥을 좀 빨리 해서 바깥에 내놓으시게."

 

 부인도 무슨 일인지 알아채고는 황급히 밥상을 차려 바깥에 내놓았다. 그리고서 부부는 문을 닫아걸고 밤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침이 되어 밥상을 차려놨던 곳에 나가 보니 빈 망태가 나뒹굴고 있고 밥상은 비어 있었다. 그 이래로 어부는 무서워서 밤에 그물질을 하러 절대로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 바다기담 1. 옛날 옛적에

 

 

 

자뭅의 최근 게시물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