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를 구한 명씨 이야기

자뭅 작성일 17.03.08 11: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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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도초도에 명씨 성을 가진 남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나이 오십이 넘도록 장가를 못 들고 홀로 짚신을 팔아 그날그날 연명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명씨가 부둣가를 지나가고 있는데 부두에서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 보니 배에서 인어 한 마리를 잡아와서 이걸 팔 것인지 회를 쳐서 먹을 것인지 논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인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었다. 바다 속에 사는 미물이라 해도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자 가엾어진 명씨는 짚신을 팔아 푼푼이 모은 돈을 꺼냈다.

 

 

 "이 인어를 나에게 파시구려."

 

 

 사람들은 열 냥에 인어를 잡아먹자고 이야기하고 있었으나 명씨가 닷 냥을 얹어 열닷 냥을 내밀자 선주는 두말하지 않고 팔았다. 명씨는 인어를 업고 집으로 데려와서 며칠간 몸조리를 시킨 다음 몸이 나아지자 바다에 띄워 보내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명씨가 바닷가를 지나가고 있는데 인어가 물속에서 나오더니 그에게 옥동자를 안기고 사라졌다. 명씨는 아이를 데려와서 애지중지 소중하게 키웠다. 아이는 얼굴도 잘생기고 머리도 영리해서 주위 사람들의 감탄을 샀다.

 

 

 세월이 흘러 몇 년이 지났다. 어느 날, 명씨의 집안 선산에 마을에서 권위 있는 집안이 함부로 들어가 땅을 파고 묘를 세우려고 하는 일이 생겼다. 명씨가 가서 보니 자기 조상 묘 위에 다시 묘를 세우고 있는 형편인데도 세도가라 감히 나서서 막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누웠다.

 

 

 "아버지,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아들은 아버지가 자리에 누운 것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명씨는 "아직 어린 네가 알 일이 아니다." 하고서 돌아누웠으나 아들은 고집스러웠다.

 

 

 "제가 해결할 수도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말씀을 해 주십시오."

 

 "실은 우리 조상님 묘 위에 세도가들이 토장을 하고 있는데 도저히 말릴 수가 없어서 이러고 있는 거다."

 

 " 아, 그런 일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거뜬히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두고 곧장 산으로 향했다. 산에서는 세도가 집안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소를 잡고 자기들의 조상 묘를 다 파헤쳐 그 위에 새로 무덤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는 버럭 화가 나서 그 집안의 문장을 집어들고 대체 누가 이러한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너 같은 어린애가 알 일이 아니다. 당장 여기서 꺼지지 못할까!"

 

 "어째서 남의 조상 묘에다가 토장을 합니까? 당신들이야말로 여기서 나가십시오."

 

 " 어린애가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사람들이 아이를 토끼 몰듯 내쫓으려 하자 아이가 그 자리에 서서 뭐라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거센 바람이 불어와 천막이 무너지고 사람들까지 죄다 이리저리 날아갔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잘못했다고 빌자 그제야 아이는 주문을 멈추고 호통을 쳤다.

 

 "너희들이 아무리 권력이 있고 돈이 있다 해도, 남의 조상 묏자리에 토장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잘못을 깨달았거든 다시는 그러지 말아라!"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아이 앞에서 잘못을 빌고는 산에서 도망을 쳤다.

 

 그 후 아이는 훌륭하게 자라서 도승지 자리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명씨 집안 자손들은 인어의 후손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 바다기담 1. 옛날 옛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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