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endhel 작성일 17.06.17 23: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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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저는 대학교 1학년이었고, 군대 가기 전 마지막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밖은 이미 검은 물깜이 흝뿌려진, 밤이었고요.

당시 저는 법학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이 법학 시험이어서요.

워드로 키포인트 작성하면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소리의 진원지는 밖이었습니다.

뭔가 희미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원이었습니다.

창밖으로 아이들 떠드는 소리, 웃는 소리, 저벅저벅 걷는 소리는 들린다고 쳐도,

도저히 상식적으로 들을 수 없는 소리였습니다.

저는 잠시 멈추고 다시 키보드를 다다닥 거렸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시 한 번 그 이상한, 희미한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세번 째 시도에서야 겨우 그 소리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도출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여자 신음소리 같았습니다.

야동의 신음소리라기 보다는... 그냥 신음 소리 같은 그런 소리였습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모두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여자 신음소리가 들리더군요.

공교롭게도 저는 그때 친고죄, 반의사불벌죄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형사상 소추요건들로서, 친고죄는 피해자가 친히 고소해야 소추가 가능한 범죄 유형을 말하고,

반의사불벌죄는 일단 소추는 가능하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벌하고 싶은 의사가 없음을 표시하면 더 이상 소추 불가한 범죄 유형입니다.

... 네, 친고죄였나 반의사불벌죄였나 그 유형 중 하나로 강간죄가 있지요.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아마 그래서 여자 신음 소리가 들린 게 아닌가 합니다.

 

8년 전, 그러니까 2009년 12월 초 때 제가 겪었던 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4월에 여기 처음 알게 되어 3일 전에 가입한 훈련병 endhel입니다.

좋은 글들 올려주시던 분들 글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언젠간 저도 썩 괜찮은 작품 올려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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