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의 예기치 않은 눈보라의 기습에 당한 남자는 당황하고 있었다.
허름한 산악복은 냉기가 가득했고 남자의 몸은 금새라도 무너질 것 처럼 덜덜, 떨렸다.
<아아, 이제 끝인가.>
바로 그때, 저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불빛의 끝에는 한 여관 같은 건물이 있었다.
<다행이야!>
남자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계십니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기다리다 못한 남자가 문을 살짝 열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남자는 손전등을 비춰 전기 스위치를 찾았지만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빈 집인 것 같았다.
남자는 오늘 밤을 이곳에서 묶기로 했다.
때마침 손전등이 수명이 다했기에 남자는 어둠 속을 살며시 걸어나갔다.
이윽고 방 하나에 도착했다. 희미한 윤곽이 아무래도 침대 같았다.
도중에 무엇인가에 쾅, 부딪혔다.
축구공 같은 것들이 한 가운데에 모빌처럼 달려 있었다.
남자는 옛 추억에 잠겨 잠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다음 날, 남자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어제의 그 모빌은, 죽은 지 몇 년은 지난 것 같은 시체의 머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