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endhel 작성일 17.06.18 23: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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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시에 위치한 한 M 공립 중학교에서의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이곳에서 한 달 간 교생실습을 했던 나에코는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처음 며칠 간은 주도권 싸움을 해가며 으르렁 댔던 사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사소한 일로 친해져 이제는 이별을 앞두고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사이가 됐다.

 

<선생님, 어서 이곳으로 와주세요!>

 

펑!!

 

장난꾸러기 아이들과의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나에코 역시 가슴 한 켠에 그리움과 아쉬움의 감정이 밀려들었다.

 

<선생님.>

 

2-A 클래스의 반장 아키라가 편지를 내밀었다.

 

<모두의 마음이에요. 앞으로 힘드실 때마 꺼내 읽으시며 힘이 될 거에요.>

 

<아니, 그래? 어쩜... 고마워라!>

 

<단, 정말 힘드실 때 읽으셔야 해요. 이 편지에는 신비한 마법이 담겨 있어서 왠만큼 힘들지 않으면 효과가 발생하지 않거든요.>

 

<그래? 알았다. 고마워, 아키라, 그리고 모두들.>

 

<선생님, 꼭 시험 합격하세요!>

 

<네, 그리고 꼭 우리 학교로 오시는 거에요. 약속이에요.>

 

<그래, 그래, 그럼 모두 안녕.>

 

이윽고 나에코는 졸업과 함께 임용고시에 합격하였고 바로 S시의 M 중학교로 발령받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그리고 나에코에겐 그동안 많은 힘든 일들, 슬픈 일들,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끝내 그 편지를 열어보지 않았다.

 

이 정도는 어림 없어. 앞으로도 힘든 일이 많을 텐데 벌써부터 백기를 들면 안 돼지.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나에코와 아이들은 매년 한 번씩 만나는 소모임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니, 30명이 넘어가니 대모임이라고 해야 하나.

 

술이 몇 순 배를 돌았고 술이 약한 나에코는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제자들의 부축을 받고 방으로 돌아갔다.

 

얼마나 잤을까. 밖에서 나는 웅성이는 소리에 나에코는 잠에서 깼다.

 

아직도 마시고 있다니, 부럽구나 젊음이여.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문고리를 잡는 나에코의 귓가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날아왔다.

 

<아, 씨X. 존x게 오래 버티네.>

<그러게, 보통은 1달 내에 읽어봤는데.>

<이렇게 오래 안 볼지는 몰랐지. 우리도 뭘 적었는지 까먹었는데.>

<그러니깐. 아무튼 그 여자 그 편지를 읽어보면 뒤집어질거야.>

<짙은 화장으로 어린 얼굴을 가리려는 게 티가 많이 나던데.>

<지금은 꽤 여성스러워졌지. 섹시해지기도 했고.>

<난 아직도 상상하면서 한다.>

<크큭, 오타구의 사랑은 영원하다, 인가.>

<아무튼 내일이라도 어서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너 아까 선생 부축하면서 만졌던 것 같은데 그치? 내가 똑똑히 봤어.>

<허, 아니라니깐. 설명 맞다고 하더라도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았나.>

<그렇지,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지.>

 

 

 

나에코는 그 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편지는 읽지도 않고 불에 태웠으며, 제자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편지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는 영원한 비밀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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