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그날의 세차장 上

은기에 작성일 19.07.13 01: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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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를 시작한지 5년째매번 얻어타는 카풀에 눈치가 보여 새차를 뽑기로 했다표현은 안했지만 5년이란 세월동안 나와 함께 출퇴근을 같이 해준 김대리가 꽤나 불편했을거다회사까지 30~40분정도 거리를 차로 이동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난다면 보험이 들어저 있지 않은 내 몫까지 책임져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퇴근 시간이 조금만 달라져도 상대방을 기다려줘야 한다는 다른 압박감이 김대리를 많이 힘들게 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염치라는게 있는지라 매달 김대리에게 기름값과 담배값 정도는 주곤 있다그래도 그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치고 보이고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본인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기류로 알 수 있다
  
남들이나 가족에게 말하면 오히려 나를 욕한다. 5년이란 세월동안 도대체 차를 사지 않고 뭐했느냐고 말이다이런면에선 나도 참 둔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그리고 그들은 또 입을 모아 말한다그동안 성실하게 봉사해준 김대리를 칭찬하는 것이 그것이다
  
오 사원이번에 차 뽑는다며같이 가줄까?”
  
그래도 그간 미운정 고운정이 들대로 든지라 김대리와 난 회사에서 제일 각별한 사이다
  
대리님도 같이 봐주시면 좋죠보고나서 점심이나 드시죠.”
  
대리점까지 거리는 대략 30분남짓이동은 물론 김대리의 차다이번에 새차를 뽑게 되면 김대리에게 태워주겠다는 약속 아닌 약속을 하며 대리점으로 향했다
  
신차들은 많았다그중에서도 내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차와 연비가 어느 정도 나와주는 차량을 골랐다차는 3일 이내로 나온다고 한다기분 좋게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서 김대리와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차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운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험은 어떤걸 들어야 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나오는지 등등
  
차를 갖기 전엔 몰랐지만 막상 내 것이 되고 난 후의 일을 생각하니 꽤 머리가 복잡한 일이었다무엇보다도 부담이 가는건 하나하나에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꽤 많은 금액이 들어간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되니 그간 김대리에게 주었었던 돈이 작은 편이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다시 한 번 김대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
  
차를 받는 날이다이상하게 떨리고 떨려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원하던 선물이 내 방안에 놓여 있을 때보다 더 두근거렸다나름 어른이라고 자부했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부득이 하게 차가 평일에 오는 바람에 연차를 써야만 했다부장님에게 새차가 와서 인수 좀 하고 싶다고 말하니 흔쾌히 승낙을 해줬다
  
여기 키 있습니다기본적인 버튼 설명은 다 해드린 것 같습니다그럼 즐거운 운전하십시오.”
  
정중히 인사를 하며 사라지는 딜러와 내 손에 들려진 차키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드디어 나도 오너가 된건가하고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부웅익숙한 차가 눈 앞에 보였다김대리 차였다
  
김대리님.”
  
김대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리고는 트렁크를 열고는 꽤 부피가 있는 상자를 내게 내밀었다
  
세차 용품이야원래 처음 차 사면 이런거는 다 혼자서 하더라부장님이랑 같이 가서 산거야.”
  
그들의 배려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연신 감사 인사를 표현했다곧 김대리에게 시승 시켜주겠다고 말하며 차를 끌고 운행을 시작했다김대는 연신 차가 좋다며 감탄사를 내뱉었다그게 빈말인지 참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1시간정도 운행을 한 후 느닷없이 세차장에 가서 세차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김대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시간날 때 배워두는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집 근처에 있는 셀프 세차장으로 이동했다
  
여기에 동전을 넣고 최대한 빨리 해야 해그리고 거품을 낼 때는 내가 사준 용품 저거로 하고세차장에 있는 솔로 아무렇게나 닦지 마기스 많이 생긴다.”
  
친절히 알려주는 김대리의 말을 경청하며 세차의 단계를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을 때였다차 거품을 전부 두른 상태에서 세척기를 작동하는 순간.
  
취이익소리와 함께 빨간 액체가 차를 그대로 뒤덮는 것은 정말 찰나였다진한 물감으로 칠해 놓은 듯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덮여 버린 차를 보니 어안이 벙벙해져 어떤말도 할 수 없었다
  
왜 그래?”
  
이상한 듯 내게 되묻는 김대리를 보며 난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아니그보다 이 차의 상태가 보이지 않는건가다시 눈을 깜빡이며 차를 보니.
  
..?”
  
이럴수가모든 거품이 말끔히 사라진 차가 눈에 들어왔다그럼 아까 본 것은 뭐였지너무 피곤한 탓인가
  
아니에요.”
  
헛것이 분명하다그렇게 여기며 다시 한 번 고압 세척기를 작동하는 순간.
  
취이이익이번에도 역시 붉은 색의 액체가 차를 뒤덮기 시작했다이건 헛것이 아니다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보일 정도면 분명 뭔가 이상이 있다는거다
  
“....”
  
하지만 김대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세척을 마치고 내게 세척기를 건넸다
  
해 봐생각보다 쉬우니까.”
김대리님..”
  
조심스레 세척기를 받아들고 차에 물을 분사하려는 순간.
  
허억..”
  
선루프 위에 앉아 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1미터 남짓하는 작은 체구지만 몸 여기저기가 떨어져나가기 직전처럼 덜렁거리고 있는 상태였다
  
뚜욱찢어질대로 찢어진 사지에선 붉은 색의 진한 핏물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세척기에서 나온 붉은 색 액체의 장본인이 바로 저 무언가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대리님.. 김대리님.”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이었다병신처럼 난 김대리만 애타게 부를 뿐이었다허나 김대리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그대로 서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찰박
  
그런 내 두려움을 알고 있는지 무언가’ 는 그대로 걸어오기 시작했다가벼운 걸음이지만 사지가 덜렁거리고 있어 좌우로 뒤뚱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는지 연신 뒤뚱거리며 진한 액체를 흘리고 있었다
  
정신이라도 잃었으면.. 눈이라도 감겼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지만 애석하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찰박거리며 내게 다가오는 무언가는 이내 내 사지를 천천히 올라타기 시작했다.
  
“..으아.. 으아아아.”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이었다가슴팍에서 느껴지는 차갑고도 끈적이는 더러운 기분그리고 난 어두운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
  
해골 모양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듯한.. 살점이 여기저기 붙다가 떨어지고 있는 괴상한 얼굴이었다두 눈동자는 파여져 없어져 있었는데 정말 무서운 것은 그 무언가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는 것이었다
  
허억!”
  
순간 눈을 감을 수 있었다그리고 온 몸이 가벼워지는게 느껴질 때쯤 눈을 떠보니 아까의 세차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이게..”
  
김대리는 여전히 스마트폰 삼매경이었다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차를 바라보니 처음과 같은 모습의 차가 눈에 보일 뿐이었다이런 일이 일어나는게 가능한건가짧은 찰나 이루어진 지독한 광경에 절로 구토가 몰려왔다.
  
우웩.. 우욱!”
  
힘 없이 바닥에 흰색의 액체들을 토해내고 나니 김대리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너 괜찮아갑자기 왜 그래?”
  
난 김대리에게 모조리 털어 놓았다차 위에 어린 아이 같은 귀신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고 말이다하지만 김대리는 쉽사리 믿지 않았다
  
너 미쳤냐?”
  
그걸로 날 미친 사람으로 취급한 김대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등을 두드려줬다
  
네가 기가 많이 약해진거 같다가서 보약이나 지어 먹어.”
“..그런가요.”
  
그러기엔 너무나 생생했다단순한 환상이 아닌 것 같았다분명 저 작은 귀신은 내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일단은 여기서 김대리와 헤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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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작 [녹색도시잘 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84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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