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8년에 사망한 이륙이 남긴 가장 이상한 이야기에 대한 기록은 아래와 같다.
어떤 사람이 갑자기 가면놀이에 흠뻑 빠져서 이런저런 가면을 구하며 다녔다.
그런데 나무로 되어 있는 어느 이상한 가면을 발견한 뒤로,
가면을 덮어 쓰고 춤추고 노는 일에 더욱 빠지게 되었고,
그와 함께 이상한 병이 전염된 것 처럼 시름시름 병을 얻어 앓게 되었다.
영문을 모르는 병을 얻자 이 집 사람들은 무당을 불러 굿을 했는데,
무당은 "나무 가면이 병을 일으킨다"고 했다.
결국 이 사람은 그 이상한 가면을 들판에 버렸다.
그랬더니 곧 병이 나았다.
아마도 가면이 얼굴에 붙어서 사람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빨아 먹은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몇 달 쯤 뒤에 우연히 가면을 버린 들판에서 다른 사람이 그 가면을 보게 되었다.
가면은 반쯤 썩어 있었고, 그 부분은 버섯으로 변해서 살고 있었다.
버섯이 향기롭고 먹음직스러워서 이 사람은 버섯을 뜯어 먹어 보았는데,
그러자 갑자기 비실비실 웃기 시작하였다.
이 사람은 히죽거리면서 웃다가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가면을 덮어 쓰고 미친듯이 춤을 추는 몰골과 같았다.
다른 사람 하나가 또 버섯을 조금 떼어 먹어 보았는데,
마찬가지로 웃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춤을 추었다.
한참 후에 버섯을 먹은 사람들의 발작이 그친 뒤에 물어보니,
"처음에는 웃음이 나면서 기분이 좋고,
나중에는 날뛰고 춤추는 것을 뜻대로 멈출 수 없이 계속되었다"고 이야기 했다.
아마도 단순히 환각을 일으키는 버섯이 우연히 생겨나 벌어진 일이겠지만,
가면의 모습과 버섯의 모습으로 바뀌어가면서
사람에게 기생해서 살아가는 이상한 생물이라는 느낌도 드는 이야기이다.
조선시대의 기생이라는 신분은 노비와 비슷한 수준의 신분으로 취급 받았기 때문에
비참한 일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1700년대 중반 홍인한(洪麟漢)은 전라도에 감사로 부임했다.
이무렵 홍인한은 해괴한 취미를 개발했는데,
그것은 기생들의 음악을 듣고 변태적인 방법으로 평을 하는 것이었다.
우선 홍인한은 모습이 아름답고 음악에 재주가 많은 기생을 찾아 다녔다.
마음에 드는 기생을 찾으면, 홍인한은 그 기생을 데려와 음악을 연주하게 하였다.
홍인한은 기생이 죄인에게 형벌을 가할 때 쓰는 형구들을 뜰 한쪽에 늘어 놓은 채로
노래하거나 악기를 다루게 했다.
홍인한은 유심히 음악을 듣고 기생의 모습을 보면서 음악이 끝날 때 까지 그 흥취를 즐겼다.
그리고 음악이 끝나고 나면, 홍인한은 기생을 붙잡아 놓고,
음악에서 부족한 점과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지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잘못된 것 하나하나 마다 죄값을 매겨서 여러가지 매를 때리는 도구로 기생을 때린다.
기생은 몸을 다치게 되므로 괴로워하는데, 홍인한은 그것을 즐거워 한다.
그렇게 해서 음악의 여러가지 내용에 대해 다 이야기 하게 되면 기생은 피투성이가 되어 괴로워하게 되고, 홍인한은 자신이 좋아하는 기생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나면
그제서야 통쾌하다는 느낌을 느끼면서 껄껄거리며 웃고는 시원하다고 여겼다.
이 이야기는 청성잡기에 간략히 소개된 이야기이다.
1700년대 후반, 진천(鎭川)에는 유성기(兪聖基)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아침 이 부자가 아침을 먹고 있는데, 등에 아이를 업은 여자 거지가 문으로 들어오더니,
슬금슬금 유성기가 밥을 먹는 곳까지 들어왔다.
여자 거지는 말 없이 대뜸 국을 가져다가 그 자리에서 벌컥벌컥 절반을 마셨다.
그리고 여자 거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또 더러운 맨손으로 이런저런 반찬을 엉망으로 주워서 질겅질겅 씹어먹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부자의 하인이 깜짝 놀라서 여자 거지를 넘어뜨리고 두들겨 패버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유성기는 눈짓으로 만류했다.
유성기는 부유한 사람으로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먹던 밥을 절반을 덜어서 그 여자에게 주었다.
유성기는 "국과 반찬을 먹었으니, 밥도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자 그 여자는 한참을 유성기를 보더니, 밥을 받아서 다 먹었다.
그리고 여자는 꽤 괜찮아 보이는 그 밥그릇을 들고는 말없이 집을 나갔다.
여자가 집을 나가자 유성기의 종 하나가 여자를 가만히 따라가 보았다.
여자가 간 곳을 따라가 보니, 마을 앞 숲 속으로 여자는 사라졌고, 숲에 들어가 보니,
여자와 한패로 보이는 일당들이 가득 있었다.
가만히 보니 이들은 협박과 사기를 치는 협잡꾼의 무리들인 듯 하였다.
마침 그 때는 시비를 걸어서 일부러 몸을 다치게 한 뒤에
관가에 고발한다고 으름장을 놓아서 돈을 뜯는 일 따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빨리 왔느냐?"
여자가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답했다.
"인심이 너그러운 사람이라서 차마 그 분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었다."
두목이 씨익 웃더니, 다시 물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라도 그 사람은 괴롭히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러면서 그릇은 왜 가져왔느냐?"
여자가 다시 대답했다.
"만약 내가 그릇이라도 들지 않고 빈손으로 왔다면,
나 혼자 다 해먹고나서 너를 속인다고 의심하지 않았겠나."
그리고 나서, 여자는 아이를 업고 있던 포대기를 풀었는데, 그 안에는 죽은 아기 시체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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