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교 3학년 여름에 친한 친구와 나는 유난히 많은 곤충 채집을 했다.
그리고 채집한 곤충들은 모두 죽였다.
죽이는 방법은 다양했다.
잠자리는 날개를 찢은 뒤 개미를 잡아 먹이다가 몸을 찢어 죽이고
방아깨비는 방아를 찧게 하다가 맥가이버칼에 뉘운뒤 작두처럼 목을 잘라 죽이고
(판관 포청천 드라마에서 작두로 참형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사마귀는 똥구멍을 라이터 불로 지지면 연가시가 나와서 연가시를 불로 지져 죽인뒤
사마귀를 불로 지져 죽였다.
매미는 실로 묶어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가 꺼내기를 반복하다가 죽였는데 곤충 죽이는 놀이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했었다.
변기통에 매미를 넣고 물을 내렸다가 꺼내면 물먹은 매미가 맴맴소리를 내는데
물먹은 매미를 들고 친구와 박장대소를 하다가 다시 매미를 변기에 집어넣었다가 꺼내는 것을 반복하고
매미가 지쳐서 소리를 내지 않게 되면 실을 풀고 변기에 버려서 죽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집에 가려는데 같은 반 여자아이가 신발가방을 잃어버렸다며 울면서 담임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집에 온 나는 빈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먹고 TV를 보며 놀고 있었다.
TV에서 하는 만화가 모두 끝날 무렵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 내가 오늘 학교에서 여자아이의 신발가방을 숨기지 않았느냐며 질문을 시작했다.
나는 아니라고 그런 적 없다고 말했지만
선생님은 너가 오늘 입은 하얀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신발가방을 다른 층 화장실 변기에 숨기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런 적 없다고 했지만 선생님은 계속 너 맞지 않느냐며 나를 다그치듯 이야기하였다.
울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할 때 쯤 일을 마치고 엄마가 집에 도착했고
전화기를 붙잡고 우는 나를 보고 놀라며 뛰어왔다. 너 왜 그래 무슨일이야?
전화기를 가로채고 엄마의 물음과 몇번의 큰 언성이 있었다.
아이가 아니래잖아요 선생님. 이런 식은 아니잖아요.
통화를 하면서도 통화를 마친 후에도 생각해봤지만 내가 신발가방을 숨긴 기억은 없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 같이 곤충을 죽이던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 친구가 말했다.
혹시 우리가 죽인 곤충들이 저주하는 걸까?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 이후로 곤충을 죽이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신발가방은 누가 숨긴걸까?
아이들은 종종 자기가 한 행동을 잊어버리고 물건이 사라지거나 갑자기 나타났다고 한다는데
내가 숨기고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다른 아이가 숨긴 걸까?
누가 숨겼든
왜 하필 변기통에 숨긴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