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 24살 남학생입니다. 이제 어저께 했던 글에 대한 보고를 드립니다

랱랭980 작성일 07.02.05 20: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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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이건 뭐 소설쓰고 있는 거 같은 느낌도 드내요.
어쨌든 지금부터 보고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말씀드리기 전에 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야 제 맘을 조금 이해할 수 있으실 거 같군요.

어저께 고백을 할 생각에 잠이 안와 밤을 꼬박 세우고 인천에 올라갔습니다.
학교 등록금 때문에 물어도 보고 일도 있었기 때문이었죠. 올라가는동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어떻게 전화해야 할까 무슨 말을 꺼내야 황당해하지 않을까.....전화는 일을 마치고 전화를 걸기로 하자 '이렇게마음먹고 하루종일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습니다. 드디어 일을 마치고 집에 내려갈 시간 오늘 오후 3시경 쯤 되었습니다.

전화를 걸려고 했던 장소는 인천 터미널 지하철 2호선 역 들어가는 입구였습니다. 거기서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려고 결전을 준비했죠.

하지만 정말 떨려서 전화를 못걸겠더군요.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차라리 아예 모르는 사람이면 마음이나 편하지 원.. 사랑 앞에는 이성도 혼란스러워 지더군요. 분명히 어제는 맘 편하게 전화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안나고 한숨만 자꾸 나오고 거기서 1시간 가량을 서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바로 껐다를 반복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정말 옆에 좀 있어달라고 부탁할려고 까지 했습니다. 한번 시도하려다 그 사람이 절 이상한 사람보듯이 하며 도망가더군여.. ㅡㅡ; 이해는 갔습니다. 저 스스로도 제가 미친게 틀림없다고 느꼈죠.

4시 15분 정도 되서 속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거의 탈진하기 직전이었습니다. 다리에 힘도 다빠지고 몸이 다 축 늘어진 거 같았죠.
심장도 너무 뛰고 손도 너무 떨렸습니다. 통화 벨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여자 목소리가 나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전화하신 번호는 000-0000-0000으로 바뀠습니다"

......


뭔가 허무함이 몰려오더군요. 1시간이 넘게 고민하다 전화 걸었는데.... 지금까지 한 것이 뭐였는지;;;

어쨌든 다시 용기가 생겼습니다.
바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했죠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받는 거였습니다. ㅜㅜ

'혹시 000씨 휴대폰 아닌가요??'

"전화 잘못거셨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뚝......"

....
.....
......
........
.........
결국 결론은........ 제가 몰래 저장해 놓았던 4년전 그 여자아이의 휴대폰번호를 잘못알고 있던 것입니다.

허무하고 어이도 없고.. 힘이 다 빠져버리더군요.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닌데 ㅜㅜ

원래는 여자아이에게 저녁에 만날 약속을 만들고 천안에 내려가기까지 그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려가는 거였는데 완전 허무했습니다.

그렇게 터벅터벅 터미널로 들어가 버스를 탔습니다.

1시간동안 눈한번 깜짝 안하고 버스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허무하기도 했지만 여기서 마음을 접고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지 아니면 그녀의 번호를 어떻게든 알아내서 고백을 해야 할지.. 아무런 감정도 들지도 않고 몸도 축 처지더군요.

그런데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부터 소설 같다고 느껴 질거라고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소설을 쓰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천안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딱 마침 mp3에서 넬의 Good Night가 흘러나오더군요. 터미널 입구를 나서는 그때
남자친구를 허리에 손을 넣으며 들어오는 그 여자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제가 터미널 입구 문 밖으로 나오는 그 때 그 여자아이와 남자친구가 들어오더군요.

사람이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던데.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렇게 남자친구와 행복한 얼굴을 지으며 있던지 그 둘을 보며 전 뒤에서 잠시 얼어붙어버렸습니다.

이게 아니더군여. 제가 뻘짓하는거 맞았습니다.
정말 만감이 교차하더군여. 이게 무슨 영화도 아니고 내가 광식이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일이 안풀리던지. 넬의 음악이 귀에 들리는데 너무 가사가 맞아 떨어지고 지금 저 둘은 내 앞에서 걸어가고 있고 난 뒤에서 얼어붙어버리고............이게 사람의 인생인가 봅니다. 특히나 짝사랑은요 ....


제가 그 때 고백했었다면 마음이나 편했을 텐데... 4년이 흘러 다시 고백만 하고 돌아오려 했었는데....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한숨도 이젠 나오지도 안더군여. 슬픈 느낌도 들지도 않습니다.

그 여자에 싸이를 지금 들어갔다 나왔더니 오늘이 제가 짝사랑했던 여자애 생일이더군여.
'방명록에 생일 축하한다'라는 문구가 있는 걸 보니... 그래서 왜 행복해 했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원래는 그냥 고백 한번 해보려 했는데 더 이상 나이들어 이 일을 계속해서 후회하기 전에 고백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일도 풀리지 않는군요.

왜 마지막에 다시 나타나서 허무했었던 내 마음에 또 알수없는 또다른 허무감까지 주는지...

방명록에 그 분이라고 칭하는 걸 보면 분명 남자친구도 맞습니다. 이 일은 마음을 접기 너무 어렵습니다. 왜냐면 짝사랑이기 때문이죠. 어제와 오늘의 마음이 너무 달라져 버렸습니다.

정말 번호를 알고 싶어도 알 방법도 없고 다른 여자들은 이미 눈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젠 전 어떡하면 좋을까요... 인생을 살며 사랑은 어러가지 면을 하고 찾아오지만

저에게는 수많은 사랑의 얼굴중에서 짝사랑의 허무함이라는 얼굴로 제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제 감정도 슬프고 허무한 감정까지 가져가는 군요..

당분간 몇년간은 이제 사랑은 못할거 같습니다. 계속 그 여자아이 얼굴이 절 놓지 않을 거 같아요. 다른 여자에게 사랑의 느낌을 못 느낄 것 같습니다.

결국 모든 원인은 이놈의 싸이가 문제군요. 싸이라는게 없었다면 차라리 완전히 잊고 살아왔을 텐데. 만약 제가 바란다면 아니면 인연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전 정말 지금까지 있었던 이 모든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오늘 저녁 터미널 앞에서 스쳐갈 때 뒤에서 제가 한없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이상 여기까지 입니다.

이게 가장 진실된 후회라는 단어가 알맞은 표현 같습니다. 저절로 '후회스럽다'라는 말이
다른 후회라는 감정보다 더 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 마지막 그녀의 모습은 제 인생에 평생 기억 될 것 같습니다.
인생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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