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데이트... 잡설 조금

이프군 작성일 07.10.20 01: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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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핑계삼아서(일본어로 질문 들어올테니) 요즘 만나는 아가씨(당연히 일본인)랑 데이트 약속을 잡아놨지.

 

뭐, 얼굴도 귀엽고 가끔씩 보여주는 애교가 초특급이긴한데, 남자친구 가드도 두텁고 일본애답지않게 기도 센 애라서 데이트메이트 겸, 일본어 선생님으로 만나고 있어.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광화문 이마에서 스테이크썰다가 민토가서 일본어 좀 배우고 그럴 작정이었는데, 오늘 만나자마자 하는 말.

 

"もう、超~寒い!!"

(정말이지, 너무 추워!!)

 

 

나도 더운거 싫고 추운것도 싫은 보통 사람이긴 한데, 대게 영하 아니면 점퍼 하나로 딱히 춥다고 느껴지진 않잖아?

 

이 가시나 출신이 일본 남쪽 큐슈지방이라 그런지 더위에 강하고 추위에 약하더라고(9월달에 고향 돌아갔다가 10월되서 왔는데 9월말까지 큐슈 기온 35도였대=_=).

 

난 여름엔 더워서 만나면 하루종일 아쯔이(덥다) 아쯔이 거리면서 냉방 강한곳 들어가려고 애썼거든. 이제 날씨 좀 선선해져서 기운도 좀 나고, 텐션 좀 올라갔다 싶으니까 이젠 이 가시나가 말썽이네...orz..

 

덕수궁 돌담길도 취소, 삼청동도 취소(이 가시나 삼청동 빈스빈스 와플 좋아하는데..), 광화문 청계천 다 취소하고 그냥 신촌 죽돌이 하자니 뭐.. 별 수 있나. 예~ 하고 따라야지=_=

 

 

 

신촌 어학당 다니는 일본인 유학생들은 대부분 연세대를 싫어하고, 신촌을 싫어해. 연세대가 싫은건, 연세대 어학당의 높은 학비와 유학생에 대한 적은 배려 및 어렵기만한 수업내용 때문이고, 신촌을 싫어하는건 사람이 허벌나게 많기 때문.

 

이 아가씨도 마찬가진데, 만날때마다 "나 신촌 싫으니까, 다른 곳 가자" 하면서, 오늘만은 추운날씨에 져버렸는지 "제발 근처에 따뜻한 곳 들어가자" 하고 졸라대니 할 수 없이, 신촌 민토로 직행. 여긴 따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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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네이년에서 복사해온거라 밤 배경이고, 우린 낮에 갔어.

 

 

 

민토 꽤 오랜만에 가는건데, 변함없더라. 알바생이야 바뀌더라도 전체적인 수질이나 서비스면에선 변함없어서 좋아. 알바 구하는 형들은 외모 어느정도 되면 민토부터 가봐. 아가씨들 끝내주던데? 뭐 가끔 어리버리한 아가씨도 있지만서도..(오늘도 어리버리한 아가씨가 담당 맡아서 주문 몇번씩했는데도 음식 안오고 그랬지.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몇년씩 일한 우리 아가씨가 입을 삐죽내밀곤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평하더라고 ㅎㅎ)

 

친절하지만 초보인지 오더 제대로 안받는 웨이트리스에게 불평하는 우리 아가씨... 식사 마치고 미숫가루 주문해서 쥐어줬더니 "나 추운데, 차가운거 먹으라고?" 하면서 불만스레 마시곤 바로 얼굴 활짝 펴지더라. 아마 분명.. "므흐흐+_+" 하고 웃었던걸로 기억=_= 미숫가루 처음 마셔봤대. 미..수..카..루? 어설프게 따라하면서 뭐냐고 묻길래 "우유에 고코꾸(오곡) 갈은거랑 시롭뿌(시럽) 넣어서 만든거야. 보통 아침식사 대용으로 마셔" 라고 설명해주니 노트에 적어놓는 치밀함까지... 그거보면서 나도 노트를 꺼내서 뭔갈 적었어. [일본 가시나는 미숫가루를 좋아함] 내가 끄적거리는걸 보고 자꾸 보여달라는걸 필사적으로 감췄지. 들키면... 큰일이여=_=

 

미숫가루에 맛들렸는지 내몫까지 주문해서 마시려는걸 만류하고, 감기기운 있는거같길래 유자차 주문해서 쥐어줬더니 또다시 홀짝거리면서 "오이시이... 므흐흐+ㅅ+" 하고 웃는 표정이란..=_= 평소엔 얼굴 자주 찡그리면서 얘기해서 내가 만날때마다 "너 얼굴 찡그리는것만 안하면 정말 귀여울텐데" 하고 말하는데, 흐뭇한 표정 짓는거 보니까 괜시리 두근거리더라고.

(미숫가루랑 유자차 선물 해줄까..=ㅁ=)

 

차 마시면서 여러가지 잡담 및 강의 해주고(난 한국어, 우리 아가씨는 일본어 가르쳐주기) 나온 민토...

 

 

슬슬 쌀쌀해지는 바람이 내 쟈켓속을 한바퀴 휘감고, 난 생각했지.

 

'ㅅㅂ, 이제 뭐 하지?'

 

진짜 할 게 없는거야 정말 내가 쪼다도 아니고=_=

 

형들한테 질문 겸해서 하나 묻겠는데,

 

'영화 싫어하고, 술 절대로 입에도 안대고, 추위 엄청 타서 추운날엔 밖에 있는걸 자체를 싫어하는데 밥까지 먹어서 식욕도 없는 아가씨'를 데리고 까페에서 나와서 도대체 뭘 하면 좋을까?

 

그 할거많은 신촌둥지에서 뭘 해야할지 감도 안잡히더라. 유일하게 하나 떠오른게 삼청동 빈스빈스나 광화문 ima가서 와플이나 먹을까 했는데, 지하철타고 가는것도 싫다고 우기니 이거 참...

 

 

사나이의 마음을 몰라주고, 계속 춥다춥다 노래부르면서 집에 가고싶다길래 벵키 들려서 와플물리고 카페라떼 쥐어주고 바래다주고 왔어.

 

 

 

제목에 왜 '재미없는' 데이트라고 한지 이해될거야. 그뿐이랴? 철저한 '친구'사이인지라 춥다는 말에도 손잡고 내 주머니에 넣어주는거에 그친 스킨쉽.... 한국와서 치한에게 호되게 당할뻔한 가시나라 덮치지도(키스 말하는거야 키스=_=) 못하겠고, 일마 한번 타보려는 개썅놈의 자식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나마 내가 지켜주니까 한국인 남자는 나빼고 못믿는다고 하는 앤데, 뭐 손을 댈 수가 없네 이거... 워낙 이미지가 '유일하게 믿음직스럽고 착한 한국남자 친구' 이렇게 박혀있어서 어떻게 할 건덕지도 없는거야.

 

뭐 그래도 일단 친구로서 만나도 즐겁고 재미있으니까 계속 만나는거지만, 그래도 아쉬운건 어쩔 수 없네. 남자친구가 며칠동안 연락없다는 말에 "바람났구만. 헤어져버려" 했더니 "정말 우와키(바람) 피고있는거면, 헤어지고 이프랑 만나야지" 하는데, 나답지 않게 이 가시나 떡밥에 '솔깃' 했으니까 뭐 =ㅅ=

(그래도 난 넘어가지 않아. 일본애들은 빈말을 자주하니까. 일단 나에게 친한 친구정도의 호감은 있는데, 그 이상은 안된다고 생각하는듯 해. 커플석같은데 앉는걸 꺼려하고 영화관 가는것도 싫어하고... 근데 여행은 왜 간거지;)

 

 

 

중이 제머리 못민다고, 나도 이렇게 헤매고 있는거보니까 스스로가 참 불쌍해(많이 미화시킨 말이고, 사실 요즘은 나 스스로가 찌질해 보여) 근데 이걸 어쩌겠어. 이런 특수한 상황을 헤쳐나가기엔 내 내공이 너무 적어(사실 난 이류무사도 안되는거 같아). 가뜩이나 헤어진 첫사랑한테 갑작스레 떡밥까지 날아오는 상황이라 요즘 좀 복잡해. 조언이나 위로 좀 해줘(토닥거려줘ㅠ_ㅠ).

 

 

그리고 일산형은... 밥 사줘...[그거면 힘 날거 같아;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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