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나니 제 마음은 더욱더 뜨거워져버렸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후배가 있다.
그 여자후배를 좋아하는 새내기후배가 있다. 종나 잘생겼는데 여자앞에선 말한마디 못하는 쑥맥이다.
그래서 난 학교선배이자 인생선배로써 새내기 녀석에게 그녀를 양보하기로 맘먹었다.
'이렇게 이렇게 말을 해야 여자애들이 더 재미있어하지'
'이럴땐 이렇게 해야 센스 있다는 말을 듣지'
기왕 양보한거 적극적이기보다는 조용히 하나둘씩 조언을 해주었더니 녀석도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형님' '형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를 연거푸 반복하는 그녀석에게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랐다.
그 여자후배와 술자리를 함께 할때면 녀석을 불러 옆에도 앉혀주고 한껏 분위기도 띄워주고
그렇게 여자후배에게 스스로 깨닫도록 노골적으로 몰아붙였다. 분명 아는 눈치였다.
그렇게 눈치는 채도록 성공했으나 그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어제는 축제 마지막날
수업도 없고 과제도 없고 자유롭게 한껏 놀아보겠다는 학과 학생들이 모여 과주점에서 한껏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아직 서먹서먹한 선후배들과 대화로 안면을 트고 여자후배들에게
소맥을 만들어주며 마음껏 취하고 놀고 있었는데
그 여자후배가 술도 얼마 안먹은 것이 갑자기 내 뒤로 오더니 잠깐 얘기좀 하자고 한다
그래서 따라갔더니 나에게 모든것을 털어놓는것이었다.
'내가 녀석을 위해 노골적으로 들이댄것들'
'녀석이 어설프게 문자를 보내고 잠자기 전에 전화했던 일들 ㅋ'
자기는 어떠케 해야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하며 오빠는 어떠케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돌려서 말 않해! 너 참 답답하다! 그녀석이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계속 모른척이야?'
이렇게 말했더니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그새내기가 저한테 좋아한다고 말을 해야 제가 좋다 싫다를 말하죠 그런것도 없이 그냥
연락만 오는데 너 싫다! 너 좋다! 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말하는데 솔직히 할말이 없었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이다. 내가 그 여자후배한테 답답하다고 말한건 잘못이었다.
그래서 만약 오늘 새벽 그녀석이 너한테 고백하면 어떠케 할꺼냐고 물었더니
그건 당사자한테 말할내용이라 오빠한테는 미리 말 못하겠네요 라고 소신있는 답변을 했다.
'그래 알았다' 한마디 때리고 담배나 한대 필려고 하는데
그녀가 갑자기 뒤에서 내 팔을 팍 붙잡으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물어본다
'근데 오빠는 왜 맨날 저만 보면 그녀석 그녀석 얘기만 꺼내고 오빤 뭐에요?
전 사실 오빠를 모르겠어요? 오빠도 꼭 좋아하는 사람 있는 것 같아요
누구에여? 저한테만 얘기해줘요? 저도 제 마음을 다 얘기했잖아요
이거 진실 게임 아니었나여?'
아 갑자기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 나는 비겁하게 새내기녀석이 잘되도록 의젓하게 조언해주는 척 하면서
뒤에 숨어 지켜보는 바보였던가..
왜 내 자신에 대해 솔직하지 못할까.. 그냥 그 자리에서 '사실을 나 너한테 관심있어'
이딴 소리 해봐야 경험상 100% 까이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보는 내내 쪽팔림으로
남은 학기를 보내게 될텐데
아 암튼 나는 바보다 거기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 초롱초롱한 눈을 바라보며 내 진심을 말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술이 잔뜩 취해 그 새내기 녀석에게 일부로 맡겼다. 잘 데리고 있으라고
그 새내기 녀석은 그녀를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갔다.
나는 복학생들과 부어라 마셔라 술을 쳐먹고 날이 차서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기에
다 끝날때까지 놀다가 집에 갈려고 가방을 챙기다가 핸드폰이 보여서
그 새내기녀석에게 전화를 했다.
'형 저 일단 누나가 너무 취해서 재울려고여' 라는 대답을 듣고
'어..어.. 그래 알아서 잘 처신해 형은 집에 간다' 하고 전화를 끊으며
쓸쓸히 집에 돌아왔다. 아 현실이란
아주 드라마를 쓰고 있다. 웃기네]]
계속계속 생각합니다. 억제하려고 해도 이게 안되는건 왜그런지 아시죠?
아주 죽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