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에서 만난 그녀(5)

오젠장 작성일 08.12.01 23: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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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 올리다 보니 어느새 중사로 계급이..

좀 미리 쓰려고 했는데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는지라..

 

이번엔 좀 좋은 일이 많아요 ^^

혹시 그 전 일이 궁금하신 분들은 압구정으로 검색을~

 

그리고 여기에 나오는 이름은 다 가명을 썼습니다..오해마세요 ㅎ

 

 

 

 

 

 

 

 

면접을 보고 집에서 한 두어시간을 잔것 같다.

아직 속이 좀 쓰리고 술이 덜 깻는지 머리도 좀 어지러운 것 같다.

 

'후...........'

 

술이야 뭐 친구들과 죽어라 마시는 것에 익숙하지만..

오늘 어떤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 또 그녀의 친구들과 같이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런 걱정들 때문에 속이 더 울렁 거린다...

 

 

 

 

옷장을 뒤져뒤져 이옷 저옷 입어보다 일단 세미정장을 입기로 결정했다.

 

흰색 남방에 까만 넥타이...까만 니트에 청바지..머리를 어떻게 할지 몰라 까만 베레모 하나..

 

아까 오후에 온 문자가 생각난다

 

<나 지금 일어났어;; 있다가 7시에 씨네시티 앞에서 봐~>

 

 

뭐 어제 필름이 나가거나 그런 것은 아닌거 같다. 어째 어물쩍 반말로 넘어가 버렸네..

 

 

 

 

행여나 늦을까봐 30분 정도의 거리를 1시간이나 일찍 출발한다.

씨네씨티 앞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다보니..여기 커플들 참 많다.

 

나와 같이 있다가 애인이 와서 같이 극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손을 잡고 어떤 영화를 볼까 고르는 사람들,

팔짱을 끼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도데체 이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고 서로 어떻게 맘을 확인하고 사랑하게 됬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 도착했는데 어디야?>

 

그녀의 문자와 함께 저 멀리서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어두운 색의 스타킹에 짧은 치마, 스웨터 위에 짧은 파카..

 

그녀의 치마 입은 모습은 처음 보는것 같다..

 

 

 

"친구들 9시에 모이기로 했거든~ 어디 들어가서 커피나 먹자^^"

 

나 혼자만의 기분일까..? 그녀도 어딘가 모르게 나를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편해진 느낌이 들었다.

 

"응 밥은 먹었어?"

 

배려깊은 멘트 하나 날려주면서 카피숍을 들어갔다.

 

"아직..배가 약간 고프긴 한데.."

 

라며 빵들을 둘러보는 그녀.

 

 

 

 

 

커피와 와플을 시키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담배를 꺼내 물고 나를 물끄러미 처다본다.

 

"왜...?"

 

뭔가 알수 없는 미소를 띄운 그녀에게 물어봤다.

 

"아니..오늘은 왠지 말끔하네 ㅎㅎ"

 

칭찬....인지 아니면 그동안 이상했었다는 욕인지..그래도 신경써서 입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담배 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9시가 다 되고 있었다.

 

"친구들은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응 여기로 지금 오는 중이래"

 

두근...두근...두근..드디어 회사 동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인가..

 

"실은 오늘 회사 동료 한명 소개팅 시켜주는 건데..형식적인 소개팅을 하면 어색할까봐

 그냥 다같이 모여서 노는 식으로 할라고~"

 

...그렇다는 말은 남자도 나온다는 얘기구나....

아니 오히려 여자들 사이에 혼자 있느니 남자가 있는 것이 더 나으려나?

 

 

 

 

 

조금 있으니 누가 들어오면서 그녀에게 손을 흔든다

 

"헤이~" 그녀가 부른다.

 

"여기 저번에 말해준 빈씨야 ^^ 여기는 83년생 언닌데 민이야~"

 

...........

인사를 하려고 일어났는데........

 

쭈우우우우우우욱

 

나보다 키가 크다.......

 

"아..안녕하세요..빈이라고 합니다."

 

"네~" 민씨는 이렇게 인사를 받고 그녀에게 오늘 회사에 출근했다느니 그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기선 제압 짱이다...-_-...그녀의 첫 직장동료부터 이건 뭐 장난이 아니다..

 

"키가 많이 크시네요 ^^;;"

 

대화에 끼어보려고 말을 시작했다. 사실 난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항상 남들 얘기할때

옆에서 듣고 있기만 하거나 다른 친구랑 둘이서 만나면 '너 말좀해' 라는 소릴 자주 듣는다.

그래도 오늘은 왠지 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싶어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가족이 다 큰편이라서요"

 

"민이가 키가 181이야"

 

 

그러시군요..거기에 하이힐 까지 신으면 난 어쩌라는 겁니까.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오가다 일단 자리를 술집으로 옮겼다. 이런 자리에서 그녀 ""에 앉는건

처음인거 같다.. 왠지 가슴은 설레고...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송이라는 사람이 왔다.

 

"여기 송이는 82년생이야~ 이쪽도 82년생인데"

 

나랑 동갑이라고 소개시켜준다..왠지 인상이 성깔좀 있을거 같다.

 

"친구네~ 그럼 말놔도 되겠네~"

 

아 네 그러시죠........이 팀은 기선제압 하나는 엄청나군..

 

 

 

이렇게 하고 또 회사 이야기가 오간다..왠지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데 민이랑 그녀랑 얘기하고 있는 사이

송이라는 사람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둘이는 무슨 사이야?"

 

헐..무슨 사이..? 그냥 아는 사이지...뭐.....뭐라고 해야하지..

 

"치..친구 사이......"

 

"응? 그냥 친구? 아아~"

 

마치 '뭐야 별거 없네' 라는 듯한 표정에 좀 기분이 상한다...

 

 

 

 

 

 

시간이 한시간 정도 지나서 소개팅의 주인공들이 도착했다.

 

여자분은 현씨라는 사람이고 마르고 하얀피부에 청순한 타입..

 

남자분은....이분도 나보다 키가 크네..한 184? 는 되어 보이고 준수한 외모...

 

 

게다가 남자분은 말도 잘한다. 오자마자 벌써 분위기 메이커다....

참 좋은 사람 같아..하지만 왠지 싫어...라는 느낌이랄까...

 

왠지 주눅이 들어 별말 없이 앉아서 그냥 얘기 들으면서 웃는 척을 하고 있었는데...

 

 

 

 

화아아아아악!!

 

 

 

 

갑자기 테이블 밑에 있던 손에서 눈부신 섬광이라도 터진듯한 느낌에

뜨거운 온도가 내 온몸으로 퍼지며 얼은 몸을 녹여주는 듯한 감촉이........

 

 

 

 

그녀가 테이블 밑에서 내 손을 갑자기 꼭 잡아준 것이다.

 

 

 

.....

잠시 묵념...

그 상황은 내가 어떠한 말로 어떠한 아름다운 단어를 갖다가 여기에

사랑에 대한 시를 쓰듯이 적어도 표현이 안된다.

 

그냥 눈을 감고 새 지저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한가한 벌판에 따듯한 초여름 햋살을 맞으며

부드러운 잔디를 침대삼고 상쾌하게 부는 바름은 커텐삼아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는 상상을 해야한다..

 

 

 

난 얼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며 그녀를 힐끔 쳐다봤는데

그녀가 나를 보며 빙긋^^ 웃는다..

 

 

 

그때부터 내 머리는 백지 상태가 됬다. 그 술집에서 무엇을 마셨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귀에도 안들어 왔고 기억도 안난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아줬다는 것만 기억난다.

 

 

 

 

 

 

 

술집에서 나오니 다른분들이 클럽을 가고싶다고 한다.

 

오!!!! 클럽 좋다!!!!

사실 난 이래뵈도 중학교때 댄스부 출신!! 춤추는 것은 나의 특기!!! 나의 이미지를 만회할 절호의 찬스다!!

 

택시를 타고 이태원까지 가서 '볼X' 이라는 클럽을 갔다.

강남과 홍대 일대의 클럽들은 알지만 이태원까지 오는 것은 또 처음이네..

그런데 무슨 입장료가 5만원에 육박하는.......

 

에고 내 지갑 거덜나네 ㅠㅠ

 

 

 

 

클럽 가서 나의 멋진 동작들과 그루브를 보여줄 생각이었지만 막상 뻘쭘해서 그냥 리듬이나

깔짝깔짝 타고 있었다. 아니 춤 추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느라 사실 음악이 귀에 안들어 왔다.

 

몸을 많이 움직이진 않고 있었지만 간간히 살짝살짝 웨이브를 타는 그녀의 허리는

정말 섹시함의 극치였다. 정말 한순간도 눈을 뗄수가 없었다.

 

그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나를 보더니 내게로 다가온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에게 등을 기댄다.......

 

이건 혹시 부비부비.......????

 

 

 

내 머리는 또 다시 백지화....................

 

 

 

 

춤을 추다 집에 갈 시간이 되서 클럽에서 나와 한두명씩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내가 데려다 줄께. 어차피 여기서 택시 타나 너네 집에서 타나 요금은 별 차이 없어"

 

왠지 벌써 헤어지기 아쉬워 핑계를 대며 그녀와 같이 택시에 탔다.

 

 

 

"오늘 내 친구들이랑 잘 놀아줘서 고마워 ^^"

 

택시 안에서 그녀가 말했다.

 

"아냐 나야말로 재밌었어 ^^"

 

되도 않는 거짓말....

 

 

 

그녀의 집에 도착해서 난 다시 택시를 잡으려고 인사했다.

 

"오늘 즐거웠어 추운데 빨리 들어가 ^^"

 

"아냐 너 택시 잡으면 들어갈께^^"

 

...........ㅠㅠ 사실 진짜 눈물이 핑돌았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대우를 해준 것이 언제였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게다가 그녀가...그녀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일요일 하루종일 속이 아퍼서 끙끙대고 있는데 문자가 하나 날라왔다.

 

<내 친구들이 너 참 젠틀하데~ 다음에 또 놀자 그러더라 ^^>

 

흐~~ 왠지 좋지만 또 놀때가 벌써 부터 걱정이 된다....

 

그래도 어제가 꿈인지 현실인지 긴가민가 했었는데 문자가 와서 확인사살을 시켜주니 너무 고맙다....

 

 

 

 

어? 답장도 안했는데 문자가 또 날라오네.

 

<최종면접 월요일 오후 5시까지 와주세요>

 

..........................

 

 

 

아 맞다 면접!!!!!!!!!!!!!!!!!!!!!!!!!!!!!!!!!!

 

 

 

 

 

 

 

 

그녀를 만나고 나서 제 인생이 갑자기 바뀌고 있네요.....

 

저...오늘 최종 면접 후.....취직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월 2일 화요일...내일부터..출근.......

 

으악.....평소 새벽 4시 취침에 아침 오전 10시~11시 기상인데..

 

정말 그녀를 알게되고 난 한달 가까이 되는 이 시간이 요즘 현실인지 싶을 정도로

 

변화하고 흘러가네요........

 

 

처음에 질문을 할때 상황을 좀 더 재밌게 알려드리고 싶어서 소설 형식으로 쓴 글이

어느새 저의 일기처럼 되가고 있네요...얼마 전까지만해도 백수에 가까운 프리렌서로

글을 올렸는데..내일부터는 당당한 직장인이네요...

 

그래도 압구정동에서 만난 그녀는 골인할 때 까지 계속 되야한다!!! 쭈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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