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좋은 경험이었다, 또 다시 레벨업 했구나,
어서 잊어야겠구나, 나를 되찾자,
슬프지만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갑자기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들더군요.
솔직히.. 말하면.. 뭔가 이대로 끝내긴 아까운, 억울한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그녀를 정말 좋아해서라기보단요.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맘 먹고 한번 잡았습니다.
앞으로 2주간은 그녀를 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화통화를 이용해 그녀를 설득해 보려 했습니다.
만약,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직접 만나서보다는 확률이 떨어지는 전화이기때문에
어찌보면 웃기지만 나름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 등등..
기회는 단 한번 뿐인것을 알고 있었고, 그 기회를 최대한 살려보고 싶었죠.
감정적인 접근은 실패를 불러올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상의 매달림은 역효과일 뿐이겠죠. (어쩌면 이번 것도..)
전화를 걸자. 그녀가 금방 받습니다.
목소리도 평소와 다름 없습니다.
인사도 잘 주고 받습니다.
요즘 어때? 라는 물음에 회사 일이 정신 없이 바빠서 정신 없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힘들지 않았어? 라는 물음에 괜찮다고 대답하는 그녀.
나는 힘들었는데, 나만 힘든것 같아서 샘나네 라고 말하며 애써 웃었습니다.
사실 저는 더 쌀쌀맞은 그녀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상냥한(?) 그녀를 대하니 더욱 당황하고 말았네요.
(어찌보면 차라리 쌀쌀맞은것이 나앗을지도 모릅니다. 상냥한 만큼 더 저를 잊었다는 뜻일테니까요.)
분위기를 살피려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자, 그녀 웃습니다... 오늘 왜이렇게 웃기냐며..
일부러 그동안 있었던 추억거리들을 꺼내보았습니다.
듣고만 있던 그녀, 이야기가 끝날때쯤 왜 옛날 얘기들을 꺼내냐며 전혀 동요되지 않은 목소리로 되묻네요.
그리곤 자신은 편하게 전화를 받았는데 이렇게 나오면 곤란하다고 말을 하네요.
그러면서 저에게 근황을 물어오더군요. 시험은 어떻냐, 집 공사는 잘 되어 가느냐.. 등등..
미안해서일까요, 아니면 그냥 말을 돌리려일까요...
그렇게 물어오는 그녀의 말투는 어찌보면 예전과 다른게 하나도 없습니다.
한번만 기회를 더 달라는 말에, 이미 기회를 한번 준것이라며.
담담한 말투로 거절하더군요.
그럼 더이상 나에겐 기회가 없냐며 농담조로 한숨쉬며 물어보는 저에게
혹시 서른 다 되서도 시집 못가면 그때쯤 있지 않을까라며 농담으로 받아칩니다.
저는 이 기회가 마지막인걸 알고 있기에, 더 이상의 매달림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 온다는것을 알기에,
차마 통화를 끊지 못하고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녀, 모든게 정리되면 연락하라더군요. 만나서 얼굴보면 마음이 바뀌겠지 하는 희망도 버렸으면 한답니다.
이젠 정말 친구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알았다며, 나중에 연락할테니 저녁이나 먹자고 하고
주말에 스키장 잘 다녀오라고 하며 통화를 마쳤습니다.
모르겠습니다.
확실한건 씁쓸하네요...
일단 후회는 없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추해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잘 그녀를 설득해보려 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자존심의 상처 같은것도 없습니다.
다만 오히려 너무나도 평소같던 상냥한 전화를 끊지도 않고 끝까지 들어주던 그런 그녀가 마음에 더욱 걸리네요.
저랑 그녀도 연락이 끊기긴 싫은 것일까요. 아니, 미안해서겠죠.
차라리 차가웠다면 신경쓰이지도 않을껄.
사실 그녀를 만나기까지의 2주면 마음 정리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후에 그녀를 직접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합니다.
앞으로 그녀는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2년 이내에 결혼 하겠지요.
그리고 결혼 후면 연락이 끊겨있겠지요.
대학원까지 모든 학업을 마치는 2년 이후에 저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때가 나의 인생에 있어서 황금기가 될까라는 의문, 고생의 댓가가 올까라는 생각.
그때는 누구를 만나고 있을지.
그때까지 그녀와 연락은 하고 있을지.
그때 그녀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나는 그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물론 외모가 다가 아닙니다만, 다시 그녀만큼 이쁜 여자를 얻을수 있을지.
다음엔 왠지 좀 더 저에게 맞는 사람을 선택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 다음이 금방 올 것 같지 않아서 제 처지에 화가 나버리네요.
요즘들어 글을 많이 쓰게 되네요...
답글만 달고 살았는데...
이번 방학때는 여러 여자좀 만나면서 좀 방탕하게 생활해 볼까 생각까지 드네요...
또 한번 철렁하면서 명치가 탁 막히는 기분입니다.